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대기자 매년 약 3000명씩↑ 기증자는 감소 추세…매일 7.9명 사망
고대안암병원 김동식 장기이식센터장 “연명의료결정법 장기기증 규정 명확화 필요”

[의학신문·일간보사=정광성 기자] 국내 장기기증 부족으로 인한 대기자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순환정지 후 장기기증(DCD)에 대한 공감대가 의료계에서 이미 형성돼 있는 만큼 정부가 법 개정을 통해 응답해야 할 시기라는 의견이 나와 주목된다.

고대안암병원 김동식 장기이식센터장(이식학회 장기기증활성화원장)<사진>은 최근 의학신문·일간보사와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DCD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연명의료결정법의 명확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동식 센터장은 “현장에 있는 의사들은 DCD 도입이 필요하다는데 이구동성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이를 위해 관련 법규의 명확한 정비가 선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관련 법규인 연명의료결정법에서 명확하게 허용을 유무를 명시하지 않아 삶과 죽음을 가리는 여러 부분에서 해석이 달라질 수 있어, 의사가 이를 시행함으로써 법적 리스크에 휘말리게 될 수 있는 만큼 법에 명확히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망정의‧적용대상‧기증가족 동의 및 이식대상자 선정 절차‧연명의료 연계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

특히 김 센터장은 사망정의를 위한 ‘접촉금지 관찰 시간’의 규정이 필요하며, 이는 철학적‧의학적인 부분이 있다고 언급했다.

김 센터장은 “인간으로서 사망은 어떤 것인가 철학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뇌가 죽는다면 더 이상 우리가 알던 그 사람은 없고 속해있는 세포는 있을 수 있다는 전제”라며 “의학적으로는 동물‧인체를 통한 연구에서 2분이면 뇌파가 소실된다. 5분이면 스스로 자동소생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환자 당사자의 죽음을 존엄하게 지켜주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인 만큼, 그 의사를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존엄을 지키는 방법이라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됐다”며 “이에 DCD에 대한 논의는 의뤄지고 있지만 수반되는 법이나 규정이 오래돼 오히려 장기기증이 줄어드는 이중고가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장기기증법상 뇌사 장기기증을 인정하고 있으며, 뇌출혈이나 실족 등의 이유로 심장은 뛰지만, 뇌의 기능이 완전히 소실돼 뇌사로 판명되면, 본인이 생전에 동의했거나 가족이 동의한 경우 장기기증이 가능하다. 하지만 장기이식 대기자보다 뇌사자의 장기기능 사례는 드문 상황.

실제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뇌사 판정 후 장기를 기증한 사람은 405명으로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장기이식 대기자는 2019년 4만253명, 2020년 4만3182명, 2021년 4만5843명, 2022년 4만9765명으로 매년 약 3000명씩 증가하고 있다. 반면 기증자는 같은 기간 450명, 478명, 442명, 405명으로 감소 추세로 돌아서 매일 7.9명의 대기자가 사망하고 있다.

사회적 분위기‧의학적 기술 개선…법 개정만 남아

그동안 DCD의 도입이 어려웠던 이유로 그는 사회적인 분위기와 법의 모호성을 꼽으며, 사회적 분위기‧이식 술기 등의 문제는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김동식 센터장은 “그동안 의학적으로 아무리 회복할 수 없는 환자라도 의사가 인공호흡기와 생명유지장치를 제거하면 안 된다는 국내 정서가 있었다”며 “DCD를 위해 재회복될 수 없다는 평가와 무의미한 생명유지장치의 제거과정이 동반돼야 하지만, 사회적인 분위기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뇌사가 인정되기 전에는 장기기증은 모두 DCD였지만, 사후 이식으로 성적이 낮아, 뇌가 죽으면 사망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심장이 뛰는 상태에도 장기기증이 가능해졌다”며 “하지만 장기기증은 여전히 부족했고 DCD를 다시 선진국에서 주목하며, 장기이식 성공을 위한 연구들을 통해 DCD로도 조건이 잘 맞는다면 이식을 성공하게 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는 사회적‧의학적인 기반은 갖춰진 만큼 법적인 제도만 개선된다면 DCD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는 것.

끝으로 김동식 센터장은 대국민 홍보의 필요성도 느끼며 DCD에 관심을 부탁했다.

김 센터장은 “대국민 홍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있다”며 “앞으로 신문 등 매체에 홍보활동을 늘려가야 하겠다. 학회가 대국민홍보에 있어 약한 만큼, 언론‧국민들이 DCD 도입을 위한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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