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에서 활성화 된 묶음 지불제 관련 자체 연구결과 공개
신포괄수가 대상인 심장·척추에 묶음지불제 적용 제안..선지급·후정산 방식
의료계와 사회적 합의·전담 조직 마련 등 선결 조건으로 제시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심평원이 미국 보험청 혁신센터를 벤치마킹한 ‘건강보험 혁신센터’ 조직을 통해 행위별 수가제의 대안적 지불제도를 탐색중인 가운데, 미국에서 활성화된 묶음지불제를 국내 신포괄 적용대상인 심장질환과 척추질환에 도입할 것을 제안해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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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원장 강중구)은 최근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를 위한 지불제도연구: 묶음지불제 중심으로’ 자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특히 대안적 지불제도 개발과 수가 혁신에 강중구 심평원장이 팔을 겉어 붙이는 중이라 주목된다. 최근 심평원은 건강보험 혁신센터를 심평원장 직할로 새로 구성했다. 혁신센터는 필수의료 지원을 위한 지불제도 개선 및 다양한 대안적 지불제도 개발과 공공수가개발, 상대가치점수 개선 등에 대해 중추적 역할을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보험 혁신센터는 미국 보험청 혁신센터(CMS Innovation Center)를 참고한 형태로, 강중구 원장은 최근 미국을 찾아 답사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에서는 심평원이 벤치마킹 중인 미국 보험청의 대안적 지불제도인 묶음 지불제도(묶음 수가, 포괄적 지불제도)를 살펴보며, 국내에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미국은 보험청을 중심으로 다양한 지불제도가 적용·실험 중에 있다. 구체적으로 ▲첫 묶음 지불제 사업인 BPCI ▲이를 보완한 BPCI Advanced(예비목표가격을 사전 제공하는 사후 조정 기전의 후향적 묶음지불제) ▲목표가격에 따른 후향적 묶음지불제도인 '관절치환술 포괄적 의료(CJR)' 등이다.

또한 전담조직인 CMS 혁신센터를 통해 체계적이고 다양한 지불제도 실험이 추진력을 받아 진행되는 중이다. 인센티브 지급과 의학회와의 협력을 통해 의료계 참여도 이뤄지고 있었으며, 관련 법 조항도 마련되는 등 행정 및 입법부 적극 지원도 뒤따르는 중이다.

반대로 우리나라의 지불제는 현재 행위별수가제가 독과점적 상태에서 대안적 지불제도인 포괄수가제 및 신포괄수가제가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포괄수가제는 7개 질환군에 국한되어 있고 신포괄수가제는 10년째 시범사업에 머물러 있다. 포괄수가제는 의료비 감소와 같은 정책효과를 나타대지 못하고 있으며, 재입원 및 분리청구 등으로 과잉진료를 유발, 중증 질환에 대한 업코딩이 나타나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신포괄수가제는 재원일수와 재입원율 증가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연구팀은 기존 포괄수가제 및 신포괄수가제 범위를 확대하고 보완하는 방향으로 묶음 지불제도를 국내에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단일 입원에 한정하거나 분절적 포괄수가제를 적용하는 것이 아닌, 포괄수가제의 범위를 입원 전 외래나 퇴원 후 환자 관리로 확대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묶음 지불제도를 적용한 보완된 포괄수가 형태로 선지급·후정산의 지불기전을 제시했다. 사전에 이미 결정되어 있는 DRG별 고정 수가 방식이 아닌 DRG별 목표가격을 이용한 사후 조정의 후향적 지불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과거 의료비용 기록을 바탕으로 과학적 통계를 통해 목표가격(예비목표가격)을 산출해 의료공급자에게 사전에 제공하며, 진료 후 실제 발생한 환자 구성으로 예비목표 가격을 최종 목표가격으로 업데이트 한다. 의료공급자는 기존의 행위별수가제로 진료를 제공한 후, 최종목표가격과 행위별수가제로 지출된 비용의 합산을 비교 후 지불 조정한다.

묶음 지불제도 적용 대상은 장기간의 회복과 재활이 필요하고, 다양한 의료공급자와 수준에서의 복합적인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심장질환 시술과 척추관절질환 시술을 연구팀은 언급했다. 심장질환과 척추질환은 기존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 대상이다.

이를 종합해 묶음 지불제를 적용한 포괄수가제 보완책 3가지를 연구팀은 제안했다. 먼저 신포괄 수가제 대상 질환에 묶음 지불제 요소를 적용하는 것으로, 연구팀은 이를 통해 의료비용 증가 통제기전을 보완하고, 보다 정확한 목표가격으로 의료공급자가 통제할 수 없는 비용 발생에 대한 의료공급자의 재정적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사후조정을 통한 재정적 위험을 공유함으로써, 건강보험에 대한 의료공급자의 책무성을 강화하고, 행위별 수가제에서 지불할 수 없던 서비스에 대한 지불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묶음지불제 적용에 대한 또 다른 방안으론 포괄수가제 대상 7개질환에 이를 적용하는 것이다. 외래와 입원(수술), 퇴원(수술) 후를 포괄하는 것으로, 의료서비스의 외래 전이 감소, 과소의료서비스 제공 감소 등이 전망된다. 연구팀은 묶음지불제 세 번째 적용방안으로 관절 전문 병원을 대상으로 적용할 것도 제안했다.

다만 이러한 묶음지불제 국내 적용에 대한 선결조건도 연구팀은 언급했다. 먼저 묶음지불제에 대한 의료계 수용과 시행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불액의 정확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환자의 중증도 평가가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하므로, 진단 및 입원 시 상병(Present on Admission, POA) 코드 정확도에 대한 모니터링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묶음지불제 시스템으로 치료를 받는 환자가 치료 중 의료공급자를 변경하는 경우를 위한 지불금의 공정 분배를 보장하는 체계가 필요하며, 더욱 많은 서비스가 필요한 환자에게는 더욱 높은 지불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공급자가 통제할 수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공급자의 지불을 기반으로 하며, 서비스 공급 전에 얼마나 지불받을지에 대해 공급자가 알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지불제 전환은 지불자, 의료공급자, 의료이용자로부터 이끌어낸 사회적 합의가 선제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건강보험 혁신센터를 염두한 듯 전담조직 필요성도 강조했다. 연구팀은 “우리나라는 지불제도 개편 추진이 파편화되어 있으며, 기존 조직에 속해 있어 조직 논리로부터 자유롭지 않아 혁신적 설계와 도입 그리고 일관적인 추진이 쉽지 않다”며 “체계적으로 일관적으로 이끌어나갈 전담조직 없이는 지불제도 개편은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와 지불제도 개편의 절박성을 공유하고, 국회의 지불제도 개편에 관심과 건강 보험에 대한 감독·관리 강화가 필요할 수 있다”며 입법부의 협조를 얻어내야 함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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