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진 사기 꺽고 응급의료 국민 불안‧불신 조장
응급의학회 “응급의료기관 정책‧제도 개선은 필요해”

[의학신문·일간보사=정광성 기자] 부산에서 심정지 환자가 전원 과정에서 사망한 사건에 대해 ‘응급실 뺑뺑이’ 논란이 일자 응급의학회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며, 국민적 불안‧불신을 조장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응급의학회(이사장 김인병)은 지난 4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해 ‘응급실 뺑뺑이’로 명명한 보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응급의학과 전문의‧전공의를 포함한 응급의료인력의 사기를 꺽고 응급의료에 대한 국민적 불안과 불신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지난 1월 26일 오후 수영강습을 받던 60대 여성이 신체 이상을 호소하며, 쓰러졌고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는 가장 가까운 A대학병원이 응급의료 전산정보에서 ‘심정지 환자 수용 불가’를 공지해 두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출발했다.

하지만 심정지 환자 치료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A대학병원으로 전화하면서 간호사로부터 심정지 환자 수용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고, 그 사이 119 구급대가 병원에 도착해 응급실로 심정지 환자 도착을 알렸으나 수용이 어려워 다른 병원으로 전원 후 환자가 사망했다.

학회에 따르면 A대학병원은 상급종합병원이지만 응급실의 경우 응급의학과 인턴이나 전공의 없이 응급의학과 전문의 3명(1명 휴직), 가정의학과 전문의 1명, 흉부외과 전문의 2명 등 ‘응급의료법’ 최소 인력 기준만 준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최근에는 해당 병원에서 추적 관찰이 필요한 환자나 도보 내원 환자를 중심으로만 응급실 기능을 간신히 유지해 오고 있다는 사실은 부산지역 응급의료계에서 공공연한 사실이었다는 것.

응급의학회는 “현장과 비슷한 거리에 부산대병원‧동아대병원도 소재 중이지만, 간신히 24시간 전문의 응급진료체계만 겨우 유지하는 A대학병원으로 출발 했는지 안타깝다”며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학회는 “다만 가까운 거리의 권역응급의료센터‧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돼 있는 다른 대학병원들에 본부 상황실이나 119구급대원이 일일이 연락했다거나 연락받은 병원들에서 수용이 거부된 소위 ‘응급실 뺑뺑이’사례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학회는 응급실 뺑뺑이 사례는 아니지만 응급의료 정책‧제도의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응급의료기관 인력 기준의 강화 △응급의학 전문가들과 협의를 통한 행‧재정적 지원 △119구급대‧응급의료기관 간 원활한 소통‧정보 교류 및 이해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응급의학회는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 기준 외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반드시 될 필요가 없다”며 “이번 사건에서 임상과 전문의가 아닌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당직 진료를 하고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응급실 전담 전문 인력의 기준을 반드시 강화‧상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더불어 학회는 이번 사건으로 응급의료기관 지정과 관리에 허점이 노출된 만큼 법률이나 규정 준수, 감독 차원을 넘어 지역 응급의료기관과 응급의학 전문의들과 협의를 통해 과감한 행정·재정적 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끝으로 응급의학회는 “응급의료기관이 생성하고 중앙응급의료센터가 관리하는 응급의료 전산정보에 더해 각 지역 소방재난본부 119 상황실은 지역의 응급의료기관의 상황을 파악하고 관련 정보를 관리한다”며 “119구급대와 응급의료기관은 원활한 소통과 교류‧상호 이해를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데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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