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9~64세 여성 30~40% 한 가지 이상 부인과 질환 앓아
최승아 고려의대 부교수, ‘2명 중 1명, 시간 부족‧검진 불편 등으로 진료받지 못해’

[의학신문·일간보사=정광성 기자] 부인과 질환을 가진 한국 여성 중 약 2명 중 1명은 시간 부족과 부인과 검진의 불편함으로 부인과 진료받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여성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기대수명 대비 건강수명의 분율을 높이기 위해 부인과 진료의 장애물을 줄일 수 있는 정책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제기됐다.

고려의대 최승아 부교수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건복지포럼 7월호(통권 제 321호)’에서 이 같은 내용의 ‘여성의 부인과 의료 이용 현황과 과제’를 기고했다.

최승아 부교수는 2022년 질병관리청 수탁으로 보사연이 수행한 ‘한국 여성의 생애주기별 성·생식 건강조사’ 결과 중 의료 이용 설문결과를 바탕으로 한국 여성의 부인과 질환 유병률과 진료현황, 미충족 의료 경험과 이유를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에서 노인에 이르는 전 연령대 한국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생애주기에 따라 주요 부인과 건강 문제와 미충족 의료 경험률에서 차이가 있었다.

부인과 질환 중 비교적 흔한 질염은 청소년(13~18세)과 노인(65세이상)에서는 10% 미만으로 드물었으나 초기 성인(19~39세)와 중장년(40~64세)에서는 20.5~27.5%로 약 5명 중 1명이 질염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요실금의 경우 40세 미만에서는 0.4~1.3%였으나, 40세 이상에서는 약 10%로 상대적으로 많았다. 19~64세 여성의 30~40%가 적어도 한 가지의 부인과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년간 의사로부터 진단받은 부인과 건강 문제별 미충족 경험 <br>(자료: 질병관리청 2022년 한국 여성의 생애주기별 성생식건강조사. 고려의대 최승아 부교수 재구성)
△지난 1년간 의사로부터 진단받은 부인과 건강 문제별 미충족 경험
(자료: 질병관리청 2022년 한국 여성의 생애주기별 성생식건강조사. 고려의대 최승아 부교수 재구성)

질환별로 진료 미충족 경험을 살펴보면 성병이 약 29%로 가장 높았으며, 종양의 경우 자궁경부암은 9.3%, 자궁체부암 23.5%, 난소암 21.4%로 같은 종양이더라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자궁경부암은 대개 조기진단 돼 국소 수술로 근치가 가능하지만 자궁체부암‧난소암의 경우 개복수술이나 화학치료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치료와 관련된 불편감이 더 흔하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게 최 부교수의 설명이다.

이와 더불어 청소년에서 중장년층까지의 미충족 의료 경험률은 8~15%로 노인 0.5%보다 높았는데 증세가 가볍지 않은데도 부인과 진료받지 못한 주요 이유로는 37.6~48.6%가 시간이 없어서, 40.1~46.5%가 산부인과 검진이 불편해서라고 응답했다.

△부인과 건강 문제에 대한 의료 미충족 경험의 이유(복수응답)<br>​​​​​​​(자료: 질병관리청 2022년 한국 여성의 생애주기별 성생식건강조사. 고려의대 최승아 부교수 재구성)
△부인과 건강 문제에 대한 의료 미충족 경험의 이유(복수응답)
(자료: 질병관리청 2022년 한국 여성의 생애주기별 성생식건강조사. 고려의대 최승아 부교수 재구성)

이에 대해 최 부교수는 “각 생애주기에 따라 여성은 다양한 문제로 부인과 진료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자궁근종처럼 골반통이나 심한 하혈을 일으킬 수 있는 기질적 부인과 질환을 제외하고는 요실금이나 질염과 같이 불편감이 주요 증상인 질환에 대해서는 진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성장과 발달 단계에 있는 청소년들은 월경 시작과 관련해 부인과 문제를 경험할 가능성이 크고, 초기 성인은 월경 불순과 임신 혹은 출산 가능성이 커지고, 중장년 여성은 폐경 전후에 따른 불편감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최승아 부교수는 “특히 여성의 생애주기에서 초기 청년기부터 중장년기까지 사회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도 출산과 육아, 돌봄의 부담이 큰 시기”라며 “그렇기에 많은 여성들이 부인과 진료를 받을 시간이 없다고 답했을 것으로, 검진의 불편감과 산부인과에 대한 오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치료받으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끝으로 그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인과 진료의 장애물을 줄일 수 있는 정책‧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 부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 한국 여성 청소년과 초기 성인에서의 비교적 높은 부인과 질병 부담과 성매개 질환, 여성 암 진단 환자에서의 부인과 진료에 대한 높은 미충족 수요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부인과 진료의 불편감, 경제적 부담 등 연령대별로 호소하는 어려움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며 “한국 여성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건강 수명의 분율을 높이려면 이러한 부인과 진료의 장애물을 줄일 수 있는 정책과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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