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혈액암 학회 형평성 문제제기 후 암질환심의위원회 운영규칙 개정
첫 심사대 오를 ‘폴라이비’, 혈액암 특성 반영 여부 ‘바로미터’될 듯

[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제기되던 혈액암 등 질환 간 형평성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해당 학회들은 혈액암 치료제를 혈액암이 아닌 고형암의 기준으로 심사하면서 진료현장과의 괴리가 벌어지고 있고, 수십년만에 등장한 혁신 치료제도 연이어 급여 등재에 실패하거나 지연되어 왔다며, 혈액암 치료제가 질환 특성에 맞춰 평가될 수 있도록 암질심 위원 구성 및 운영방식이 개편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심평원이 지난 14일 제시한 암질환심의위원회 운영규칙을 살펴보면 혈액암 담당 심사위원을 1명 추가하고, 더 많은 질환 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회의 참석인원도 18명에서 25명으로 늘리는 안 등을 골자로 한다.

이는 연초 대한조혈모이식학회와 대한혈액암학회가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혈액암 소외’에 대한 해결책을 상당 부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혈액암은 고형암에 비해 환자가 드물기 때문에 대규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는 고형암에 비해 불리한 면이 많다. 수치적으로 비슷한 개선 효과를 보이더라도, 환자 수가 적어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기 까다롭거나, 치료제 공백이 길었던 만큼 기존 약제 대비 ‘비용’ 차이가 커보여 정부를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같은 수영이라도 단거리, 장거리 경주에서 ‘1초 차이’가 다른 의미를 지니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심평원의 이같은 움직임에 맞춰 내년 첫 암질심에 상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로슈 혈액암 치료제 ‘폴라이비’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폴라이비는 20년만의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1차 치료제이자 NCCN 가이드라인에서 category 1 및 선호요법으로 권고되는 치료제다. 국내에서는 지난 6월 급여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올해 암질심에는 상정되지 못했다.

최근 환자단체연합회, 백혈병환우회에서 폴라이비의 신속 심사를 요청하는 청원을 복지부, 심평원에 제기하는 등 혈액암 환자들의 사회적 요구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첫 암질심에서 평가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특히 폴라이비는 ‘질환의 특수성’이 반영될지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는 점에서도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허가 임상인 POLARIX 연구에서 폴라이비 병용요법은 치료 24개월 시점에 질환이 진행되거나 사망에 이를 위험을 27% 낮췄는데, 이같은 24개월 무진행생존 지표는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에서 전체생존율의 대리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24개월 무진행생존에 도달할 경우 5년 생존율은 94%로 일반인과 유사한 수준까지 높아지나, 그렇지 못한 경우 19%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nbsp;24개월 무진행생존 도달 여부에 따른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의 생존율 비교&nbsp;<br>
24개월 무진행생존 도달 여부에 따른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의 생존율 비교

이와 유사한 이유로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에 대한 ESMO 가이드라인 역시 치료 후 24개월 무사건생존률 데이터를 전체생존율의 대리지표로 활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선행 연구를 통해 해당 지표가 나이나 성별과 관계없이 전체생존율을 잘 반영하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폴라이비 병용요법은 기존 치료법인 R-CHOP 대비 향후 10년 동안 2차 치료를 받는 환자 수를 27%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나, 환자의 예후를 개선시킬 뿐만 아니라 후속치료에 대한 사회경제적 부담도 줄여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상대적으로 급여 목소리에서 소외받던 혈액암이 이번 높은 생존율, 효과를 가진 폴라이비 급여 여부가 혈액암 급여 변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관련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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