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현가능성과 실효성에 의문제기..3600억 재정낭비도 지적
종별가산-의료질지원금 이은 3중 혜택이라고도 비판
선지급금에 대해서도 사후평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국민건강보험 노조가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을 비판하고 나섰다. 의료체계 개선효과 없이 3600억원에 달하는 건보재정 낭비만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민건강보험 노동조합은 1일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올해 1월부터 중증환자 진료 등 상급종합병원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고 지역 의료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합리적인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상급종합병원과 지역 협력의료기관의 동반 성장을 지원하고 그 결과를 평가하여 보상금을 지급하는 새로운 지불방식으로서 2024년부터 2027년까지 건강보험 재정 3600억을 투입한다.

행위별 수가제 대신 성과(가치) 중심 지불제도 도입, 종별 간 협력과 공생 유도 등 상급종합병원이 지역의 1·2차 의료기관과 외래환자를 두고 경쟁하여 중증환자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는, 현재의 필수의료 공백을 메우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건보노조는 "상급종합병원 기능 정립, 의료전달체계 개선 및 의료질 향상을 이룰 수 있다고는 하나 그 실현 가능성, 제도의 적합성, 그리고 건강보험의 재정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먼저 건보노조는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 근거로 우선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무한경쟁 시스템은 병원 간 협력보다는 경쟁을 유도한다는 점을 들었다. 외래환자의 상급종합병원 이용 비율을 지속 증가 중이며, 특히 빅5 의료기관의 외래 내원일수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종별에 상관없이 모든 병원이 더 많은 환자를 받으려 하고 있으며, 그 경쟁은 현행 체제하에서는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경증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다른 이유는 국민의 정서라는 점도 강조했다. 더 나은 의료에 대한 욕구와 지방·하위 종별 의료기관의 역량에 대한 불안함 내재되어 있으며, 국민은 돈을 더 써서라도, 먼 거리를 가서라도 더 나은 진료를 받고 싶다고 언급했다. 단기간에 이 같은 정서가 바뀌는 어렵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아울러 외래 감축 목표치가 전체 비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비할 수 있음을 밝혔다. 2024년 기준 47개의 상급종합병원 중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3개 기관만이 외래환자 비율을 5~15% 줄인다는 것이 시범사업의 주요 목표인데, 최대 15%를 달성하더라도 상급종합병원 전체 외래 건수의 0.9% 정도에 불과하다. 이것이 얼마나 영향력 있을지 의문이라고 노조는 지적했다.

건보조노는 시범사업의 보상금 규모와 형태가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에 적합한 정책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졌다. 의료기관에 대한 성과 평가를 근거로 선정기관에 지급될 성과보상금이 이들에게 충분한 변화의 유인이 될지도 확실치 않다는 주장이다. 설사 시범사업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선정기관은 기존 수익을 유지할 수 있다. 즉, 실패에 따른 페널티가 없다.

노조는 "복지부는 협력에 따른 보상을 통해 궁극적으로 상급종합병원과 협력의료기관 간 미국식 책임 의료 조직을 도입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단일 보험자와 그로 인한 보험자와 공급자 간 계약 불가 상황은 미국의 의료체계와는 완전히 다르다"며 "그만큼 미국에서의 효과가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날지는 미지수"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시범사업이 가진 필요성과 의미를 인정하더라도 사업의 성패가 불확실 상황에서 건강보험 재정 3600억을 투입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노조는 밝혔다.

중증진료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상급종합병원 본연의 역할에 들어있고, 이미 종별가산과 의료질지원금 평가가 이뤄지는 것에 더해 이번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으로 추가 보상금까지 주는 것은 3중 혜택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선 지급금에 대해서도 결과물에 따른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건보노조는 "2021년에 보고된 추진방안에는 성과보상급 산정·지급·정산 방식이 기재되어 있고, 15% 감축 미달성 시 선지급금 및 성과보상금 환수 내용이 담겨있었다"며 "해당 내용이 실제 사업에도 적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보노조는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은 국민이 낸 보험료를 거대병원에 퍼주는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이 사업이 무책임한 행정이 아닌지 면밀히 끝까지 지켜보고 그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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