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절반 이상이 5년 이내 사망… 신속 치료 통한 악화 예방 필요
솔리리스, 2년 동안 환자 88% 이상에서 혈소판 및 LDH 수치 정상 범위 유지

[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이하 aHUS)은 체내에 이물질이나 병균 침입 시, 이를 파괴하는 역할을 하는 면역체계인 ‘보체’의 활성이 조절되지 않아 생기는 보체 매개성 혈전성 미세혈관병증이다. 100만 명 당 2~3명에서 발생할 정도로 극희귀질환이라, 국내에서는 질병코드도 없는 상황이다.

정철웅 고대안암병원 이식혈관내과 교수는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는 어디서 합병증이 발생할지 모르고 급작스러운 병의 진행으로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며, “진단이 늦어지면 사망이나 말기 콩팥 질환의 위험이 높아지는 만큼 진단 이후 빠른 시일 내로 적절한 치료가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보체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면 미세혈관 내 혈전과 염증이 생기는 혈전성 미세혈관병증(TMA)이 발생하여 신장, 심장, 폐, 중추신경계 등 주요 기관에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한다.

특히 TMA가 급속히 진행하게 되면 혈관으로 이루어진 조직인 신장이 일차적으로 침범되어 급성 신손상을 겪거나 생명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높다.

연구에 따르면 성인 aHUS 환자 46%에서 첫 혈전성 미세혈관병증 발병 후 1개월 이내에 말기콩팥병으로 진행되거나 사망했으며, 절반 이상의 환자(64%)는 5년 이내에 말기콩팥병으로 사망했다.

과거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는 치료제가 없어 혈장수혈 및 혈장교환술, 면역억제제, 투석 등 증상을 관리하는 대증적 치료 외에는 방법이 없었으나, 2011년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보체억제제인 솔리리스가 등장하면서 치료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솔리리스는 C5 단백질과 결합해 보체 연쇄 반응을 억제하는 기전으로3 2건의 전향적 연구를 통해 88% 이상의 환자들이 2년간 솔리리스 치료를 통해 정상 범위의 혈소판 수치와 젖산탈수소효소(LDH) 수치를 유지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혈소판은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 환자의 혈전 정도를, LDH는 용혈의 정도를 나타내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 환자의 치료 효과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들이다.

또한, 솔리리스는 실제 국내 임상 현장에서도 치료 혜택을 입증했다. 2013년부터 2021년까지 8년 간 국내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 환자 대상 솔리리스 치료 유무에 따른 예후를 확인한 후향적 연구 중간 분석에 따르면, 마지막 추적 관찰일까지 말기콩팥병 없이 생존한 비율이 솔리리스 투여군에서는 약 79%에 달한 반면, 비투여군은 약 52%에 그쳤다.

[Case. A씨(여성, 60대)]

A씨는 원인 불명의 말기콩팥병으로 투석 중 가족의 신장을 이식받았다. 이식 직후 잘 기능을 하던 신장이 이식 수일 후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하였고 여러 검사를 통해 항체 매개성 거부반응으로 진단해 혈장교환술, 면역글로블린 투약 등 여러 치료를 시행했지만 신장의 기능은 호전되지 않았다.

치료 중 A씨에게 용혈성 빈혈, 혈소판 감소증, 보체 감소 등 혈전성 미세혈관병증이 추가적으로 확인됐고, 의료진은 신장이식 후 발생한 aHUS를 의심해 다른 질환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한 추가 검사 통해 aHUS로 확신, A씨에게 솔리리스를 긴급 투약했다.

솔리리스 투여 후 점차 A씨의 혈소판, LDH 및 다양한 혈액학적 지표들이 개선되었고, 여러 치료에도 반응이 없던 신장 기능이 회복되기 시작하였다. 2주간에 걸쳐 솔리리스 치료를 시행했고, 그 기간 동안 A씨의 혈청크레아티닌이 점차 감소해 정상 범위를 되찾았다.

그러나 솔리리스 긴급투약을 통해 이식된 신장이 회복되던 중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A씨의 솔리리스 투약에 대한 사전승인신청을 불승인했고, A씨는 결국 경제적 부담으로 투약을 중단했다.

A씨는 다행히 솔리리스 투약에 빠른 반응을 보여 현재는 안정된 신장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혈액학적 불균형이 재발할 가능성이 커 A씨는 추적관찰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며 A씨의 증상이 다시 악화되면 의료진은 솔리리스 투약을 위한 재심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솔리리스는 2016년 aHUS 치료 목적으로 적응증을 획득한 이후 2018년 약제 투여 전 적격 환자 여부를 판단하는 사전심사제도를 통해 급여 적용됐다.. 현재 국내에서 aHUS 치료로 보험급여를 적용 받기 위해서는 4가지 대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aHUS는 명확한 진단법이 없어 임상적 증상들을 바탕으로 다른 질환의 가능성을 순차적으로 배제하는 배제 진단이 이뤄지고 있는 탓에 , 심평원에서 제시하고 있는 급여 조건에 맞추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철웅 교수는 “aHUS 현 급여 조건은 진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급여 기준으로 환자의 치료 접근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로 기존 치료와 현격히 다른 예후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환자들이 치료가 가능하나 치료의 시기를 놓쳐 피해를 보지 않도록 질환의 임상적 특징이 반영된 급여 기준으로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