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충족 기대는 '허상'…인기과 유입만 늘어날 것
국회 토론회서 의학교육전문가-전공의 대표 등 쓴소리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정부의 ‘묻지마 식’ 의대정원 확대 추진에 의학교육 전문가들이 쓴소리를 내뱉었다.

"지역의료 불균형을 포함한 모든 의료문제를 의대정원 확대로 해결하려는 태도는 곤란하며, 의대정원을 늘린다고 해도 필수의료 인원이 늘어나기보다는 피부·미용으로 유입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지적은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4일 주최한 제1차 의대정원 확대 연속토론회에서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고경남 울산의대 교수(사진, 한국의과대학·대학원협회, 울산의대 입학사정관)는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를 강력히 비판했다.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로 나올 현실적인 효과 여부는 무시한 채 의대정원 확대를 모든 문제를 해결 가능한 '전가의 보도'처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 교수는 일단 의대정원 확대로 의대열풍인 입시시장에서도 N수생과 반수생이 증가할 것이고, 이로 인한 이공계 공동화와 사교육 시장 팽창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내걸은 의대정원 증원의 당위성인 필수의료 인원 확충과 지역의료 불균형 해결로의 낙수효과도 실질적으로 허상이라고 꼬집었다.

고 교수는 “2023년 하반기 전공의 지원율을 보면, 재활의학과나 정형외과 등 인기과는 모집인원이 한 자리 수임에도 27명, 32명 이렇게 몰렸다”며 “반대로 산부인과나 응급의학과는 52명, 40명 모집에도 한 자리수 지원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인기과 추가모집에 떨어지고 남은 50여명의 지원자는 내년에 필수과에 지원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고 교수는 회의적이라고 답했다. 차라리 재수, 삼수를해서 인기과로 가려고하지 필수과나 다른과로 가지는 않는다고 내다봤다.

또한 고 교수는 "전문의 지위를 포기하고 일반의로 개업하는 의사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거론했다. 그는 “2000년도만해도 전문의 지위를 획득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진료가 불가능하고 어렵다고 생각했고, 그 때문에 1지망 진료과가 어려우면 다른 2지망과로 지원하는 차선책을 택했다”며 “지금은 미용 및 비급여 시장이 부풀어서 전문의로 개원하지 않고 보상받는 의사활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여학생들의 증가와, 복무기간 단축으로 일반병으로 군 입대하는 남학생들 증가, N수생 증가로 인해 원하지 않는 과에 지원하는 젊은의사가 더 줄어들고 있다고 고 교수는 언급했다.

고 교수는 무분별한 의대정원 확대시 의학교육역량이 뒷받침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의대정원 수요조사라고 하는 것은 명칭부터 미묘하다”며 “의료 수요조사를 해야하는데 의대정원 수요조사는 대학별로 얼마나 늘리고 싶은가를 조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정부의 의대정원 수요조사에 따르면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까지 2025학년도 늘릴 의향이 있는 거승로 나타났다. 이후 5년간 연 3천명 이상으로 정원이 늘어나게 된다.

고 교수는 “정원 확대시 역량이 충분하고, 부족한 공간도 강의실만 늘리면 된다고 각 대학교에서 판단할 수 있지만, 의대는 실습이 더 중요하다”며 “지금도 실습환경이 열악한 곳이 많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진료업무와 중첩된 부담으로 국립대병원도 채용이 어려운 전임교수를 과연 어떻게 구할 수 있을 것인가도 우려되는 사항이라고 고 교수는 언급했다. 결국 수요조사 주체가 대학 자신들이라 객관성 없이 진행됐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고 교수는 “의대증원 효과는 10년 뒤에나 나타지만, 과도한 의대정원 확대로 인한 이공계 공동화와 의학교육 질 악화 등의 문제는 당장 나타날 수 있다”며 “여기에 지금 있는 의료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아니기에 필수의료 환경개선 등의 단기적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희 서울의대 교수도 “당장 2025학년도부터 통합 6년제를 시행해야 하는 의대입장에서 의대정원 확대는 폭탄”이라고 비판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도 의대정원 확대로 과연 의료현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맞는지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였다. 박 회장은 “지금까지 7년동안 의사 인력이 늘었음에도, 응급실 뺑뺑이라든지 소아과 문제는 여전하다”며 “의사 수를 앞으로 더 늘린다고 이런 문제가 해결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박 회장은 “지방대학교들은 폐교 위기라는데 당장 또 의대정원을 늘린다는 것은 서로 상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의학교육 보완도 이뤄져야하고, 의대정원 늘리는 것 자체가 잘못된 방향으로 보인다. 의대정원 논의보다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을 논의하는 것이 건설적”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신현영 의원은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관계자들이 참석을 거부한 것을 비판했다. 신 의원은 "복지부는 자신들이 입시관련 주무부처가 아니라는 이유에서, 교육부는 입학 정원관련 업무가 너무 많다는 이유에서 참석이 어렵다고 답해왔다"며 양 부처에 유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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