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폐과선언 이후 소청과의사들 '탈 소아진료' 움직임 활발
임현택 회장 "소청과 어려움 보여주는 것..인프라 살아나려면 정부손에 달려"
의료소송 위협보다 소청과 의사 존중하는 인식변화도 국민들에 당부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지난 3월 ‘폐과’를 선언한 이후 소아청소년과 개원의사들의 소아 진료 이탈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과 정부는 소아 일차 진료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사진)은 그간의 줄기찬 개선요구와 소청과 소생을 위한 의사들의 노력에도 달라진 것이 없는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어 폐과 선언 이후 기로에 선 소아청소년과 인프라를 다시 살려내는 것은 정부 손에 달려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정부의 정책개선 외에도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소청과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음을 언급했다.

소아청소년과 소생 가능성에 대해 임 회장은 최근 의협 출입기자단과의 자리에서 이 같이 밝혔다.

지난 3월 29일 소아청소년과의사들이 폐과를 선언하고 소아진료를 포기하겠다고 밝힌 이후 ‘탈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지난 6월 11일에는 소아청소년과 주최로 ‘소아청소년과 탈출을 위한 제1차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학술대회는 보톡스, 비만 등 피부 미용과 당뇨, 고지혈 증 등 만성질환 진료 위주의 강의로 진행됐다. 600여명이 넘는 소청과 의사들이 찾아 타 과 진료로의 활로를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현택 회장은 “소아청소년과 폐과 선언 이후에 회원들이 소청과 아닌 다른 일들을 하면서 살아 갈 수 있도록 실행 과정의 연장 선상에서 이루어진 학술대회였다”며 “연자분들도 소청과 상황이 얼마나 힘든지 아시기 때문에 섭외에 잘 응해주셨고 성심성의껏 강의에 임해 주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학술대회에 대한 회원들의 높은 관심은 결국 소청과 그동안 얼마나 어려웠는 지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임 회장은 “자리가 모자라서 뒤에 보조 의자를 놔야 될 정도로 우리 회원님들이 많이 호응해 주실지는 몰랐다”며 “건강보험이 통합된지 30년간 소청과 수입의 대부분인 진찰료가 물가 대비 오히려 깎였고, 14년간 국가필수예방접종 시행비도 역시 깎여왔다. 그런 상태에서 저출산 상황이 겹치니 다른 나라와는 달리 오직 환자 수를 무한정 많이 봐서 몇 십년 간 겨우 소청과를 유지해 왔던 상황이 더 이상은 버틸 수 없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외국처럼 하루에 20명의 아이들만 진료하고도 소청과가 유지되었다면 아이들이 예쁘고, 증상이 빨리 좋아지는 것을 매력으로 느껴 소청과를 선택한 대부분의 소청과 전문의들이 쉽지 않은 길인 진로 전환을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어떤 직장인이 30년간 월급이 깎이고 10년 전보다 수입이 28%가 줄었다면 그 직장을 계속 다닐 수 있을까 모르겠다”고 현실을 지적했다.

임현택 회장은 지난 11일 학술대회 인사말에서 다음에는 소아진료 중점 학술대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심정은 그렇지만 소아청소년과가 붕괴되는 상황에서 폐과선언(타과 진료 전환 선언)은 어쩔 수 없는 일임을 밝혔다. 동시에 폐과선언이 소아청소년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도 말했다.

