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법사위에서 모자보건법 의결..9일 본회의 부의안건 상정
"한방 난임 시술 효과 입증 연구 없어..과학적 근거도 부족" 지적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한방 난임 치료 시술비를 국가가 지워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고 본회의 부의안건에 상정된 것에 산부인과가 반발하는 중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김재연)는 9일 긴급 성명을 통해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의 법사위 통과에 반발했다.

지난 8일 법제사법위원회는 한의약 난임 치료 시술 비를 국가가 지원하는 내용의 해당 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는 △난임극복 지원의 내용으로 ‘한의약육성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한방의료를 통하여 난임을 치료하는 한방난임치료비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함(안 제11조제2항제1호) △보건복지부장관으로 하여금 난임시술 의료기관의 한방난임치료에 관한 기준을 정하여 고시할 수 있도록 함(안 제11조의2) △임산부‧영유아‧미숙아 등에 대한 건강관리 등의 주체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함(안 제10조)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투입하여 한방 난임 치료비 지원 사업을 수행할 때에는 사업의 효과성과 과학적 근거 등을 고려하여 사업 수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외 문헌 중 의학적, 과학적 관점에서 명백하게 ‘한방 난임 시술의 효과’를 입증한 연구결과는 발견하지 못했고, 한방 난임 사업의 효과성 평가 결과, 현재까지 한방 난임 시술이 임신율을 높였다는 과학적 근거를 어디서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9일 오후에 열리는 본회의 부의 안건에 법안이 상정된 것에 대해 우려와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해 법안발의와 관련 한방 난임 치료비를 국가가 지원하는 데 대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개정 반대 입장을 국회 상임위에 제출한 바 있다.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지자체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의 현황 및 문제점 분석 연구보고서'를 통해 2017년∼2019년 3년 동안 지자체에서 진행한 한방난임사업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3년 동안 103개 지자체가 진행한 한방난임치료사업에 4,473명이 참여했으며, 498명이 임신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부 한 쌍을 1명으로 환산한 치료단위(3969명) 기준으로 12.5%의 임상적 임신(임신 6∼7주경 질 초음파 검사상 태낭과 태아의 심박동이 확인된 경우) 성공률을 나타냈다. 12.5%는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고 단순 관찰만한 원인불명 난임여성의 임상적 자연임신율(24.6∼28.7%)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이는 명백히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유산을 유발하는 임신 중 복용 금기 한약재가 한방난임치료에 처방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국내에서 수행한 연구에서도 한약재 목단피가 수정란의 착상과정을 억제, 초기 임신을 저해하고 있다고 발표하였는데, 난임환자에게 본 약제를 처방한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한의원마다 안정성도 유효성도 입증되지 않은 치료를 남발하고 있어 한방 치료에 표준화가 안된 것도 문제라고 산의회는 지적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한방난임사업에 참여하느라 시간을 할애한 여성의 경우 임신 가능한 골든타임을 놓치고, 보조생식술조차 시도하지 못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모르겠다”며 “난임 환자에게 현재의 시간은 매우 소중하며,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임신의 기회를 빼앗긴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 것인가 궁금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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