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수급불안정 해소 및 안정공급체계 구축 위한 토론회 개최
이동근 건약 사무국장, 시장기능에 의존해온 정부 의약품 공급정책 비판
상시 기구 형태로 공공관리의약품 컨트롤타워 설치할 것 제안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의약품 수급불안정 해소 문제를 민간에만 의존하는 것은 곤란하며, 정부가 주도하는 상시관리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의약품 수급불안정 해소 및 안정공급체계 구축을 위한 제도적 방안 마련 토론회가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과거 의약품 수급 불안정은 일부 품목에 국한되고 시기 또한 길지 않았았으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상황은 많은 품목에서 장기간에 일어나는 중이다. 2022년부터 올해 6월까지 총 428건의 의약품 공급중단 및 보고가 있었고, 공급중단만 252건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를 단순히 민간(제약업계와 유통업계)의 책임으로만 넘길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이동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사무국장은 시장기능에 의존해온 정부의 의약품 공급정책을 비판하고, △민관협의체 개최 △수급 모니터링 체계 강화 △의약품 가격 인상 등 수급불안정에 대응한 정부 방안의 실효성을 지적했다.

이 국장은 의약품 수급불안정 대응 민관협의체는 사실상 유일한 의약품 수급불안정 대응에 관한 기구로 운영되고 있으나, 실질적 조치사항은 강제성이 없고 생산독려나 사용량 조정 요청 등 권고에 지나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한 의약품 수급 모니터링 강화도 어떤 약제를 수급불안정 약제로 지정할지 기준도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의약품 약가인상으로 수급불안정을 해결하려는 방법의 경우, 아세트아미노핀의 사례만 보더라도 약가인상으로 생산량이 늘어났는지 체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약가를 올린다고 바로 생산량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며 3~6개월 이상 유지해야 늘어난다고 언급했다.

이 국장은 “정부가 내놓은 대안들의 한계는 결국 의약품 공급을 시장기능에만 맡긴 것”이라며 “의약품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생명과 안전을 담당하는 공공재적 성격을 지닌다"며 "국가의 의무가 없이 제약회사는 시장성 없는 약제를 개발하지 않거나 기피할 수 있기에, 이런 약제들을 개발하도록 정부가 나서서 조치하는 것이 의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국장은 정부의 문제해결에 대한 미온적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100여품목의 공급중단 보고가 있었다. 그런 약제 중에서 실질적으로 보건복지부나 식약처가 대응한 것은 3~4품목에 지나지 않는다”며 “타이레놀 경우도 동일한 성분이라고 다른 대체 제품을 홍보한 적도 없었고, 공급중단 보고의 경우 60일전에 공급중단을 보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처벌사례가 없기에 회사들이 굳이 지킬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의약품 수급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한 어느정도 제도도 현재 있지만 이것에 대한 미온적 정부 태도로 인해 시장기능에 맡겨진 공급체계가 수정되거나 보완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의약품 공급문제를 책임지는 부처가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로 나뉘어져 있는 것도 문제라고 그는 언급했다.

이를 종합해 이 국장은 공공관리의약품 컨트롤타워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국가필수의약품을 넘어 공공관리가 요구되는 의약품에 대한 책임을 확대하고, 상시 민관협의기구 형태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국장이 제안한 공공관리의약품 컨트롤타워 기능은 △필수의약품에서 확대된 개념의 공공관리의약품(또는 필수의약품)의 목록관리 및 통합적 관리체계 역할 △의약품의 상시적 모니터링 및 통합정보를 이용해 수급예측 고도화 △정부소유 생산시설을 통해 직접생산을 포함한 고급전략 모색 △생산-유통-소비 전체영역에서 선제적 조치 마련 △공공관리의약품 공급에 대해 정부 부처간 협치 및 조정 △공공관리의약품의 생산기술 관련 연구개발비 지원 등이다.

이 국장은 이러한 성격의 기구를 (가칭)공공관리의약품 센터로 지칭하고, 국무총리실 산하에 둘 것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보건복지부와 식약처로 양분화되어 있는 의약품 안정공급에 대한 책임을 한곳으로 조정하고, 의약품 전반의 모니터링 사업 운영 및 공적 대응이 필요한 의약품의 공급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목록관리에 있어서도 건강보험 급여목록 의약품을 기준으로 필수성에 입각해 의약품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를 마련할 것과, 수급상황에 따라 관리 수준을 차등화해 대응하는 것을 강조했다. 또한 아직 급여화되지 않은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 등 고가치료제도 관리대상 의약품 목록에 포함해 대응할 것을 제안했다.

그 외에도 모니터링시 공급중단 및 부족 보고 대상 의약품을 치료필수성을 중심으로 개편하고, 보고일도 기존 중단예정일 2개월 전에서 6개월 전으로 확대할 것, 제약사의 생산 및 수입의약품에 대한 여유재고 확보 의무화 등을 언급했다.

한편, 정광희 제약바이오협회 보험유통본부장은 지속된 약가인하정책도 수급불안정 사태를 불러 일으켰다면서, 이에 대한 수정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필수의약품 품절 원인에 대해 1999년 실거래가 상환제도 도입에 따른 30.7%의 약가인하 이후, 2012년 약가 일괄 인하 등 정부가 약가인하 일변도의 정책기조를 유지했던 점을 거론했다. 약가 일괄 인하 이후 결국 국내사들은 수익성 낮은 의약품을 공급하는 대신 수익성이 높은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서 필수의약품 수급 불안정의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정 본부장은 “정책적으로 퇴장방지의약품 제도와 조정신청제도에 의해 약가를 인상하는 기전도 있고, 아세트아미노펜 등과 같이 수급 불안정 의약품에 의해 정책적 혜택을 고려하기도 한다”며 “그러나 임시적 약가인상보다는 영구적 약가 인하 정책에 따른 수급불안정 사태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적절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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