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사회,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성과-개선사항 담은 백서 발간
미디어-앱 등 불법사항 개선 물론 마약류 남용 저지 총 72건 민원 처리
박명하 회장, “자율징계권 확보 위해 전평제 개선 의협-복지부 관심가져야 ”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서울시의사회가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을 통해 의료계 자정활동에 적극 나서면서 ‘자율징계권 부여’에 한발 다가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실질적 조사권한이 미비한데다 제보로 한정된 업무범위에 따라 제대로된 성과를 도출하기 어렵다는 게 서울시의사회 측 지적이다.

게다가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를 거쳐 보건복지부의 판단 등 상위의 결정 과정도 늦어 문제가 큰 의사회원의 신속한 처벌이 어렵다는 것.

서울시의사회(회장 박명하)는 지난 18일 의사회관에서 ‘전문가평가단 백서 발간 기자회견’을 통해 시범사업 성과를 발표하고, 업무과정의 고충을 토로했다.

왼쪽부터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전문가평가단장, 박명하 회장
왼쪽부터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전문가평가단장, 박명하 회장, 박상협 정책위원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은 의사가 동료 의사의 품위손상행위·의료윤리 위배 등을 상호 모니터링해 평가하는 방식으로, 의료인단체 자율규제 및 기능 강화 및 자율징계권 부여를 위해 마련됐다.

서울시의사회는 이를 위해 지난 2019년 박명하 회장을 단장으로 6명의 광역위원을 정해 전문가평가단을 운영해오고 있다. 2021년부턴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부회장이 단장을 맡고 있다.

황규석 단장에 따르면 전문가평가단은 공정성을 기반으로 시범사업동안 총 72건의 민원을 처리했다.

구체적으로 ‘혐의없음(17건)’, ‘주의(35건)’, ‘행정처분 의뢰(11건)’, ‘조사중단(12건)’ 등으로 처리됐다. 조사중단의 경우 복지부에서 행정처분을 하거나 경찰조사가 이뤄져 중복된 사례다.

주요 민원은 홈페이지 및 방송매체 광고, 불법성형앱 광고, 유튜브 동영상, 불법의료광고, 의료인 폭언-폭행, 전공의 음주, 교수 직함 사칭, 동료의료인 비하, 비윤리적 마약류 처방, 비윤리적인 다이어트약 처방행위 등이었다.

박명하 회장은 “전문가평가단을 운영해온 결과 의사회원 간의 문제에 대해 합리적으로 조정이 가능하고 국민이 바로 접할 수 있는 방송, 유튜브, 성형 앱 등 불법적 사항을 개선할 수 있었다”며 “비윤리적 마약류 및 향정신성의약품 남용도 저지하는 등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미비한 성과? 권한과 절차가 발목=하지만 전문가평가제 수년간의 시범사업 기간과 처리 건수를 비교하면 사실상 미비한 결과로 보여진다. 서울시의사회는 이를 인정하면서도 권한과 절차의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 제기된 민원이 보건소로 이첩되거나 경찰조사가 이뤄지는 경우 전문가평가단이 개입할 수 없으며,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자료도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황 단장은 “12건 조사중단 민원 모두 복지부가 보건소에 조사를 이첩하거나 경찰조사가 이뤄진 경우인데, 이는 시범사업이어서 법적·제도적 근거가 부족해 생긴 어려움”이라며 “본사업으로 넘어갈 시 법적 근거를 마련해 행정기관에서 정보를 제공받고, 조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손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복지부는 평가단 의견을 존중했다기보다 재판이 이뤄지는 사안의 경우 판결이 나오면 그에 따라 처분을 내리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특히 서울시의사회는 행정처분을 결정하는 과정에 대한 문제점도 꼬집었다. 주의에 해당하는 문제의 경우 시도의사회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해결이 가능하나 행정처분이 필요한 심각한 사안의 경우 상위기관을 거쳐야 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이유에서다.

예를 들어 전문자평가단에서 1차 조사 후 행정처분이 필요할 시 의협 중윤위를 거쳐 복지부에서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리는데 이 과정에서 1년 이상 소요되는 사례가 존재한다는 것. 심지어 요청한 행정처분이 이행됐는지도 의문이라는 게 황 단장의 지적이다.

황 단장은 “가장 심각했던 사례는 불법적 펜타닐 패치, 마약류 식욕억제제 처방 건이었는데, 이를 중윤위에 행정처분 요청했고, 지난해 9월 복지부로 이관됐으나 처분 여부를 전달받진 못했다”며 “복지부에서 전문가평가단의 행정처분 요청을 수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 이뤄지는지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박 회장도 “동료가 봐도 환자를 진료해선 안될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의사에 대한 행정처분을 결정해도 이들이 환자로부터 격리되기까지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며 “과징금으로 대체하고 계속 환자를 보는 경우도 있는 상황에서 행정처분 절차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의사회는 전문가평가제 본사업 전환과 궁극적인 자율징계권 확보를 위해선 시범사업의 △행정절차 간소화 △징계처분 다양화 △용어 통일 △전담 부서 신설 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의협과 복지부에 시범사업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박명하 회장은 “필요할 때 말로만 자율징계권 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전문가평가제를 통해 근거부터 확보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차기 의협회장은 이 시범사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정부와 논의해 실질적으로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복지부가 평가단의 판단을 존중해서 빠른 처분을 내려줘야 한다”며 “문제 의사나 의료기관과 환자를 빠르게 분리시키자는 취지를 달성하고, 의사단체가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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