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블록버스터 기대감 키우는 국산 폐암 신약
내년 초 1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전망…환자 치료 기회 확대

[의학신문·일간보사=김정일 기자] 유한양행의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메실산염일수화물)’가 내년 초 1차 치료제로 건강보험이 적용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최근 건강보험공단과 유한양행은 렉라자에 대한 폐암 1차 치료 급여기준확대 협상을 타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12월 중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상정된 뒤 2024년 1월부터 급여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렉라자의 1차 치료제 건강보험 급여 적용시 국내 항암제 시장에서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를 확대하면서 국산 신약의 위상 제고할 것으로 기대된다.

렉라자는 유한양행이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개발한 31호 국산신약이다.

유한양행은 2015년 제노스코사로부터 렉라자의 초기물질을 기술도입해 유한양행의 물질 최적화와 공정개발, 비임상 및 임상연구를 통해 렉라자의 가치를 높였다.

이후 2018년 11월 유한양행은 렉라자를 글로벌제약회사인 얀센에 12억 5500만달러(약 1조 4000억원, 2018년 환율 기준)에 기술 수출했다.

렉라자는 2021년 1월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이전에 EGFR TKI로 치료받은 적이 있는 EGFR T790M 변이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치료’로 품목 허가를 받았다.

이어 2023년 6월 30일 렉라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EGFR 엑손 19 결손 또는 엑손 21(L858R) 치환 변이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로 확대 허가됐다.

‘LASER 301’ 등 임상 통해 유효성·안전성 확인

렉라자는 타이로신 키나아제 억제제이다. 이 약은 EGFR 돌연변이 선택성이 높은 비가역적 EGFR-TKI로 야생형 EGFR에는 낮은 선택성을 보였으며 활성 EGFR 돌연변이 Exon19del, L858R 및 T790M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하고 뇌혈관장벽을 통과한다.

1차 치료제 단독 3상 임상 ‘LASER 301’을 통해 렉라자는 기존 치료제 대비 매우 뛰어난 항암효과를 나타냈다. 렉라자의 허가 임상인 LASER 301 연구는 13개국 96개 기관에서 이전에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활성 EGFR 돌연변이(엑손19 결손 또는 L858R 치환 변이)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393명을 대상으로 게피티니브 대비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한 3상 임상시험이다.

시험 결과에 따른 1차 평가변수인 무진행 생존기간(PFS)에 대한 분석 결과, 레이저티닙 투여군은 20.6개월, 게피티니브(상품명 이레사정) 투여군은 9.7개월로 나타나 레이저티닙 투여군이 게피티니브 투여군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무진행 생존기간을 개선시켰고,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55%(위험비 0.45)까지 낮추는 임상적 혜택을 보여줬다.

특히, 렉라자의 PFS 개선 효과는 전체 하위그룹에 걸쳐 일관되게 나타났는데, 이 중 아시아인 환자만을 대상으로 분석했을 때도 렉라자 투여군의 mPFS는 20.6개월, 게피티니브 투여군은 9.7개월로 나와 글로벌 전체 환자와 일관된 치료 결과를 보였다.

특히 렉라자 240mg는 시험 등록 시점에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측정 가능하거나 측정 불가능한 중추신경계(CNS) 전이 환자 86명 대상으로 한 하위분석 결과에서도 CNS 전이 여부에 관계없이 우수한 항종양 효과를 보였다.

렉라자 240mg 투여군은 두개강 내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iPFS) 28.2개월, 게피티니브 250mg 투여군은 8.4개월로 약 3배의 차이가 나타났고, 두개강 내 객관적 반응률(iORR)은 렉라자 240mg 투여군 94.4%, 게피티니브 250mg 투여군 73.3%로 나타났다.

렉라자와 게피티니브의 안전성 프로파일은 기존에 보고된 각각의 안전성 프로파일과 일관된 결과를 보여줬다. 렉라자 240mg 투여군에서 가장 빈번히 보고된 이상반응은 손발저림 39%, 발진 36%, 가려움증 27% 순으로 보고됐고, 보고된 이상반응 대부분은 1-2 등급 수준의 경증 이상반응이었다. 간질성 폐질환 및 3등급 이상 QTc 연장 같은 이상반응 발생률은 각각 3%, 1% 수준으로 매우 낮았다. 또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좌심실 박출률 감소는 관찰되지 않았다.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렉라자는 2021년 7월 건강보험 급여목록 등재와 함께 본격적으로 처방 시장에 진입한 이후 2021년 41억원, 2022년에는 161억원의 매출로 발매 2년째에 10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3분기 누계로는 렉라자의 매출은 164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미래에셋증권은 렉라자의 건보 급여 등재로 2024년 매출액 88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국산 신약으로서의 입지와 효과 등의 신뢰로 국내 의료기관에서 빠르게 치료제로서의 확대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향후 국내 시장에서 보다 빠른 침투가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또한 렉라자는 뛰어난 두개강 내 항종양 효과, 기존 EGFR TKI 대비 낮은 심장 독성 우려 및 가장 흔한 2차 돌연변이 내성인 T790M에도 뛰어난 효과를 보여 3세대 EGFR TKI로서 치료 미충족 수요도 상당 부분 보완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얀센이 진행한 렉라자와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 병용 임상시험도 성공적이어서, 렉라자는 본격적인 글로벌 신약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2023년 유럽 종양학회에서 렉라자 병용요법 임상 결과가 발표됐다.

병용요법 임상 ‘MARIPOSA’를 이끈 세르란스병원 조병철 교수는 “렉라자의 효과가 글로벌 표준 치료로 통하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와 직접 비교한 결과 월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이어 “렉라자·리브리반트를 병용 투여한 환자군이 타그리소만 쓴 환자보다 질병 진행과 사망 위험을 30% 감소시킨 것”이라며 “항암제를 선택할 때 중요한 것은 암 진행을 늦추는 것과 전체 생존율인데, 렉라자·리브리반트는 이 두 조건 모두를 충족했다”고 말했다.

얀센은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병용요법에 대한 품목허가를 신청할 방침이다. 조 교수는 “얀센이 올해 FDA에 신약 허가신청(NDA)을 하면 이르면 내년, 늦어도 2025년 허가를 받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얀센은 존슨앤드존슨 전략 결정 컨퍼런스 콜에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아미반타맙(성분명 리브레반트)과 렉라자(레이저티닙) 병용요법을 향후 2025년 이내 연간 매출 50억 달러 이상을 달성할 파이프라인 중 하나로 선정한 바 있다.

2023년 7월부터 조기 공급 프로그램 가동 중

유한양행은 2023년 6월 30일 렉라자의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로 확대 허가 받고 난 후 이어 7월 대대적인 조기 공급 프로그램(Early Access Program, EAP)을 실시하고 있다.

EAP를 시행한 목적은 효과적인 3세대 EGFR TKI에 대한 진료 현장의 심각한 미충족 수요와 생명 연장을 위해 해당 약제가 급여 적용돼 처방받기만을 기다리는 환자들의 절박한 요구가 있다는 것을 유한양행이 인지한 데 있다.

이러한 대규모 EAP는 ‘가장 좋은 상품을 만들어 국가와 동포들에게 도움을 주자’는 유한양행 창업자 故 유일한 박사의 정신을 기반했다.

EAP로 올해 연말까지 900명 이상의 환자들이 무상 공급으로 치료가 가능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간보사·의학신문은 제약사들의 대표품목 및 중점 육성품목을 재조명하는 기획 시리즈 ‘제약 PICK!’을 진행합니다. 이 기획 시리즈를 통해 회사와 함께 성장해가는 제품들의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갈 예정입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