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73.8% 업무량 ‘매우 증가’ 응답…“불량의약품 회수는 국가‧제약사의 공동책임”

[의학신문·일간보사=남재륜 기자] 약사의 불량의약품 회수에 대한 적절한 수가가 신설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동안 의약품회수 및 관리로 인해 가중된 약사와 약국의 부담에 대한 보상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규화, 김지혜, 김민성, 김태우, 박준우, 박현진, 장동석, 황은경 약사는 제18회 경기약사학술대회에서 ‘약국을 이용해 진행된 불량의약품 회수 사례고찰 및 정책적 제언’을 주제로 한 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의약분업이 실시된 이래 20여년 간 다양한 의약품 회수 사태가 발생해왔고 그 때마다 전국의 약국이 주축이 돼 해당 의약품 회수에 기여해왔다.

국민들은 전국의 약국을 통해 복용중인 불량의약품을 쉽고 빠르게 교환 또는 환불받고, 약의 전문가인 약사를 통해 불안감을 해소하며 직접 대면해 궁금한 점을 문의,해소한다. 환자가 직접 해당제약사나 식약처 등에 연락하는 방법도 있겠으나, 약국으로 문의가 많이 오는 이유는 그만큼 접근성이 좋고 심리적 문턱도 낮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연구팀은 2023년 5월 16일부터 28일까지 약사 11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통해 불량의약품 회수과정에서 약사와 약국들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하고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에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의약품 회수로 인해 약국 업무량이 증가했냐는 질문에 73.8%인 842명이 ‘매우 그렇다’고 응답했다.

약국의 업무량과 피로감이 증가한 이유로는 △환자마다 회수과정 안내 △환자들의 불만토로 △계속되는 문의전화 △환자에 회수의약품이 안전한지 설명하는 과정 △약국공간 재고차지 등 순으로 응답 비율이 높았다.

그러나 연구팀은 약사와 약국이 불량의약품 회수에 적극 참여해 온 이래 약사와 약국의 희생에 대한 수가 및 제대로 된 보상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예외적으로 2021년 로사르탄 회수 당시 대한약사회에서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재조제시 요양급여비용 총액의 110%를 제약회사에서 정산하기로 결정한 바 있었으나, 이 110%라는 수치는 도매상에 반품과 재주문, 재조제를 진행한 약사와 약국의 노력과 비용, 수고에 대한 합당한 대가라 보기 어렵다는 것.

또한 2023년 4월 발생한 챔프시럽(아세트아미노펜) 회수과정에서는 약국의 의무와 희생만 있고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은 없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불량의약품 이슈의 주요 책임자가 아님에도, 의약품회수 및 관리로 인해 가중된 약사와 약국의 부담에 대한 수가와 보상방안을 논의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연구팀은 “불량의약품 회수는 의약품 허가기관인 국가와 의약품생산관리자인 제약사의 공동책임”이라며 “의도되지 않았더라도 불량의약품은 발생할 수 있고, 이 제약회사에서 생산한 의약품을 국민들이 복용할 수 있도록 허가 및 관리 감독한 것은 국가기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상과 배상은 현재는 해당제약사에게만 책임을 지우고 있지만, 앞으로는 국가의 책임도 인정돼야 하며, 약사의 불량의약품회수에 대한 적절한 수가가 신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불완전한 불량의약품 회수지침에 있어서 고시개정을 통해 회수의약품 목록만 먼저 발표하도록 하고, 식약처, 대한약사회와 제약사가 합의해 약국으로 회수지침이 전달된 이후에 약국으로 반품하라는 내용을 언론에 보도하는 방식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연구팀은 “현 방식으로는 소비자와 약사가 동시에 뉴스를 통해 알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므로, 약사는 회수대상, 회수지침을 명확하지 알지 못한 채, 초기부터 소비자에게 각종 전화문의, 방문문의에 시달려야 한다”고 했다.

이밖에도 연구팀은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구분한 수가 산정이나 보상방안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연구팀은 “처방조제의약품은 재조제 수가를 포함해 회수 수가에 반영되도록 해야하고, 비처방조제의약품은 회수수가로 보상받아야한다. 수가와 보상주체는 국가와 제약사가 공동으로 책임지는 것이 적합하다”고 했다.

한편 해당 논문은 제18회 경기약사학술대회에서 대상작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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