중재 자처한 서울의대 교수협 회장·비대위원장도 사퇴
성균관의대 설문조사와 중재 메시지도 의협서 반박
정부의 29일 복귀시 면책·대화 의지 회유에도 의협-전공의 무반응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중재를 자처한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회장인 김종일 회장과 비대위원장인 정진행 교수가 동반 사퇴한 가운데, 의대정원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 대치 장기화 가능성에 우려를 낳고 있다.

정진행 전 위원장은 지난 16일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이후 26일 전공의들과 해결방안을 논의한 이후 사퇴의사를 밝혔다. 김종일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회장도 사퇴를 밝혔다.

정 전 위원장은 27일 오전 CBS라디오에 출연해 사퇴 이유에 대해 "비대위원장으로서 중재를 하겠다고 했으나 강대강 대치 국면에서 양측 모두 물러서지 않고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점에 대해서 책임감을 느꼈다"며 "어떤 다른 새로운 방법을 갖고 계신 다른 분에게 의견을 구하고 2기를 출범하는 게 어떻겠느냐 하고 어제 대면 보고를 했다"고 밝혔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과 회동 이후에 해결의지가 있는지 실망감도 느꼈다고 덧붙였다. 정 전 위원장은 "박민수 차관 측을 대표로 하는 정부와 서울대 비대위 정진행은 상호 상황을 공유하고 갈등 상황을 조속히 해결해야 된다는 이해와 공감대를 넓혔다라고 입장을 발표했다"며 "그러나 이후에 정부에서 강경한 발언을 이어가고, 협박과 초헌법적 발언을 이어가면서 (박 차관이) 이런 해결 의지를 관철해 낼 수 있는 입장이 있는지,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 전 위원장은 총선전까지 모든 논의를 미루고 '휴전'할 것을 조언했다.

이보다 앞선 25일 성균관의대 교수협의회는 교수 201명을 대상으로 한 의대 증원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의대 증원 찬성은 55%로 과반수를 넘었으며, 반대는 25%였다. 구체적으로 △의대 정원 증원 반대 50명(24.9%) △의약분업 이전 수준인 350명 증원 찬성 42명(20.9%) △500명 증원 찬성 50명(24.9%) △1000명 증원 10명(5%) △2000명 증원 8명(4%)이었다.

성균관의대 교수협의회는 "정부와 의사단체가 서로 의견 차이를 좁히는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와 대한의사협회 모두 양보해야 한다"며 "정부와 의사협회는 대승적으로 양보해야 한다. 정부는 일방적인 증원 정책을 멈추고, 의사단체는 가두시위를 중단하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의협은 대표성을 지적했다.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당 설문은 잘못 알려진 부분이 상당하다. 대표성이 없고 언론을 통해 공개된 문항 이외에도 4개 문항이 더 있다"며 "성균관대의대 삼성의료원 교수 전체가 전공의들의 의사와 다르게 정부 방침에 동의하는 것처럼 잘못 보도됐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삼성의료원 교수들이 매우 화가 나고 당황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주 위원장은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의 중재 노력 등에 대해서도 소속 교수들도 동의하지 않은 개인의 일탈행위라는 시각을 밝혔다. 그는 "최근 모 국립대병원 비대위원장이 복지부 차관을 만나고 여러 발언과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병원 소속 교수들도 해당 교수의 입장에 동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 29일 정부 면책 데드라인은 다가오는데...강대강 대치상황 이어져

정부는 앞서 제시한 면책 데드라인인 29일까지 복귀를 재차 강조하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전날 정부가 밝힌 것처럼 29일까지 전공의분들이 병원으로 돌아와 준다면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을 것"이라며 "환자의 곁으로 돌아와 주시길 다시 한번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같은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전공의 수 기준 51∼100위 50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한 현장점검을 이번 주 안으로 완료해 근무지 이탈자를 확인할 계획"이라며 "3월부터는 미복귀자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과 관련 사법절차 진행이 불가피하다"고 발혔다.

이어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오는 29일까지 복귀할 것을 다시 한번 요청한다"며 "29일까지 병원에 돌아온다면 지나간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라고 복귀를 호소했다.

정부는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안 등을 공개하는 등, 당근책을 제시하며 회유하고 있다. 동시에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6일 브리핑에서 "대화의 준비는 충분히 돼 있다"며 "의료계에서는 전체 의견을 모을 수 있는 대표성 있는 구성원을 제안해주길 바란다"고 말하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박 차관은 “정원을 포함한 모든 의제가 대화의 대상이 된다”면서 “2000명이 왜 필요 최소한인지도 설명을 누차 드렸고, 그러한 정부 판단에 현재는 변화가 없다”고 증원 규모에 대한 입장은 고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복귀 요청에도 의료계는 양보없는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지난 26일 브리핑에서 "29일까지 복귀하면 죄를 사해준다는 식으로 정부가 대응했는데, 이런 대응에 전공의나 의사들이 물러설 것 같으면 아예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전공의들에게 사법 조치가 떨어진다면 의협 법률지원단과 각 병원이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개별적 움직일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의협과 별도로 움직이는 전공의들도 공식입장을 밝힌 것은 아니나, 돌아갈 의지가 없다는 의지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류옥하다 전 가톨링중앙의료원(CMC) 인턴 비대위원장은 한 매체를 통해 "정부가 칼을 든 손을 등에 숨긴 채 돌아오라고 하면 누가 돌아가겠나"며 "전공의에 대한 반헌법적이고 모멸감을 주는 행위를 즉시 중단하지 않으면 저와 제 동료들은 아무도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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