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심의과정과 엄격한 기준에 적절시기 투약받지 못하는 사례 많아
같은 약제임에도 질환별로 다른 승인율도 문제
복지부-심평원 "일정부분은 오해..예측가능성 높이도록 개선하고 노력하겠다"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희귀질환자들에 고가의 치료제를 급여 사용하도록 승인하는 사전승인제도에 대한 개선 목소리가 임상 의료진과 환자들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다. 희귀질환 환자들에겐 동아줄 같은 제도지만, 느린 승인속도와, 임상현장과 동떨어진 엄격한 승인기준, 낮은 승인율로 오히려 고통받는 중이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희귀질환 약제 사전심의제도(사전승인제도) 개선방안’ 토론회가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사전심의(사전승인)제도는 치료 전 요양급여여부를 결정해 국민에게 고위험, 고비용 서비스를 최적의 의료로 제공하기 위해 운영중인 제도다. 2012년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 치료제인 솔리리스를 대상으로 첫 약제 사전심의제도가 도입되었다. 이후 스핀라자, 울토미리스, 스트렌식, 졸겐스마, 에브리스디, 크리스비타 등 희귀질환 치료제들로 확대됐다. 희귀질환의 경우 약제 가격이 초고가인 경우가 많아 이 제도를 통해 건강보험 급여화를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고시에 의해 대상질환별 급여기준에 차이가 있어 사전심의 승인율도 질환에 따라 차이가 있다. 또한 초기진단 투약이 예후를 결정하는 희귀질환임에도 복잡한 급여기준과 복잡한 신청절차, 긴 시간이 소요되는 심의로 결과를 기다리다가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편이다.

원용균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방사선종양학교실 조교수는 “200명 이상 환자가 이 제도를 통해 투약을 유지중이고, 다수의 약제들이 급여화 방안으로 이 제도를 고려할 정도로 초고가약제들의 급여를 위한 제도로 성공적으로 정책했다”며 “약효에 대한 사후 모니터링 보고서 제출 자료로 근거를 창출해 희귀질환 환자들의 진료 질 개선에 도움을 줬으며, 혈액종양내과와 신장내과, 소아청소년과, 신경과 등 전문가 집단의 적극참여가 이뤄진다는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급여 조건에 따라 치료에 배제되는 환자군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고 단점을 말했다. 또한 그는 “질환의 특성을 반영하기 어렵다”며 “비정형 용혈성 요독 증후군은 흔히 급성질환 환자들이 사전심의(사전승인)를 신청하는 상태에서 혈전교환술이나 투석을 받고 한다. 이 때 다른질환이 아닌경우 명확하게 증명이 되어야 급여가 되는데, 응급심의가 이뤄졌음에도 병원검사가 따라가지 못해 적절 시기에 투약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상급종합병원 전문의료진으로 제한된 신청 조건에도 불구하고 낮은 승인율을 보이고 있고, 희귀질환의 특성상 근거자료가 많지 않아 개선시 요청하는 근거자료가 부족해 급여기준 개선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처방신청의사가 재신청 또는 이의신청에 필요한 근거(불승인 사유) 등을 바로 알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고 원 교수는 언급했다.

원 교수는 사전심의를 포함한 희귀질환 약제 급여기준을 신속하고 유연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급성질환에 대한 희귀질환 치료제를 응급하게 심의하는 것이 힘들다면 사전심의가 아니라 위험분담제(RSA)로 변경하는 등 심의방법을 유연하게 바꾸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수아 대전을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비정형 용혈성 요독 증후군 치료 임상현장에서 느낀 사전심의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의신청에 따른 심의 결정문과 1차 심의 결정문이 차이가 없어 정말 제대로 된 심의가 이뤄지는지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그는 “사전심의제도 기준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급박하게 임상경과가 변하는 상황에서 과도하게 많은 검사를 진행해야 하고, 검사결과의 통보까지 수 일이 걸리는 검사도 포함되어 있다”며 “뿐만 아니라 장기이식 환자의 경우 (사전심의를 위해) 면역억제제에 의한 2차성 혈전미세혈관병증의 감별이 필요한데, 이식 장기의 거부반응 발생 위험을 감수하고, 면역 억제제를 중단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의 제도에서는 사전심의제도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심의통보를 받기 전까지 아무런 치료도 하지 않고 기다려야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진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국장은 희귀질환 환자들은 치료제의 사전승인만을 기다리는 상황임을 강조했다.

이어 올해 국정감사에서 비정형 용혈성 요독 증후군에 대한 솔리리스 사전승인율이 낮은 이유에 대한 심평원의 서면답변을 비판했다. 심평원은 승인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불승인 사례가 많은 것은, 전문가 판단 받기 위하거나 급여기준 이해부족 상태서 신청하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김 국장은 “임상현장에서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안이 급여기준에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를 임상의료진의 이해부족으로 돌리는 건 이해가지 않는다”며 “희귀질환임에 따라 치료 가능한 의료진조차 부족한데, 그런 의료진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을 존중받지 못하는 것이 이해가지 않고, 필요하다면 사전승인심의위원회에 해당질환 의료진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윤희중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내과수석심사위원,&nbsp;오창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br>
왼쪽부터 윤희중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내과수석심사위원, 오창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

이러한 지적들에 대해 오창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일단 재신청의 경우 승인율은 나쁘지 않지만 같은 솔리리스도,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과 비정형 용혈성 요독 증후군 등 다른 질환에서 승인율 차이가 왜 발생하는 지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며 “또한 비교적 안정화 된 약제는 사전승인제를 사후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심사 신청하는 기관에 어떤 경우 불승인이 일어나는지 통계분석해서 피드백 하는 방식으로 승인율을 올릴 것이라고도 밝혔다.

윤희중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내과수석심사위원은 사전승인율과 승인 소요시간은 일정부분 오해가 있음을 밝혔다.

그는 “승인심의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하는데, 재신청이나 이의신청이 들어온 것은 최대한 빨리하는 중”이라며 “신청시 여러기준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환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사전 승인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단순 승인율이 낮다고 하더라도 환자접근성을 저해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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