임 회장은 “성인을 보는 일이 아니라 아이들 보는 일에 중점을 두는 학술대회를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폐과선언부터 해서 정말 국민들이 굉장히 많이 걱정한다”며 “길만 다녀도 굉장히 많이 알아보고 인사한다. 그리고 공감을 많이 표시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올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4년차가 187명 나가고 33명 지원했다. 추가인원까지 52명 정도가 찼는데 중도사직자가 상당하다고 들었다”며 “내년에는 147명 4년차 전공의가 나가고 정말 대학병원에 남아있는 1-2년차 전공의는 정말 몇 남지 않는다. 그리고 벌써 대학병원 교수님들이 내년까지 이게 근본대책 안나오면 4년째 하루종일 당직을 서고 계시는 상황이되기에, 이 상황에서는 더 이상 소아청소년과 인프라를 유지 못 한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소청과 소생은 이제 정부와 정치권의 손에 달렸다고 말한다. 폐과선언에 대한 관심을 커졌지만 아직 보건복지부와 질병청의 대책은 더딘 상황이라고 전했다. 임 회장은 “아직은 보건복지부나 질병청의 대책은 더딘게 사실이다. 6월초에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긴급 만남을 요청을 했고, 그 자리에서 소청과의 어려운 사정에 대해 이제 적극 나서려고 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대책을 한 두 번이 아니라 부족하면 충분해 질때까지 다섯 번이든 여섯 번이든 분명한 해결책을 내놓으려고 한다라고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박민수 차관이 제가 말한 사안들을 일일이 받아적고 보건의료정책관에게 검토를 지시하는 성의를 보였다”며 “30년 간 소청과의사들은 참을 만큼 참았고, 이제 공은 우리 쪽이 아니라 보건복지부 쪽에 넘어가 있는 상태이다. 앞으로 소청과전문의들이 가장 많이 종사하는 동네 소청과부터 희귀질환과 중증질환을 다루는 대학병원까지 소청과 의료인프라가 바로 설지는 전적으로 보건복지부와 질병청, 기재부 등 정부의 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29일 소아청소년과 폐과 선언. 이는 소아청소년과 인프라 붕괴 문제에 대한 정치권과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오는 계기가 됐다.
지난 3월 29일 소아청소년과 폐과 선언. 이는 소아청소년과 인프라 붕괴 문제에 대한 정치권과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오는 계기가 됐다.

소청과의사들의 폐과선언은 소청과 인프라 소생 대책마련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도 불러 일으켰다. 국민의힘은 지난 5일 '소아·청소년과 의료대란 해소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임 회장은 “제가 여당에 요청해서 만들어 진 것”이라며 “2월에 윤석열 대통령이 소아문제에 대해 대한민국에 이문제보다 시급한게 어딨냐 공무원들 건보예산 부족하면 일반재정이라도 투입해서 시급하게 해결하라고 주문했다. 그 때문에 당정회의에서도 소아문제에 대해서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소청과의사회에서는 국민의힘 여당최고위층과 접촉해서 이 문제를 시급하게 해결해달라고 요청, 국민의힘 태스크포스가 만들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단순히 소청과 뿐만 아니라, 소청과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아외과, 소아심장흉부외과, 소아신경외과, 소아안과, 소아정형외과, 소아이비인후과, 소아비뇨의학과, 소아재활의학과, 소아마취과등 소아 연관과들의 의료 인프라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환자-의사간의 신뢰관계 회복과 인식의 전환을 국민들에게도 당부했다. 그래야 소청과가 살아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임 회장은 “소송 걸릴 위험없이 외국처럼 하루에 20명만 환자를 보고 보호자와 충분한 신뢰관계하에 진료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 져야한다”고 운을 띄웠다.

임 회장은 중이염 확인 위한 내시경 이후 귀에 피가났다는 이유로 항의와 형사고소로 이어지는 사례를 언급하며 소아진료 현실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른 예로는 항생제 근육주사를 놓기 위해 병원 직원이 아이가 움직이면 다치니 목을 잡았던 것 뿐인데, 시간이 지나 아이의 몸에 자국이 남았다는 이유로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소청과 의원 개원 이후 지역 맘카페에서 바이럴광고를 요구하고 이를 거절할 시 의료기관을 트집잡거나 안좋은 소문을 퍼뜨리는 경우도 있다고 임 회장은 언급했다.

임 회장은 “소청과의사들이 말도 안되는 매도를 당해야 하는 지 사회에서 되돌아봐야하고 우리를 도와주셨으면 한다”며 “다른 직업군도 마찬가지고 아이가 좋아서 아이를 진료하는 의사들에 대한 기본적인 사회존중이 뒤따라야 소청과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료계 종주단체인 대한의사협회에도 아쉬움을 전했다. 임 회장은 대한개원의협의회가 올해 3월 필수의료를 다루는 의료현안협의체 위원에 자신을 추천했음에도 위원에서 누락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회장 당선 이후 소청과 문제를 적극 해결하려고 한다라고 얘기 하더니, 일 년이 넘도록 전혀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다가, 제가 복지부 당국자와 얘기된 사안에 끼어들어 필수의료 논의가 달성된 것인 것처럼 얘기했다"며 소청과 소생을 위한 의협의 행보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