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피스킨병은 ‘인수공통감염병’아닌 ‘가축감염병’으로 인체 감염성 매우 낮아  
KMI 신상엽 수석상임연구위원, 럼피스킨병 유행 대응법 담은 건강정보 제공

[의학신문·일간보사=이상만 기자] 최근 국내 축산농장에서 소 바이러스성 질병인 ‘럼피스킨병’ 감염 사례가 처음으로 확인돼 유행 확산과 인체 감염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적절한 대응이 요구되는 가운데 KMI한국의학연구소 신상엽 수석상임연구위원이 ‘럼피스킨병 인체 감염 가능성과 유행 대응법’을 담은 건강정보를 24일 내놓았다.

신상엽 수석상임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은 “다행히도 럼피스킨병은 ‘인수공통감염병’이 아니라 ‘가축감염병’으로 이 병에 걸린 가축의 고기나 우유를 섭취해도 사람은 감염되지 않으며, 향후 사람에게 럼피스킨병이 발생할 가능성은 DNA 바이러스의 특성상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단, “소 럼피스킨병 유행의 전세계 확대는 인류에 대한 폭스바이러스의 경고 메시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앞으로 인류는 독감, 코로나19, 폭스바이러스를 넘어 사람과 동물과 환경을 넘나드는 감염병의 도전에 끊임없이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제언했다.

◆ 국내 첫 감염 사례 확인된 ‘럼피스킨병’의 개요

럼피스킨병(Lympy Skin Disease)은 폭스바이러스과(Poxviridae)에 속한 DNA바이러스인 럼피스킨병 바이러스(Lympy Skin Disease virus, LSDV)에 감염돼 발생한다. 울퉁불퉁한(lumpy) 피부(skin)를 보이는 병변의 모습을 따서 병명이 붙여졌다.

소(cattle)와 물소(water buffalo)가 주로 감염병이 나타나는 자연 숙주이고, 양과 토끼 등도 일시적으로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1929년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최초 발견된 럼피스킨병은 한동안 아프리카 지역의 풍토병이었으나 1989년 이후 중동 전역과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2020년 이후에는 서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가까운 중국 남동부, 대만, 러시아 극동지역으로 유행이 확산됐으며, 지난 20일 국내 소에서 럼피스킨병이 처음으로 확인돼 유행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국내 유행 중인 가축 감염병은 정말 인체 감염을 일으키지 않는가

바이러스는 유전자(DNA 또는 RNA)와 단백질막으로 구성되며, 자생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이든 동물이든 숙주 세포 내로 진입해야 생존이 가능하다.

바이러스 단백질막과 숙주 세포벽을 각각 열쇠와 자물쇠로 가정하면, 열쇠와 자물쇠가 들어맞는 숙주 세포에만 들어갈 수 있다. 따라서 바이러스가 들어가서 생존할 수 있는 동물(숙주)과 잘 감염되는 세포는 대개 정해져 있다.

독감과 코로나19 등의 감염병을 일으키는 RNA 바이러스는 작고 유전자 변이가 심해 열쇠의 모양이 수시로 바뀌고 ‘종간 장벽’을 쉽게 허물어 동물만 감염시키다가 숙주를 확장해 어느 순간 사람이 감염되고 전세계 대유행을 일으키는 경우도 흔하다.

반면 DNA 바이러스는 크고 안정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고 유전자 변이가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아 열쇠 모양이 잘 바뀌지 않기 때문에 ‘종간 장벽’을 뛰어넘어 감염 가능한 숙주 폭을 넓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럼피스킨병 바이러스는 폭스바이러스과에 속하는 DNA 바이러스다. 폭스바이러스과에 속한 바이러스는 숙주에게 발열, 피부발진(수포), 높은 전파력을 보이는 감염병을 유발한다.

과거 전세계 감염병 대유행을 일으켰던 두창(천연두) 바이러스, 현재 유행 중인 엠폭스(원숭이두창, MPOX) 바이러스, 우두 바이러스 등도 모두 폭스바이러스과다.

두창은 사람이 유일한 숙주로 ‘사람감염병’이다. 과거 사람 간 전파로 전세계 대유행이 나타났다. 엠폭스는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설치류와 영장류를 중심으로 유행하다가 최근에는 전파 양상이 바뀌어 사람 간 전파로 전세계 유행 중이다. 우두 역시 인수공통감염병이지만 증상이 심하지 않아 백신 균주로 사용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은 국내에서 돼지를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DNA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역시 향후 사람에게 발생할 가능성은 DNA 바이러스 특성상 매우 낮다.

