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선언 기자간담회 개최..갈수록 악화되는 진료환경에 출마결심
보상 적은 동전진료 폐지와 의사의 잠재적 범죄자 취급 근절 목표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박인숙 전 국회의원이 차기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박 전 의원은 갈수록 악화되는 진료 환경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를 움직여야 하며, 재선의원으로 그 노하우를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인숙 전 의원<사진>은 최근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 서울 모처에서 가진 자리에서 의협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박 전 의원은 1973년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베일러 의대 부속병원 소아과&소아심장과 전공의, 전임의, 임상조교수를 거쳐 서울아산병원 개원멤버로 울산의대 소아심장과 교수를 지냈다. 그동안 2004년 울산의대 학장, 2008년 아태 소아심장학회장, 2012년 한국여자의사회장을 거쳐 같은 해 제19대 국회의원으로서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2016년 재선에 성공하여 제20대 국회의원(송파갑)으로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의정활동을 펼친 바 있다.

국회 활동을 마친 이후에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동안 관련 정보를 국민들에 알려왔으며, 현재 구로 우리아이들병원 명예원장을 맡고 있다.

박 전 의원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동안 여러 강연 및 소통을 이어가면서 의협회장 선거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 전 의원은 “의사 외에 일반 국민대상 강의를 여러번 하고, 의견도 듣다보니 의료제도나 진료환경의 어려움을 일반 국민들은 너무 모르고 있음을 알게됐다”며 “그 사이 진료결과에 대한 형사처벌의 강화, 무분별한 한방의 침탈 등 의사들의 진료환경을 둘러싼 상황도 악화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의료환경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가장 시급하게 바뀌어야 할 것으로 박 전 의원은 ▲‘동전진료’ 폐지와 진료비 보상 정상화 ▲의사의 잠재적 범죄자 취급 근절을 꼽았다.

박 전 의원이 말하는 동전진료란, 본인부담금은 몇 백원에 불과한 진료비로 의료의 가치를 낮게 만들고, 급여마저 저수가로 충분한 보상을 가로막고 있는 현재 진료비 지불 체계 문제점을 뜻한다. 특히 소아 진료비의 경우 이 같은 행태가 심각해 소아청소년과 괴멸을 불러 일으킨다고 그는 지적했다.

박 전 의원은 “우리나라 의료는 눈부시게 발전하며 의료의 질과 접근성은 세계 최고가 되었다”면서도 “일방적인 희생에 바탕을 둔 성과는 지속되기 어렵다.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해도 인정받지 못하니,의사도 비급여로, 소송 위험이 낮은 과목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낮은 수가의 피해는 결국 필수의료 붕괴를 가져와 국민들이 최종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전문적인 진료에 대한 올바른 보상은 모든 문제 해결의 시작점”이라며 “수가 결정 과정에서도 의사는 병풍처럼 들러리만 서 있는 구조와 포괄수가제, 신포괄수가제와 같은, 일한 만큼도 못 받게 만드는 반 자본주의적이고 대한민국 의료의 근간을 흔드는 제도는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 동전진료 폐지만이 의료계 정상화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 강화되는 의료형벌주의 강화도 배격해야 한다고 박 전 의원은 강조했다. 그는 “최근 사법부의 재판 결정이나 구속 등을 보면 정치권도, 재판에서도, 중앙정부 공무원도, 일선 공무원도 모두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다”며 “이 모든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의사들의 단합된 힘이 필요하며, 개원의, 봉직의, 교수, 전공의, 전임의, 공보의, 군의관, 벤처산업계, 공무원, 법조계, 언론계, 해외로 진출한 의사 등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것들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의료계를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가 중심에서 잘해야만 해결될 수 있다고 박 전 의원은 말했다. 그러나 60%대의 낮은 회비 납부율만보더라도 의협은 회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지도, 의료계에 중심에 서지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잘못된 제도와 악화되는 의료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정치세력화를 부르짖고 있지만, 머리 띠 두르고, 구호 외치고, 단체사진 찍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은 퍼포먼스에 불과하고 일차원적인 투쟁이라고 박 전 의원은 꼬집었다.

그러면서 박 전 의원은 보여주기식 일차원적 투쟁이 아닌 제대로 정치권과 국회를 움직이도록 하는 노하우를 지난 두 번의 국회의원 임기와 의료계 대변을 통해 알고있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의원은 “노하우가 있다. 이뤄낼 자신이 있다”며 “여당과 야당 대부분과 친하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파구 국회의원으로 문제를 해결한 사례를 언급했다.

박 전 의원은 “풍납토성 특별법으로 8년 임기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되는 감동적인 순간이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소관 위원회를 6년간 꾸준히 지키며, 나중에는 간사로써 수많은 사람들, 동료 의원들과 공무원들을 설득시킨 과정이 있었다”며 “온갖 비난과 수모까지 감수하는 험난한 과정을 거친 후 8년 만에 통과되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박 전 의원을 잘 알고 출마 선언을 지지하는 의료계 관계자들이 함께 참석했다.

안덕선 고려의대 명예교수(전 의료정책연구소 소장)은 “서남의대 문제가 터졌을 때 박인숙 당시 의원과 긴밀히 접촉해 문제를 해결했다. 특히 박인숙 전 의원이 여야를 설득한 끝에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었다”며 “나아가서 대학교 평가인증에 관한 의무조항을 담은 법안도 통과됐다. 의료계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 박 전 의원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있다”고 박인숙 의원을 지지했다.

이웅희 서울의대 동창회 부회장은 “의사회 활동을 하다보니 의사들이 정부, 국회와 대등하게 협상하지 못하고 끌려가는 것이 늘 안타까웠다 우리중에 누군가 주도적으로 이끌 사람이 필요했다”며 “선배이기도 한 박인숙 전 의원이 진정성을 가지고 의협회장 선거에 출마한다고 하니, 박 전 의원이라면 여러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와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젊은의사를 대표해 나온 김진현 전 대한전공의협의회 부회장은 “개인적으로 박 전 의원을 조언을 구하는 선생으로 모시고 있다”며 “출마를 고려한다고 해서 내심 반가웠다. 의협회장을 발판으로 더 높은 곳으로 가려는 사람들이 있지만, 박 전 의원은 8년이나 국회에 있었고 반대로 오려는 것이라 의협 사유화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지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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