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국내 12개 기관 428명 환자 대상 다기관 코호트 연구
A형 간염 20대~40대 취약...항체 없는 경우 예방접종 권장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국내에서 가장 흔한 급성 바이러스 간염은 ‘급성 A형 간염’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일반인에게 다소 낯선 ‘급성 E형 간염’이 그 뒤를 이었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최광현, 정숙향 교수 연구팀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급성 바이러스 간염의 병인 및 임상적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 2020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12개 대학병원에서 급성 바이러스성 간염 환자 데이터를 수집했다.

왼쪽부터 최광현 교수, 정숙향 교수
왼쪽부터 최광현 교수, 정숙향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연구기간 동안 등록된 총 428명의 급성 간염 환자 중 37.4%인 160명이 ‘급성 바이러스 간염’으로 진단됐다.

연구팀이 바이러스 간염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급성 A형 간염이 78.8%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뒤이어 급성 E형 간염(7.5%), 엡스테인-바 바이러스 간염(3.1%), 급성 B형 간염(3.1%), 급성 C형 간염(1.9%), 거대세포바이러스 간염(1.2%), 헤르페스-심플렉스 바이러스 간염(0.6%) 순으로 확인됐다.

이중 입원 치료한 환자 비율은 86.7%, 투석치료를 받은 환자 비율은 3.2%,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 비율은 0.6%로 나타났으며, 1.3%의 환자는 간부전을 보였지만 간이식을 받거나 사망한 환자는 없었다.

또 A형 간염 환자의 40.5%는 익히지 않은 조개 및 굴을, E형 간염 환자의 27.8%는 말린 과일을, 11.1%는 맷돼지의 혈액 및 담즙을 섭취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에 따라 A형 및 E형 간염은 오염된 음식물을 통해 감염될 수 있어 예방하기 위해서는 음식을 높은 온도에 가열해 충분히 익혀 먹어야 하며 생고기, 육가공식품, 조개류 등의 섭취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아울러 연구팀은 A형 간염에는 예방 백신이 있어 만성 간 질환자의 경우 접종이 필수적이며, 항체가 없는 20대~40대에게도 접종을 권장했다. 다만 E형 간염에 대해서는 아직 백신이 없으므로 평소 손 씻기, 음식 익혀먹기, 물 끓여마시기 등 개인위생 관리를 통해 예방할 것을 당부했다.

최광현 교수는 “급성 바이러스 간염 중 국내에서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급성 A형 간염에 대해서는 항체 형성률이 낮은 20대에서 40대가 가장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그 뒤를 잇는 급성 E형 간염에 대해서는 일반인은 물론이고 의료인 사이에서도 인지도가 낮아 조금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교신저자 정숙향 교수는 “사회·경제적 요인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이므로 급성 간염의 발생률에도 언제든 변화가 나타날 수 있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국제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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