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비대위 구성 대정부 투쟁 준비...전공의도 별도 총파업 분위기 형성
정부, 업무개시명령 등 강경대응 맞불...수련병원에 ‘집단사직서’ 수리금지 명령도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정부가 의사들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을 강행하면서 의정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의사들은 단체행동(파업) 등 강력한 투쟁을 예고하고, 정부는 이를 막기위해 법적 처벌을 경고하면서 의정간 힘겨루기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일 2025년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린 5058명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직역·지역을 막론한 의사단체들은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거부하겠다”며 총파업 등 강경 투쟁을 앞세워 정부를 압박 중이다.

복지부가 지난 6일 우편을 통해 전국 의사들을 대상으로 보낸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서

반대로 정부는 의협과 전공의를 중심으로 총파업 움직임이 감지되자 ‘의사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성하고,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위반 교사‧방조죄 등을 적용해 상응하는 처벌 방침으로 맞불을 놓았다.

심지어 일부 전공의들이 업무개시명령을 사전에 무력화하기 위해 집단사직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정부는 즉각 수련병원에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를 명하면서 파업을 원천봉쇄하려는 모양새다.

실제 복지부는 전국 의사들을 대상으로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서를 우편으로 발송했다. 복지부는 이 명령서를 통해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의 정당한 사유 없는 집단 진료거부, 휴진 등은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시키는 불법행위이기에 집단행동을 하거나 이를 조장, 교사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며 “명령에 반할 경우 관련법에 의해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과 불복할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정부의 위협적인 처벌 위주의 경고에 따라 의사들은 더욱 분개하고 있으며, 오히려 총파업 등 투쟁의 불씨가 커져가고 있다.

의사들의 총파업 등 대정부 투쟁 방향은 설 연휴 이후 결정될 것으로 보이며, 지난 2020년 전공의와 의대생을 중심으로 펼쳐진 ‘젊은의사 단체행동’과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전국의사총파업’을 넘어선 보다 강력한 투쟁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의사투쟁 핵심 전공의들 사실상 총파업 가닥= 정부가 의사들의 파업 등 투쟁에서 가장 견제하고 있는 직역은 바로 전공의다. 전공의들이 진료현장에서 이탈할 경우 국민 건강과 생명에 심각한 위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20년 의대증원 등을 반대하며 전공의와 의대생 연합을 중심으로 진행된 파업과 의사국시 거부에 따라 정부는 9·4합의를 통해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전공의 집회

현재까지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공식화하지 않았으나 앞서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입장과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의대생들과 대응을 공조하면서 총파업의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앞서 수련병원 140여곳에서 전공의 1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총파업 설문조사 결과 88.2%가 참여하겠고 응답했다. 특히 빅5병원(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삼성서울병원)이라 불리는 수련병원에서도 대다수 전공의들이 단체행동 참여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협 박단 회장은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과‧소아과‧산부인과‧응급의학과 등의 전문의 이탈을 해결해야 한다”며 “이는 의대 증원을 통한 낙수효과가 아니라 물이 올바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협은 오는 12일 온라인으로 임시대의원총회를 개최해 의대정원과 관련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설 연휴 이후 파업의 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전공의들의 이번 투쟁은 의협과 별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전협 박단 회장이 만약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의대생들과 공조하되 의협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지난 2020년 의료계 단체행동에서 개원의를 중심으로 한 의협의 참여율이 저조했던데다 현재 의협회장 사퇴로 혼란을 겪고 있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물론 실무적인 부분에서 협상에 도움이 된다는 전제로 논의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복지부는 이같은 전공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전협 집행부 병원 및 전공의가 다수 분포한 빅5병원을 중심으로 5인 1조의 배치와 경찰청 협조를 요청한 상황이며, 다른 수련병원들에게도 3~4인 1조의 구성으로 감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협 새 비대위 체제로 강력 투쟁 선포=그동안 정부와 카운터파트너로 필수·지역의료 살리기를 위해 협상을 해왔던 의협도 투쟁모드로 전환하고, 강경대응에 나선다.

의협 임총

의협은 지난 6일 이필수 회장이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강행을 저지하지 못한 책임으로 사퇴를 결정하고 새로운 투쟁체를 통해 보다 강력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으며, 강력한 투쟁을 선포했다.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에서는 조속한 시일 내에 위원장을 선출하고, 본격적인 투쟁이 돌입할 예정이다.

특히 의협은 전공의들을 중심으로 파업 등 투쟁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만큼 이를 적극 지원하고, 정부가 예고한 법적 처벌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장치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의협 대의원회는 결의문을 통해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한 채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한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추진을 규탄하는 동시에 격렬한 투쟁 서막이 올랐음을 공표한다”며 “전권을 부여한 비대위는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돌입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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