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병원, 필수의료와 공공의료 분야 대한 병원 참여 활발
이왕준 이사장 "병원 위상은 공공적 역할에 의해 평가된다"며 참여 이유 설명
지역 치매관리 10년간 기여한 백세총명학교, 국제병원연맹서 금상 수상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필수의료 및 공공의료 붕괴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는 가운데, 민간병원인 명지병원이 고령화 사회 돌봄 문제와 직결되는 ‘치매 관리’를 10년째 이끌고, 심뇌혈관질환과 응급진료 등 필수의료에 대한 역할을 더 강화해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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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신문은 최근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사진)을 통해 남들이 손을 내려놓는 공공의료와 필수의료 분야에 민간병원인 명지병원이 힘을 쏟는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명지병원은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공공의료사업이 활발한 편이다. 2013년 2월 정부에서 민간의 공공보건의료 참여가 가능하도록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을 개정한 직후, 민간병원 최초로 ‘공공보건의료사업단’을 발족한 바 있다. 이후 2013년 3월 ‘백세총명 치매관리지원센터’를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경기북서부해바라기센터, 경기도광역치매센터, 서울시자살예방센터, 경기북부 경찰마음동행센터, 안산온마음센터(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 세월호 유가족 심리치유지원센터) 등을 수탁 운영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 시군 단위의 전체 53개 치매안심센터를 총괄하는 경기광역치매센터를 7년째 위탁 운영 중이고, 서울시 자살예방센터를 서울시 소재가 아닌데도 명지병원이 수탁운영 하고 있다. 더불어 위탁운영이 아니라 경기도의 의뢰를 받아 경기북부 유일의 장애인구강진료센터(장애인치과)를 올해 초에 개설하였고, 이미 10년이 넘게 수도권에서 가장 큰 규모의 소아재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필수의료의 핵심인 감염병 대응에 대한 명지병원의 성과도 눈에 띈다. 명지병원은 신종플루 대응 이후 경각심을 가지게 됐고, 지난 2014년 5월 신종 감염병 대응 전문팀 ‘CDRT(Contagious Disease Response Team)’을 만들었다.

이왕준 이사장은 "메르스가 국내에 상륙하기 1년 전으로, 당시 감염병 대응 전문팀을 구성하자는 제 제안에 의료진이나 병원 직원들도 어리둥절하기도 했다"며 "CDRT 구성 후 격리 외래, 격리 병동, 재원환자 관리 등의 분야별로 매뉴얼 마련과 국가지정 입원치료 격리병상 설치, 컨테이너 등을 이용한 간이 진료실 구상, 직원 대상 교육 등을 시작했다. 또 수시로 ‘신종 감염병 대비 모의훈련’도 시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리고 2015년 메르스를 맞아 실전을 치른 결과, 확진 환자 5명 모두 완치와 원내 감염률 제로라는 성과로 그동안의 준비와 훈련의 결실을 맺었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신종플루와 메르스를 이겨낸 경험은 감염병에 대한 ‘확신’이 되어 코로나19 대응에는 ‘자신감’이 되었다"며 "국내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다음날인 2020년 1월 21일 국내 병원 중 최초로 ‘코로나19 비상대응 상황실’을 발족하고, 분리된 건물 한 동 전체를 코로나19 치료에 활용하는 ECO병동(Exclusive Covid-19 Ward)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명지병원은 충북 제천 분원에 필수의료역량을 대폭 강화했다. 지난 2021년 착공에 들어간 심뇌혈관센터와 응급의료센터, 중환자실, 응급전용병동, 인공신장실을 갖춘 신관이 최근 문을 열었다. 심뇌혈관 전문의와 최신 장비를 갖춘 심뇌혈관센터를 비롯한 응급의료센터는 명실상부 충북 북부지역과 강원 내륙지역을 커버하는 지역거점 중추병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되었다.

