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조사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제언
이해관계자 간 대립으로 사업 모형 불안정..포괄등재방식으로 변경 제안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현재 이해관계자간 의견차로 사업모형이 불안정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엄에 대해, 그 대상을 선별등재방식이 아닌 포괄등재방식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입법조사처에서 나왔다.

시범사업을 넘어 본사업을 위한 비대면진료 제도화 법안 논의에 있어서도 더 포괄적인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복지부 등의 의견과 결이 같아, 향후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확대 및 제도화에 이러한 목소리가 반영될 지 주목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발간물 '이슈와 논점'을 통해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지난 12월 시범사업 보완방안이 발표되었는데, 질환에 관계없이 동일 의료기관에서 6개월 이내 진료한 경험이 있는 경우로 범위를 확대했고, 의료취약지역 범위를 넓혀 응급의료 취약지(98개 시· 군·구)를 추가했다.

또한 휴일 및 야간에 한해 기존 대면 진료 이력이 없는 초진인 경우에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처방 가능한 의약품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화했는데, 이전에는 비대면 진료 시, 마약류, 오·남용 의약품 290품목만 처방할 수 없도록 제한하였으나, 확대된 모형에서 사후피임약을 추가했다.

이 외에도 탈모, 여드름, 다이어트 의약품 처방 규제와 관련해 오남용 방지 및 의약품 안전 관리를 위한 과학적 근거, 해외 사례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처럼 시범사업은 그 대상과 범위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문제는 안정적 사업 운영 주체의 부재이다. 따라서 다양한 이해집단별 쟁점을 충분히 고려하여 최종 사업모형을 확정해야 하는데, 의견수렴에 어려움이 있다.

사업에 참여할 직능단체들의 의견이 갈리는 중이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는 초진 허용에 대해 반대하며 비대면 진료 수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약 배송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한약사회 등 약사단체는 비대면 처방 및 의약품 배송(비대면 조제)의 위험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으며, 산업계는 약 배송 불허는 비대면 진료 취지에 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실시되었던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운영하면서 비대면 진료의 한계점과 함께 많은 가능성도 경험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전화상담이 허용되는 과정에서 환자를 충분하게 진찰하지 못해 오진의 위험이 존재하였고, 제도를 통해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다양한 사례에 대해 감독해야 할 주체가 불분명하다보니 법적 책임이나 제도적 안전장치가 부족한 면도 존재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확정된 비대면진료 모형이 협의가 되지 않은 상태로 공전만 계속되는 이유를 살펴보면 사업의 프로토콜
과 추진하고자 하는 궁극적 목표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시범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대상자의 범위가 근본적으로 바뀌기도 하고, 사용자의 편의성과 안전성 사이에서 의사결정의 일관성이 결여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입법조사처는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비대면진료 사업 방향을 제안했다. 먼저 현행 시범사업 범위의 선별등재방식을 포괄등재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현재의 시범사업은 선별등재방식(Positive List System)으로, 이러한 방식은 관련 진료사례의 조건을 모두 살펴보고, 기준에 적절한지 판단된 경우만 비대면 진료로 허용하는 방식"이라며 "따라서 각 기준마다 이익단체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에 합의를 이루며 시범사업을 진행해가기가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포괄등재제도(Negative List System)의 형태로 바꾸어 중증질환이나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해야 하는 질환, 심각한 외상 등 비대면 진료가 불가한 상황을 제외하고 그 외는 광범위하게 허용하며, 그에 맞는 비대면 진료에 대한 표준 진료지침을 확보하는 방법에 대해 고려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시 말하면, 세세히 법적으로 규정하기 보다는 실행 주체의 장에게 재량권을 위임하여 사업의 형태를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입법조사처는 기존의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이나 재택의료 시범사업 등과 효과적으로 연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입법조사처는 "조기 발견 및 조기 치료의 질환 예방 활동에서 발견된 고위험군에 대해 1차 의료기관 중심의 중재가 개입된다면 사업간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시범사업을 넘어선 비대면진료 제도화와 관련해서도 그 대상과 범위를 더 포괄적인 형태로 가야 한다는 주장은 보건복지부로부터도 나오는 중이다.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법안이 공회전하는 이유로, 너무 세부적인 기준을 다 넣으려고해서 진전이 없다는 지적을 복지부 측에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원들도 새로운 타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하고 있다. 최혜영 의원은 보건복지부의 이러한 주장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반발하면서도, 비대면진료 제도화 법안 발의자 입장에선 현시점에 새로운 타협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출입기자들과 자리에서 밝혔다. 그는 지금 기준에서 보완할 부분들에 대해 타협해서 법안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 안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비대면진료의 무분별한 남용이나 오용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의약계와 잘 협조해서 추진해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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