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사율 20배 높아…치료 가이드라인 조속히 마련해야

홍승봉 대한뇌전증센터학회 회장, 정부 차원 대책마련 시급

[의학신문·일간보사=이상만 기자] 국내 약 36만명에 달하는 뇌전증 환자 중 70%는 약물 치료로 발작이 완전히 조절되지만 나머지 30%에 해당하는 약 10만명 정도는 여러 가지 약물을 투여하여도 경련 발작이 재발하는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다.

이러한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는 수술을 필요로 하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수술 할 의사가 없어 제때 치료는 못받고 있는 실정이어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홍승봉 대한뇌전증센터학회장  
홍승봉 대한뇌전증센터학회장

홍승봉 대한뇌전증센터학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이제 국가는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의 치료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뇌전증 수술을 암환자, 뇌졸중과 같이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뇌전증 수술에 꼭 필요한 수술 로봇은 보건복지부의 20231대 지원에 이어서 2024년에도 2대 지원 예산이 통과되어서 다행이지만 뇌전증 수술과 환자 관리에 꼭 필요한 인력 지원 예산은 전혀 승인되지 않아 메이저 대학병원조차 인력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회장에 따르면 국내 뇌전증 환자는 약 36만명에 달하는데 이들 환자의 나이 분포는 소아청소년 환자가 14%, 성인 환자가 86%이다. 이중 70%는 약물 치료로 발작이 완전히 조절되지만 나머지 30%는 여러 가지 약물을 투여하여도 경련 발작이 재발하는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에 해당한다.

특히 젊은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의 돌연사율은 일반인의 20~30배이고, 14년 장기 생존율은 50%로 매우 낮다.

다만 뇌전증 수술을 받으면 뇌전증 돌연사는 1/3로 줄고, 14년 장기 생존율이 90%로 높아지는 만큼 수술을 해야 하는데 국내 대부분의 병원(90%)에서는 수술을 받을 의사가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국내 4대 메이저 병원들의 뇌전증 환자 수는 약 4만명에 이르지만 총 수술 건수는 1년에 60~70건에 불과하다. 뇌전증 수술팀은 신경과, 소아신경과, 신경외과, 전문간호사,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등이 필수인력인데 현재 인력 부족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Level-4 뇌전증센터(최상위 뇌전증수술센터)를 만족하는 병원은 미국에 230개가 있는데 한국에는 단 한 개 병원뿐이다. 일본은 2015Level-4 뇌전증지원거점병원 제도의 도입으로 전국에 골고루 28개가 지정되었고 앞으로 49개까지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홍승봉 회장은 뇌전증 수술은 선택이 아닌 필수의료로 1년에 2,000명 이상의 뇌전증 환자를 치료하는 전국 약 20개 병원들은 뇌전증 수술 환경을 제공해야할 사회적, 공공의료적 책임이 있지만 그러나 뇌전증 수술을 하지 않는 교수들은 연구논문을 많이 쓰고, 해외 학회에도 자주 나가는 등 비교적 여유 있는 삶을 살지만 뇌전증 수술을 열심히 하는 교수들은 너무 바빠서 밤 10시 이후에 퇴근하고, 해외 학회도 가지도 못하고 주말도 반납한다. 누가 계속 이렇게 살려고 하겠나고 반문한다.

그는 이제 국가는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의 치료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뇌전증 수술을 암환자, 뇌졸중과 같이 관리해야 한다면서 심뇌혈관센터와 같이 거점 뇌전증전문병원을 지정하고 관리해야만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고 피력했다.

또한 국내에서 뇌전증 수술을 하는 신경외과 전문의 수가 너무 적다. 90%의 대부분 병원들에는 한명도 없고, 극소수 수술병원에도 한명밖에 없어서 뇌전증 수술 교수가 해외 연수를 가거나 퇴직하면 수술이 갑자기 중단된다면서 뇌전증 수술 교수의 확충과 다른 병원에 가서도 수술을 할 수 있는 수술병원들 사이의 협력 시스템이 빨리 도입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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