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의 걸림돌 '질병 인식 부족과 고비용'…소아청소년 비만 적극적 치료해야
GLP-1 유사체 제제 위고비 등 다양한 치료제 등장으로 치료 전환점 기대

[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비만은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질환입니다. 하지만 비만 치료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환자-정부의 질병 인식 부족과 함께 시중에 출시되어 있는 치료제들의 고비용입니다."

미국 올버니 의과대학 커뮤니티 내분비 그룹 로버트 부쉬 박사와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박철영 교수(대한비만학회 이사장)는 최근 의학신문·일간보사와 만난 자리에서 "비만은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로버트 부쉬 박사는 "비만이 질병이라는 인식도 필요하며 심장질환, 고혈압, 당뇨병처럼 비만 또한 환자와 의사가 스스럼없이 상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또한, 한 달에 1500 달러 정도의 비용이 드는 상황에서 환자에게 약의 효과와 기전에 대해 말을 꺼내기가 어려워 제네릭 의약품들은 더 저렴하기 때문에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제네릭은 효과가 낮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어 처방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의사로서 단순히 비만 환자들의 체중 감소뿐만 아니라 환자들의 뇌졸중, 사망, 심장마비와 같은 장기적 결과 개선을 위해서라도 비만 치료제 사용이 활성화 되기를 바란다"며 비만이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질환인 이유는 이로 인해 다양한 질병들을 앓게 되는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로버트 부쉬 박사는 "비만은 간경변을 비롯해 수면 무호흡증, 정형외과 적으로는 골관절염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각 전문과별로 다른 질환을 진료함에도 기저질환에 비만이라는 연결고리가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비만은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박철영 교수도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비만에 대해서 관용적이다. 신체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고, 비만 진단 기준인 BMI 개념은 물론 자신의 BMI 수치를 잘 모르는 상황 또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철영 교수는 "국가 건강검진에서는 BMI 30 kg/m2 기준으로 비만을 진단하는데 해외에서도 동양은 서양과 다른 진단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사용해야 한다고 권고함에도 현재 국내 비만 진단 기준이 명확히 확립되지 않은 상태"라며 "일반 국민 뿐만 아니라 정부 또한 비만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철영 교수는 대한비만학회에서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자신의 비만 체질량 지수 바로 알기’ 캠페인을 기획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철영 교수는 "당뇨병 환자에게 SGLT-2 억제제를 처방하면 체중이 많이 줄어 불만을 표하시는 환자분들이 있는데, 실제 BMI를 측정해보면 25 kg/m2 이상으로 아시아인 기준 비만에 해당된다"며 "진료실에서의 상담도 중요하지만, 대대적인 캠페인을 통해 비만 인식의 왜곡을 바로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그는 "비만은 천천히 진행되는 병이기에 사망률이 아닌 질병 발생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며 "현재 우리나라는 BMI 기준을 사망률을 지표로 삼고 있는데 기준점을 새롭게 정립해야 겆합한 비만 치료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버트 부쉬 박사와 박철영 교수 모두 비만에 대한 확실한 치료제가 필요하다고 입모아 말했다.

박철영 교수는 "이전에도 비만 치료용으로 사용되던 약제들이 있었지만, 장기적인 안전성을 단정하기 어려운 마약 계열의 식욕 억제제가 대부분이었고 국내 비제도권 영역에서의 비만 치료 시장은 약 2조 원이 넘었지만 제도권 아래서 치료할 수 있는 방법들이 부재했다"며 "하지만 최근 개발, 출시되고 있는 비만 치료제들은 임상을 통해 약 10~20%에 가까운 체중 감량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체중을 충분히 관리 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버트 부쉬 박사<사진 右>와 박철영 교수는 비만은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로버트 부쉬 박사<사진 右>와 박철영 교수는 비만은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로버트 부쉬 박사는 "GLP-1 유사체 제제는 이미 출시된 지 15년 이상으로 내분비내과에서는 당뇨병 치료제로서 이미 많은 경험을 쌓아온 약물로 당화혈색소를 낮추면서 체중 감량 효과도 있기 때문에 제약사에서 약의 제형 또는 용량을 바꿔 나가면서 비만을 주 적응증으로 하는 치료제 개발을 해 온 것"이라며 "비만도를 낮춰주게 되면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로버트 부쉬 박사는 "GLP-1 유사체 제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로 치료 중인 환자들은 10~20% 가량의 체중 감량 효과를 얻고 있다"며 "이제 수술과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비만 치료제가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로버트 부쉬 박사는 "여러 제약사들이 장에서 분비된 호르몬이 뇌에 영향을 주는 치료제들을 개발하고 있다"며 "또한 현재 개발되어 있는 위고비의 주 성분 세마글루티드는 주 1회 주사로 10~20%까지 체중 감량 효과를 얻는데, 조금 더 먼 미래를 바라본다면 경구제형으로도 그에 못지않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로버트 부쉬 박사는 "환자와의 적극적인 상담과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한 환자들의 일상 생활 관리 외에도 약물 치료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며 "한국에서는 아직 비만 치료제를 비급여로만 사용할 수 있는 한계점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박철영 교수도 "현재 GLP-1 유사체와 같은 인크레틴 계열 약물들은 비마약류로 당뇨병 치료제로 시작해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아왔기 때문에 안전성이 상당히 확보되어 있고 현재 적절한 치료제들이 많이 개발되어 있고, 제형과 작용 기전은 앞으로 다양하게 발전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또한 일상생활을 관찰할 수 있는 스마트 기기들을 잘 활용하면 약물과 디지털 헬스케어가 시너지를 만드는 상황도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소아청소년 비만에 대해서도 로버트 부쉬 박사와 박철영 교수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로버트 부쉬 박사는 "소아청소년 환자들의 경우, 10대부터 비만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BMI가 상위 95%에 해당되는 10대 환자들은 아직 젊은 연령층이라 하더라도 해당 기준에서 약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조기에 필요한 조치를 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철영 교수는 "현재 소아청소년 비만을 위한 여러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 중에 있는데 우리나라는 생각보다 소아청소년을 위한 비만 치료에 개입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한비만학회에서는 소아청소년 비만 관리를 보험 법제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고 ‘Fun and Run Camp’라는 활동을 통해 비만 인식 전환 제고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박 교수는 "올해는 메타버스를 활용해 온라인으로도 비만치료 교육이 가능하도록 방안을 모색하는 등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가야 후속 세대들의 건강을 위한 노력들이 꾸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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