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지난해 초음파기기 이어 8월 뇌파계까지 한의계 승소 판결
건보 등재 여부로 초점 옮겨져…심평원 한방의료행위 전문평가소위 주목

[의학신문·일간보사=정광성 기자] 올해는 한의사의 진단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의료계‧한의계 대립 속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된 해였다.

법원이 지난해 말 초음파기기에 이어 올해 8월 뇌파계까지 잇따라 한의사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리며, 한의계는 환영의 뜻을, 의료계는 분노를 표출했다.

지난 8월 진행된 한의사 뇌파계 허용 판결에서 대법원은 “원심의 이유 설시가 다소 부적절하다”면서도 “원심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은 없다”는 결론을 내리며 상고를 기각했다.

이는 뇌파계를 사용해 치매‧파킨슨병을 진단‧치료하다 면허정지 처분을 받은 A한의사가 지난 2013년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면허자격 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패한 후, 항소해 2016년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한 2심을 유지하고 보건복지부의 상고를 기각한 것.

당시 사건에서 A한의사는 뇌파계로 치매‧파킨슨병을 진단했고, 지역 보건소는 A한의사가 면허허용 외의 의료행위 및 무허가 의료광고를 했다며, 그가 운영하던 한의원에 대해 업무정지 3개월 및 경고처분을 내렸고, 이에 복지부도 45일의 먼허정지‧경고처분을 내렸고 이에 A한의사가 복지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과정에서 복지부를 보조해 의협‧신경정신의학회‧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등 의사단체들이 소송에 참여하고, A한의사의 조력자로 한의협이 힘을 보태며, 의료계-한의계 갈등의 대리전 양상을 띠기도 했다.

의료계는 지난 8월 19일 한의사 뇌파계 사용 선고를 앞두고, 한의사 초음파의료기기 사용 관련 소송에서 B한의사가 2010년 3월~2012년 6월 초음파 진단기기를 이용해 자궁내막증식증을 앓고 있던 C환자의 신체 내부 촬영 및 자궁내막 상태 확인 등을 했지만 2년간 68회 초음파 검사를 시행했음에도 자궁내막암을 찾아내지 못한 만큼 한의사의 진단의료기기 사용이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이 결국 한의계의 손을 들어주며, 의료계는 ‘국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세계 신경학 연맹‧아시아 오세아니아 신경과 학회 등 뇌파 검사가 파킨슨병‧치매 진단에 쓰이지 않고, 뇌파 검사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신경학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대한민국 대법원에 제출했음에도, 세계적인 전문가 단체들의 우려와 의견을 무시한 판결’이라고 분노했고, 양측의 대립은 새로운 양상으로 돌입하게 됐다.

한의사가 뇌파계‧초음파 기기 사용 시 법적 처벌은 받지 않지만, 이 같은 현대 진단기기 사용은 급여는 물론 비급여 행위로도 인정받지 못한 상태로 비용을 받는다면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에 초점이 건강보험 등재 여부로 옮겨간 것.

이에 의료계 관계자들은 한의계에서 신의료기술 건강보험 등재 절차에 따라 초음파‧뇌파계의 급여‧비급여 평가 시행을 할 것이라 예상하고 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사협회 김종민 보험이사는 “심평원 한방의료행위 전문평가위원회에는 의협 임원들이 있지만 신의료기술평가 급여‧비급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산하 소위원회에는 배제됐다”며 “특별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0여 년을 넘게 이어온 한의사의 뇌파계‧초음파 기기 사용 분쟁이 위법 여부에서 건강보험 등재로 새로운 국면을 맞은 가운데 어떠한 결론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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