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래 악화일로...내년에도 이어질듯

[의학신문·일간보사=김자연 기자] 지난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본격화된 세계적 의약품 부족 현상이 올해 피크를 이뤘으며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보건계 약사 협회에 의하면 2023년은 의약품 부족이 최고조에 달하며 화학요법제, 국소 마취제 등의 부족으로 환자 치료에 영향을 미칠 정도가 됐다.

파마콤파스에 따르면 올들어 11월 초를 기준으로 세계 34개국에서 총 1868개 활성성분, 7627개 치료제가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strong>올들어 높은 수요로 부족해진 12대 치료제 (파마콤파스)&nbsp;</strong>
올들어 높은 수요로 부족해진 12대 치료제 (파마콤파스)

부족 원인은 미중 무역 전쟁,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여파 가운데 제조문제(31%), 공급문제(19%), 높은 수요(12%), 중단(5%), 원료물질 부족(4%)의 순으로 조사됐다. 원료물질 부족의 대표적 예는 바이반스(Vyvanse, lisdexamfetamine dimesylate), 메칠페니데이트 염산염, 레보플록사신 등으로 파악됐다.

또한 부족이 가장 많은 국가는 스웨덴, 노르웨이, 캐나다, 미국, 오스트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경우 지난 5~6년간 매년 25개의 분자에 대해 새롭게 부족이 보고된 가운데 지난 6월을 기준으로 총 160개가 부족이 보고됐다.

우선 공급 대비 높은 수요에 따른 부족 의약품으로는 당뇨 및 비만에 GLP-1 치료제, ADHD에 바이반스, 메칠페니데이트 염산염 등, 소아 감염에 액상 아목시실린, RSV 예방제 베이포터스(Beyfortus) 등이 지목됐다.

특히 항암제는 미국에서 11월 중반까지도 시스플라틴, 카보플라틴, 메토트렉세이트, 카페시타빈, 클로파라빈, 로이코보린 칼슘, 아자시티딘이 부족했고 아이큐비아에 의하면 다카르바진, 시타라빈 부족도 일어났다. 다만, FDA와 제약사의 협력으로 근래 시스플라틴 부족은 해소됐다는 평이다.

이밖에도 미국에서는 항생제, 스타틴 및 아데노신, 리도카인, 로수바스타틴, 아토르바스타틴 심장약도 부족하다고 파마콤파스는 전했다.

이와 같은 부족 현상은 정치·지리·경제적 상황과 더불어 가격경쟁으로 인해 제네릭 업계의 마진이 박해지면서 비용 절감 때문에 품질이 악화되고 생산 문제 및 차질을 일으킬 위험도 높아지는 악순환 탓으로도 분석된다. 더구나 제조업체가 사업을 포기하면 공급이 더욱 줄고 부족이 심화되게 된다.

최근 아이큐비아 발표에 따르면 올해 6월을 기준으로 미국서 부족한 132개 분자 중 84%가 제네릭, 67%가 주사제로 나타났다.

또한 부족 사태의 3/4 이상은 단일 제조 등 고도로 집중된 시장에서 일어나는 만큼 일단 주요 공급업체에 문제가 일어나면 부족 사태가 상당 기간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즉, 부족의 75%가 1년 이상 지속됐고 58%는 2년도 넘게 부족했다.

아울러 유닛 당 가격이 1달러 미만인 의약품 중에서는 11%가 부족했으며 또 부족 보고 125개 의약품 중 56%가 가격 1달러 미만인 등 초저가 치료제 가운데 부족이 흔하게 나왔다.

이 가운데 FDA가 제약사들과 문제 해결을 위해 작업한 결과 다소 개선이 일어나고 있다는 평이며, 유럽 역시 지난 20년간 부족 의약품이 20배 급증하며 항생제 등 부족 제품에 관해 모니터링 및 공조 등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의약품 부족이 지난 6개월간 더욱 악화됐는데 파마콤파스에 의하면 동기간 이탈리아의 부족 의약품은 423개에서 541개로, 노르웨이는 320개에서 370개로, 스페인은 259개에서 342개로 더 심각해졌다.

이에 따라 새해에도 의약품 부족 문제는 다소 개선은 되겠지만 쉽사리 해결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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