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사업 위반사례 모니터링 결과 발표…복지부 계도기간 중 방임 지적

[의학신문·일간보사=남재륜 기자] 약사단체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가이드라인이 플랫폼, 병의원, 약국 모두에서 제대로 지켜지고 않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들은 복지부를 향해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중단하고 가이드라인 및 법을 위반한 병원, 약국 등을 처벌할 것을 촉구했다.

실천하는약사회는 지난 2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지 않은 플랫폼들과 플랫폼 참여 의원과 병원들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이날 실천약은 지난 6월 1일부터 27일까지 시범사업 계도기간 동안 시범사업 지침 위반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모니터링 해온 결과를 발표했다.

◆플랫폼, 비대면 가이드라인 미준수…환자가 직접 약국 선택 불가

먼저 실천약은 플랫폼들이 6월 1일부터 3개월의 계도기간 중에도 비대면 진료 및 약배송 서비스를 기존과 동일한 형태로 정상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천약 운영진 일원인 김태수 약사는 “플랫폼 광고화면에서도 여전히 ‘24시간 약배달이 된다’고 공지했다”며 “또한 비대면진료 대상이 가이드라인 상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진료가능하다’는 광고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 한시적공고 때와 마찬가지로, 플랫폼 상에 약국 및 약국 개설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없었고 서울시 강남구 A약국 이라는 예시 형태로 정보를 숨겼다”며 “환자가 본인이 원하는 약국을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덧붙였다.

◆병의원, 재진 원칙 위반…화상통화 원칙임에도 통화로 진료

실천약은 의료기관에서 초진‧재진 여부 확인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가이드라인 상 재진이 원칙이나, 실천약이 수집한 사례 62건의 비대면진료 사례 중 61건이 초진이었다는 것.

뿐만 아니라 실천약은 가이드라인 상에서 화상통화를 원칙으로 정했으나, 62건 모두 화상진료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명의도용을 통한 진료가 가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약사는 “가족등록란이 있는데, 별도 확인절차가 없었다”며 “한마디로 주민등록번호를 아는 사람을 가족이라고 등록하면 무리 없이 진료가 가능하다”고 했다.

또 실천약은 의사가 본인의 전문적인 소견으로 진료를 하는 것이 아닌 환자가 원하는 대로 무분별한 처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 약사는 “모니터링 사례 중 슈다페드를 60정 달라고 했더니, 병원에서 추가 질문이나 우려 사항 없이 슈다페드 60정을 처방해 줬다”며 “슈도에페드린 성분은 마약 합성 원료로 쓰일 수 있어 일반의약품 구입 시에는 3일분 이상 판매 주의 제한이 있는 약품”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실천약이 모니터링한 결과 병원 외 진료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들도 있었다.

김 약사는 “병원으로의 출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퇴근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태였으나 비대면진료를 신청했더니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며 “가이드라인 상에서는 의료기간 내 진료실 등 적합한 환경에서 비대면진료를 실시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실천약은 시범사업 가이드라인에 일요일에는 소아 진료 시 상담만 가능하고, 약처방은 불가능하다고 가이드라인상에서 제시돼 있지만 아무 제약 없이 소아에 대해서 진료 및 처방을 받아 약 배송까지 받았던 사례도 전했다.

◆약국, 가이드라인 미해당 환자에 약배송…실천약 “63개 약국 고발 방침”

약국들도 가이드라인 위반한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특히 실천약은 62건의 약 배송 사례 중 가이드라인에서 재택수령 대상에 해당하는 환자, 즉 섬벽지환자, 거동불편자, 감염병 확진환자, 희귀질환자는 아무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처방받은 약과 다른 약을 임의조제해 약사법을 위반한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다.

김 약사는 ”처방전에는 코덴스정, 대체고지는 코데닝정으로 이 2가지 약은 동일함량으로 대체조제가 가능하다“며 ”하지만 실제로 도착한 약은 코데농으로 이름은 비슷하지만 대체조제가 불가능한 엄연히 다른 약“이라고 설명했다.

실천약은 약 배송 관련해 플랫폼에 참여한 63개 약국에 대한 처벌을 요청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천약 측은 “반복적인 지침위반에 해당되는 약배달을 해온약국에 대해 증거를 확보했고, 특히 약국명과 약사명을 기재하지 않은 채로 조제의약품을 제공하는 약국도 있었다”며 “이 중에서는 대한약사회 상임이사가 운영하는 약국에서 퀵배송, 택배 배송 등 약배달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고 실제 배송 증거도 확보돼 시행지침 위반으고 고발 및 윤리위에 회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실천약은 처방약 수령장소를 설정할 수 있고, 환자 확인절차가 부재한 사례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실천약 소속 모니터링 팀원이 한 명이 진료를 연달아 받아 전국 각지로 배송 주소를 설정했다는 것.

기자간담회 중 충북의 한 약사가 플랫폼을 통해 약사회관으로 약을 배송<br>시켰다.&nbsp;<br>
기자간담회 중 충북의 한 약사가 플랫폼을 통해 약사회관으로 약을 배송
시켰다.

이날 충북에 있는 한 약사는 서울에 위치한 약사회관에 약을 배송시켜 환자 확인절차가 부재한 실태를 재확인시키기도 했다. 처방약은 당사자가 아닌 실천약 김 약사가 수령했다.

김 약사는 “만약 청소년이 응용한다거나, 보험이 없는 사람이 건강보험대상자의 명의를 도용해서 진료를 받고 전국 어디든지 맘대로 약을 보낼 수 있다는 뜻”이라며 “범죄에도 활용될 수 있고, 보험이 없는 환자가 활용한다면 언제든지 보험진료를 타인의 명의로 마음껏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천약, 복지부에 ‘시범사업 중단 및 위반사례 처벌’ 촉구

실천약은 “복지부는 현재 시범사업이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발표했다”며 “그러나 현재 주어진 가이드라인은 무용지물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지침을 위반을 하면서도 무수히 많은 비대면진료가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천약은 복지부는 이런 심각한 상황을 계도기간이라는 이유로 방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약사는 “상식적이라면 이렇게 지침 위반이 판을 치고 범죄에도 악용 소지가 다분하고 국가재정을 피폐하게 만드는 사업이라면 국가가 오히려 나서서 엄격히 규제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그간 무수한 보건의료 단체에서 주장했듯이 졸속 시범사업은 중단돼야 하고, 가이드라인 및 법을 위반한 병원, 약국 등에 대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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