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에서 "의대정원 확대시책 졸속 추진 안된다" 쓴 소리
정지태 전임 회장도 "의사인력 무작정 확대 걱정" 정부 비판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이진우 연대의대 정형외과 교수 대한의학회 제25대 회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2026년 12월까지 3년이다.

대한의학회는 1월 18일 오후 서울 더플라자 호텔에서 정기총회 겸 회장 이·취임식을 거행했다.

이날 대한의학회 새 회장에 취임 한 이진우 교수는 지난해 1월대한의학회 정기평의원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선출된 바 있다. 이진우 신임 회장은 연세대학교 의료원 대외협력처장, 세브란스병원 연구부원장, 진료부원장 등을 역임한 후 지난 2022년부터 연세대 국제캠퍼스 부총장을 맡고 있다.

왼쪽부터 이진우 신임 대한의학회 회장, 정지태 전 회장

특히 이날 거행된 의학회장 이취임식에서 이진우 신임 회장은 취임사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의대정원 확대 추진에 쓴소리를 냈다. 인기영합에 따른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다. 이날 회장직을 이임한 정지태 전 회장도 이에 동참했다.

이 신임 회장은 현재 정부와 정치권이 추진하는 의대정원 확대를 포함해 의료정책에 대한 우려를 강조했다. 취임사에서 그는 “우리 의료계는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며 “의사인력 확충과 같은 문제를 본질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인기영합에 따라 졸속으로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런 문제에 대처하지 못하면, 그동안 우리가 구축한 선진국 수준의 의료시스템과 선배들이 쌓아온 의료의 전통과 자부심은 무너지고 그 피해는 모두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도한 이 회장은 “우리 의료는 수 많은 난관과 외부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오늘에 이른 경험을 가지고 있다”며 “의학회 회원들의 뜻과 지혜를 모으면 헤쳐 나가지 못할 일이 없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지태 전임 회장(24대 회장)도 이임사를 통해 의료계를 둘러싼 어려운 상황을 개탄했다. 정 전 회장은 “의사에 대해 희생과 봉사, 사명감을 앞세우는 정치인, 공무원들이 많다”며 “이제는 의사의 노력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정부는 깊게 고민하고 국민들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지역의료 및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위한 정부, 여당, 야당의 노력은 어디도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정 전 회장은 “연초에 발생한 야당 당수에 대한 테러의 수습과정을 보면서 지역의료의 붕괴를 막을 수 없겠다는 생각을 확고히 하게 되었다”며 “말 잔치일 뿐이지 어디에도 해결을 위한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필수의료 해결을 명목으로 무작정 의사만을 늘리려는 정부와 정치권에도 비판을 이어갔다. 정 전 회장은 “외국에서는 대한민국의 인구소멸까지 걱정하는데, 우리는 줄어드는 인구와 비례해서 인재의 적정한 배분에 대한 논의도 못하고 있다”며 “무작정 의사를 늘려 국가의 산업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연구가 필요하다. 학령기에 있는 최상위권 인재 모두를 의사로 만들면 공학을 비롯한 미래산업 인재와 기초과학 인재는 어디서 구할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 정 전 회장은 의료계가 모두 힘을 합쳐 한 목소리로 이 난국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학회 회기 전달식

◆ 의학회, 중개의학 연구센터 개소예정...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정책이사도 신설

이진우 신임 회장(25대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서 의학회가 추진하는 중점 사업을 소개했다. 먼저 회원학회와의 소통을 강화해 학회 운영상의 어려움과 필요를 채워주고 학회 간 갈등이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개입해 문제를 해결하는 조정자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대한의학회 조직을 강화해 학회 지원체계를 확립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회원학회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각 직능별 조직을 만들어 정책의 발굴과 개발 연대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올해 4월 개소예정인 연구센터도 언급했다. 그는 “의료정책 및 제도연구, 의학기반 국가경쟁력 강화, 첨단 의료기술 연구 등에 관한 사업단을 활용해 회원학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연구기반을 다져 나가겠다”며 “올해 4월 보건산업진흥원의 후원으로 중개의학 연구센터를 개소하게 되며, 이외에도 의료기기, 보건의료용어 등의 꼭 필요한 연구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회장은 정책의 보다 지속적인 발굴과 실현을 위해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를 담당하는 정책이사직을 신설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법적 분쟁, 필수의료 인력 부족, 의사인력 확충 등 현안에 대해 언론, 정부, 국회 및 법조계와 소통을 강화하고 상호 이해를 통해 의학회의 시각과 대안을 전달하는 창구를 정기화, 상시화 할 것이라고도 약속했다.

이 회장은 이러한 사업들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대한의학회 재정확충을 위해서도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그는 “현재 고유사업을 진행하는 예산은 전체 예산 중 24% 수준으로 주 재원은 외부단체 보조금과 회비에 국한되어 있다”며 “적극적인 학술진흥 사업과 학회 지원사업을 수행하기에는 의학회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이 문제를 다룰 ‘의학회 도약을 위한 재정위원회’를 구성하고 기부금 확대와 신규 수익사업을 적극 발굴토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 외에도 졸업 후 의학교육과 전문의제도, 보험제도를 비롯한 의료정책과 의학교육제도를 비롯한 고유사업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회무를 추진하고,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를 비롯한 의료관련 단체와도 깊은 유대관계를 형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정기총회에서는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정지태 전 회장과 임인석 전 부회장, 홍성태 간행이사에게 감사패를 각각 전달했다. 또한 이진우 신임 의학회장이 정지태 전 회장에게 공로패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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