명지병원이 이처럼 공공의료 및 필수의료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 참여하는 이유에 대해 이 이사장은 "의료기관의 위상과 가치는 종국적으로 자신의 공공적 역할에 의해 평가된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공공병원이야 어쩔 수 없이 공공의료를 수행하지만, 민간병원은 진료기능 이외의 어떠한 공공의료의 역할이 주어지지도 않는다. 지난 팬데믹 상황같이 긴급한 경우에만 가끔 강제 차출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공병원이 10%가 안 되는 우리의 조건에서 민간병원에 공공의료적 역할을 대폭 위임하거나 참여시켜야 의료의 공공성을 키워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기관의 가치는 공공적 역할에 좌우되며, 공공병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민간병원에 공공의료적 역할을 부여해야만 한다는 것이 이 이사장의 생각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보상체계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이 이사장은 강조했다. 특히 필수의료 및 공공의료 붕괴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 우리의 의료시스템은 민간병원이건 공공병원이건 모두 건강보험체계 안에서 통제되고 있음에도 공공적 역할에 대해서는 사실상 어떠한 보상이 없다"며 "권역 단위로 응급 및 중증환자진료 체계를 재정비하고 이에 대한 수가체계가 현실화되지 않으면, 요즘과 같은 임시방편의 대응으로 만으로는 결코 필수의료 및 공공의료 관련 문제해결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 '백세총명학교' 통해 10년간 지역사회 치매관리 공헌...국제병원연맹에서 수상

명지병원은 지난 10월 26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제46차 국제병원연맹(IHF) 세계총회 ‘IHF Awards 2023’ 시상식에서 사회공헌부문(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금상을 수상했다.

이번 수상은 명지병원이 지난 10년 동안 지역사회 치매관리 프로그램인 ‘백세총명학교’를 통해 민간병원으로서 공공적 역할을 충실하게 해온 거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또한 명지병원의 공공의료 기여 일환에서 이뤄진 것이다.

백세총명학교는 2012년 공공의료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당시 정부에서 민간에게 공공보건의료 사업의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의지가 천명되었을 때, 명지병원이 첫 번째로 탄생시킨 공공보건의료 사업이다.

이왕준 이사장은 백세총명학교에 대해 "이름이 학교이지만 이건 일종의 치매 조기 진단 및 통합 재활·치료 프로그램"이라며 "치매라는 명칭 자체에서 오는 낙인 효과를 없애기 위해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학교란 명칭을 사용했다. 백세총명은 우리가 새롭게 의장등록까지 한 치매극복 및 치료·재활프로그램의 고유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역사회에서 치매 초기단계나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인지훈련과 예술 및 동작 치료를 통한 조기 재활을 진행한다"며 "그런데 이게 병원 내에서 하는 것이 아니고 주민복지회관 등 지역사회와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병원이 주도하는 지역사회 프로그램이라는 게 백세총명학교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백세총명학교는 정신건강의학과, 신경과, 재활의학과, 노인의학센터 의료진과 예술치유센터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다학제 팀으로 운영된다. 또한 치매의 예방-진단-치료-재활 등 진행단계에 따른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대상은 경도인지장애나 초기치매로 진단받은 60세 이상 노인이며, 주 2회씩 8주 동안 총 16회가 진행(32시간)된다. 프로그램을 수료한 후에도 자조모임을 통해 지속적인 재활과 관리를 제공한다.

명지병원의 IHF Awards 수상은 이번이 네 번째다. IHF Awards가 제정된 첫해인 지난 2015년 미국 시카고 IHF총회에서 백세총명학교가 사회적 책임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어 이듬해인 2016년에는 신종 감염병(메르스) 발생에 대한 철저한 사전준비와 훈련 등을 통해 위기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 확진자 5명과 의심환자 약 50여 명을 치료하는 과정에서도 원내 감염률 0%를 달성하는 성과로 IHF Awards 최고영예인 ‘김광태 박사상’을 받았다.

또,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의료진을 비롯한 직원들의 번아웃과 심리적 붕괴를 막기 위해 명지병원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리질리언스 프로그램 ‘RISE(Resilience through Individual and Systematic Empathy)’으로 ‘의료종사자 우수복지 부문상’을 수상했다.

이를 토대로 이 이사장은 국제적인 모델병원으로 나아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IHF Awards 수상경력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세계 각국 병원들의 벤치마킹 명소가 되어, 많은 병원들이 찾고 있다"며 "앞으로도 병원의 혁신 분야에서 더욱 노력해서 대한민국 의료수준을 세계에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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