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자율성·의료 소비 선택권 침해...‘비급여’ 통제 위한 꼼수 지적
정부 고시 헌법재판소 합법 판결 영향 ‘범위·개인식별’에도 위배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내과 의사들이 정부의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제도’의 즉각적인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의사의 진료 자율성과 국민의 의료 소비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저수가를 비급여로 겨우 보전 중인 필수의료 분야에 심각한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대한내과의사회(회장 박근태)는 12일 “이미 심평원을 통해 국민이 언제나 각 의료기관의 비급여 항목과 가격을 확인할 수 있음에도 건보공단에서 일률적으로 정한 항목·형식에 맞춰 비급여 진료비 신고를 강행하는 것은 이를 통제하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비급여 진료비 공개
최근 복지부가 의료기관에 보낸 비급여 진료비 공개자료 제출 안내문

내과의사회에 따르면 앞서 헌법재판소가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공개에 관한 기준’ 고시를 합헌이라고 판결한 것은 ‘비급여 보고가 전체 의료기관 대상이 아닌 주요 비급여만 보고, 개인식별도 불가능하므로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9월에 발표한 고시는 환자별로 주상병과 부상병, 주수술과 시술명 등의 기본사항과 비급여항목의 유형, 단가, 빈도, 비용에 관한 매우 상세한 내용을 모두 제출하도록 했다는 것.

게다가 모든 종별 의료기관이 포함돼며, 오는 2024년부터는 1017개에 달하는 대부분의 비급여항목이 보고 대상이며 수진자의 생년, 성별 등이 포함됐다는 게 내과의사회의 설명이다.

내과의사회는 “이는 헌법재판소 판결문의 합헌 판결 근거인 포괄위임금지원칙뿐 아니라 과잉금지원칙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라며 “의료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단일 비급여항목의 가격만을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에 드는 질환별 총진료비와 비급여의 비중까지 제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내과의사회는 “이번 고시를 통해 의료기관은 기존에 시행하던 비급여행위를 공단이 만든 표준화된 코드와 매칭한 후에 등록해야 한다”며 “비급여의 표준화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업무를 만들 뿐만 아니라 수많은 관치제도(현지 확인 등)를 파생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만약 특정 비급여 항목 관리가 필요하다면 의료계가 자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한다는 게 내과의사회의 주장이다.

내과의사회는 “근본적인 문제점은 저부담, 저수가의 상황을 개선하지 않고, 비급여를 철저하게 통제하는 것은 우선순위가 한참 잘못됐다”며 “국가 단일보험치계에서 신의료기술과 고가의 의료행위에 대한 국민들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의료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토로했다.

또 내과의사회는 “비급여를 통제하는 것은 결국 의료 질을 떨어뜨리고 국민 건강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고시에 대해 절대 반대함을 천명하고, 즉각 폐기하라”고 재차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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