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비대위-13보의연 vs 간호협회 구도로 투쟁 갈등..단식도 이어가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끝내 폐기..최근 재발의로 불씨는 여전히 존재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올해 상반기는 간호법 제정안을 두고 입법을 촉구한 간호협회와 폐기를 외치던 대한의사협회 등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 간 갈등이 극에 달했던 시기였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오던 간호법 제정안을 둘러싼 갈등은 올해 초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간호법을 ‘법안의 무덤’으로 불리던 법제사법위원회 제2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하면서 폭발했다.

2소위 회부가 알려지자 13보건복지의료연대는 환영을, 간호협회는 원천무효를 주장했다. 그러는 사이 국회 내에서도 갈등이 빚어졌다. 간호법을 발의, 의결한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당시 간사(2023년 2월 기준)인 강훈식 의원은 269일동안 법사위에 회부된 이후 처리되지 않다가 2소위로 회부한 것을 비판했다. 상임위원회를 존중하지 않는 행위이며, 상임위 중심주의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 의원은 강조했다.

결국 표결 끝에 본회의로 간호법 제정안의 직회부가 결정됐다. 이 때 금고형 이상의 형벌을 받은 의사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도 함께 직회부됐다.

간호법 직회부가 결정되자, 대한의사협회는 본격 ‘투쟁모드’로 변했다. 2월 19일 임시대의원총회에서 국회 본회의로 직회부된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을 저지하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의결했다. 이후 대의원회 투표 끝에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이 비상대책위원장에 당선되어 투쟁을 이끌었다.

3월 4일부터 비상대책위원회는 전국단위 투쟁을 전개했다. 16개 시도의사회는 각 지역 민주당사 앞에서 간호법 폐기를 촉구하는 반대시위를 개최했다. 또한 각 시도의사회 정기총회에서 간호법과 의료인면허취소법 폐기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투쟁에 힘을 보탰다. 또한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와 연계한 총력투쟁을 전개했다.

이에 맞서는 간호협회의 기세도 맹렬했다. 간호협회는 간호법 추진단을 결성해 간호법 제정을 촉구했으며, 간호법 제정 촉구 범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또한 매주 수요집회를 통해 간호법 제정을 촉구했다.

그 사이 국회에서는 중재안이 등장했다. 당시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간호법 명칭 △지역사회 문구 포함 여부 △업무범위 등에 대한 중재안을 간호협회에 제시했으나, 수용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회가 중재안을 두고 줄다리기 하는 사이 의료계는 단식투쟁이 이어졌다. 비상대책위원장인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은 국회 앞 천막에서 철야농성을 진행하며 단식을 이어갔다. 박태근 대한치과의사협회장도 단식을 진행했으며, 이후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회장도 간호법이 4월 27일 본회의를 통과하자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이들은 투쟁 도중 건강이상으로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간호협회도 단식을 이어갔다. 간호협회 김영경 회장을 비롯한 간호계 대표들은 간호법 국회 본회의 통과 이후인 5월 초부터 간호법 공포를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4월 27일 간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13보건복지의료연대와 대한의사협회의 유일한 희망은 대통령 거부권만 남아있었다. 의료계는 3일과 11일 연가투쟁에 이어 17일 총파업을 예고하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압박을 가했다.

의료계 직역 간 갈등이 심해지는 사이 보건복지부는 13보건복지의료연대 총파업을 우려하는 한편, 당정협의를 통해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대통령에게 요구할 것을 여당과 결정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5월 15일 브리핑을 통해 간호법 제정이 의료인간 신뢰와 협업을 저해하고 있다며, 국무위원으로 5월 16일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대통령에게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5월 1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후 절차에 따라 5월 30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을 진행한 결과, 간호법 제정안은 부결됐고 자동으로 폐기절차를 밟았다.

간호법 제정안이 폐기되면서 대한의사협회를 필두로 한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와 간호협회 간 갈등은 마무리되는 듯 했지만, 최근 간호법이 재발의되면서 21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않아 실제 입법이 이뤄질 지는 미지수이기는 하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은 상태다.

국회 보건복지위 민주당 간사 고영인 의원(안산 단원 갑)은 11월 22일 간호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간호법의 경우, 당초 지난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재의결 과정에서 부결된 법안을 수정보완해서 재발의한 법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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