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지난해 '정직 징계 직원 임금 미지급 권고' 외면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위원회)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공직유관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성희롱, 음주운전 등으로 인해 정직 처분을 받은 직원의 정직 기간 동안 총 4억원이 넘는 보수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5월 국민권익위원회는 기획재정부장관과 행정안전부장관을 포함해 공직유관단체장 전체에게 '공직유관단체 징계처분의 실효성 강화' 제도개선안(이하 제도개선안)을 권고했다.

제도개선안은 ‘정직 처분을 받고 직무에서 배제된 직원에 대한 임금 지급은 징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정직 기간 중 임금 지급 금지를 명문화하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공무원의 경우 정직 기간에는 임금을 전액 삭감하고 있고, 고용노동부 표준 취업규칙(안) 및 행정해석에서도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에 따라 정직 기간에 임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인재근 의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관 37개 공직유관기관을 분석한 결과, 2023년 6월 기준 34개 기관이 정직 처분을 받은 직원(이하 정직 직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규정을 갖추고 있었다. 이 중 24개 기관은 국가권익위원회의 제도개선안이 나온 2022년 이후 정직 직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립중앙의료원,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등 공직유관기관 3곳은 여전히 정직 직원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있었다. 그나마 국립중앙의료원와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은 정직 직원에게 원래 임금의 3분의 1 수준을 지급하는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경우에는 원래 임금의 9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한다.

2018년 이후 2023년 6월까지 5년 6개월 동안 정직 처분을 받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은 36명으로 집계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들에게 총 4억 4천만원 넘는 임금을 지급했다.

주요 사례를 살펴보면 A직원은 갑 기관에 근무할 당시 채용 과정에 절차를 위반해 개입하고 특혜를 제공하는 등 권한을 남용하였다는 이유로 정직 2월이 처분됐다.

이 기간 동안 A직원이 받은 총 임금은 1408만 2560원으로, 정직 처분을 받고도 매월 700만원 넘는 돈을 받았다. 또 다른 B직원은 함께 근무하는 직원에게 성적 수치심 등이 들게 하는 행위를 하여 정직 3월 처분이 내려졌다. 이 기간 동안 B직원에게는 1870만 3320원의 임금이 지급됐다.

직무관련자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금품 등을 수수해 정직 3월 처분을 받은 C직원도 총 1552만 6950원의 임금을 챙겼다.

인재근 의원은 “성비위, 음주운전, 금품수수, 개인정보 유출 등 각양각색의 비위행위로 정직 처분을 받은 직원에게 기존과 비슷한 임금이 지급된다는 사실을 과연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하며 “정직 처분이 ‘무노동 동일임금’의 기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비롯해 국립중앙의료원,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은 국민 눈높이에 맞춰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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