구제역(foot-and-mouth disease)은 소, 돼지, 양, 염소 및 사슴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이 감염되며 최근 국내에서 발생했다. 구제역의 원인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다.

구제역은 아직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인정되지 않으며, 구제역에 감염된 고기를 먹거나 우유를 먹은 후 인체 감염이 발생했다는 보고는 없다.

하지만 공기중에 노출된 바이러스가 인체 호흡기 세포로 들어오면 3일 정도 생존이 가능하고 경미한 호흡기 증상을 보인 인체 감염 보고도 있다. RNA 바이러스 특성상 구제역은 향후 인수공통감염병 유발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AI)는 오리, 닭 등의 가축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지만 인수공통감염병으로 분류해야 한다.

조류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다. 사람인플루엔자바이러스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밀접 접촉 시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 때문에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는 조류 감염뿐 아니라 인체 감염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

◆럼피스킨병 통제의 핵심은 백신 접종, 사회적 거리두기, 원헬스(one health) 접근

럼피스킨병의 주된 감염 경로는 주로 흡혈곤충(모기, 진드기, 파리)에 의해 이루어지며 곤충은 감염되지 않고 운반체 역할만 한다.

감염된 동물과 직접 접촉, 바이러스에 오염된 사료나 주사기 등에 의해서도 전파가 가능하다.

흡혈 곤충의 경우 적극적인 통제는 불가능하지만 곤충의 이동 반경이 넓지 않으므로 주변 환경 방제를 통해서 감염 확률을 낮출 수 있다.

사람은 럼피스킨병에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직접 또는 운송 수단을 통해 다른 지역 동물에게 간접전파 시킬 수 있으며 유행 시 경제적 영향도 크게 받는다.

럼피스킨병에 걸린 동물의 경우 10% 이하는 폐사한다. 회복한 경우에도 체중이 줄어 도체(고기) 손상이 일어나고 우유 생산이 급감하고 불임과 유산이 늘어난다.

유행이 지속되면 방제, 살처분, 백신 접종 등의 관리 비용도 늘어나고 새로운 양상의 유행이나 변이가 나타날 우려도 있다.
폭스바이러스과의 DNA 바이러스는 사람의 두창, 엠폭스 유행의 경험을 비추어 보면 백신이 유행 통제에 매우 효과적이다.

두창(천연두)은 유일한 숙주가 사람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감염병이자 유행 당시 치사율이 30%가 넘어 가장 사망자 수가 많았던 감염병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유일한 숙주인 사람에 대한 효과적인 백신 접종이 시작된 후 두창 감염자는 크게 감소했고, 지난 1980년 WHO는 두창의 종식을 선언했다.

두창은 현재까지는 인류 최초의 감염병, 인류 최초로 백신이 개발된 감염병, 그리고 인류가 최초로 정복한 감염병으로 여겨지고 있다.

엠폭스(원숭이 두창, MPOX)는 1958년 처음 원인 바이러스가 분리됐고, 1970년 이후 첫 인간 감염 사례가 나온 후 설치류, 영장류, 인간에게 발생하는 아프리카지역 풍토병이었다.

그런데 2022년 이후 전파의 특성이 변화하여 유럽과 북남미를 중심으로 사람간 감염을 통해 유행이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갔다.

WHO에 의하면 2022년 이후 지금까지 전세계 115개국에서 9만 1,123명의 엠폭스 환자가 보고됐고, 157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현재 엠폭스 유행은 고위험군 중심의 백신 접종 후 전세계적으로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KMI 신상엽 상임연구위원은 “럼피스킨병은 약독화 생백신이 개발돼 있고 국내에 백신이 구비돼 있다”며, “생백신이라 접종 후 관리가 까다로워 럼피스킨병의 국내 유입 전 사전 예방 접종은 할 수 없었지만 유입 이후에 유행 차단 방지를 위한 백신 접종은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먼저 유행을 경험한 유럽이나 대만 등지에서는 적극적인 백신 접종으로 럼피스킨병의 추가 발생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 연구위원은 특히, “럼피스킨병 통제를 위해 당장의 우선순위는 백신 접종 및 사회적 거리두기(조기 진단 및 조기 매몰처분)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사람과 동물, 생태계와 환경 모두를 보호하는 방향의 다학제적 협력으로 감염병 대응 정책을 만들어가는 원헬스(one health)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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