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DTx 효과 순응도 중요…환자‧의사 의견 반영 필수
고대안암병원 함병주 교수 ‘항우울제와 접목 시, 환자 예후 개선 기대’

[의학신문·일간보사=정광성 기자] ICT 기술이 급격히 발달함에 따라 디지털치료제(DTx)의 연구개발이 활발한 가운데 국내에서 정신의학 분야 명의가 AI 챗봇 기반의 DTx의 개발에 합류해, 우울증 치료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할 전망이다.

고대안암병원 정신의학과 함병주 교수<사진>는 최근 의학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우울증 환자의 상태 예측도를 높게 진단할 수 있는 AI 챗봇 DTx는 차별화된 치료법”이라며 “임상 후 상용화가 된다면, 우울증 치료 예후를 바꾸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ICT가 발달하며, 다양한 헬스케어 분야에서 DTx에 대한 연구‧개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정신질환 치료 분야에서는 진단과 치료, 예방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의사와 환자의 상담 대화를 통해 이뤄지고 있어, 이를 보완하거나 대체하기 위한 AI 기반의 DTx가 가장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함병주 교수는 기존 출시‧개발되고 있는 과제를 전달하고 환자가 이를 수행하는 단순한 방식에서 벗어나 ‘일상 대화’에 집중했다.

함 교수는 “대부분의 정신과 DTx는 인지행동치료 이론에 기반해 만든 것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라며 “하지만 환자 대다수가 귀찮아해 참여가 저조하다는 것이 문제로 단순히 과제를 주고 평가하는 것은 이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지난 21년간 AI 챗봇을 통해 약 4억 명의 누적 사용자에게 ‘일상 대화’ 서비스를 제공한 국내 기업 심심이의 CMO 제안을 받아들이고, 우울증 디지털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한 행동 활성화 치료 챗봇 형태의 새로운 우울증 DTx 개발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이어 “정신과 진료는 면담‧상담을 하는 만큼 일상 대화를 할 수 있는 AI 챗봇이 보조적인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우울증의 심각성‧개인의 선호도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치료 선택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신의학과 전문의와 상담은 필수적”이라고 AI 챗봇의 역할을 명확히 했다.

이 과정에서 함병주 교수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용자의 편의성과 순응도를 높이기 위한 보상체계의 설계로, 환자‧의사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함 교수는 “DTx가 있다고, 모두 사용하는 것이 아닌 만큼 실제 사용자의 편의성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단순히 기업‧개발자 입장이 아닌 사용자인 환자와 의사의 의견을 반영해 만들어야 한다. 페어의 사례가 좋은 교훈”이라고 조언했다.

실제 최초의 DTx 제품을 내놓았으나, 최근 파산한 美 페어 테라퓨틱스는, 지난 2021년 말 기준 회사가 보유한 3가지 DTx의 처방 건수는 1만 4000건을 기록했지만 잘 이용한 환자의 비중은 약 50%에 그쳤다.

또한 함병주 교수는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환자들이 스마트기기만 가지고 다니더라도 이용할 수 있도록 편리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를 위해 다마고치와 같은 디지털 펫을 통해 보상을 주는 방안을 개발 예정”이라고 밝혔다.

DTx 보험 등재 중요하지만, 효용성 입증 우선

아울러 그는 페어 테라퓨틱스가 파산한 주요 이유 중 하나로 지목받고 있는 보험권 안착 실패에 대해 정부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지금은 DTx의 효용성에 대해 입증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제언했다.

함 교수는 “보험 등재 문제가 가장 큰 것은 사실”이라며 “정부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만큼 현재는 효용성을 입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50~60% 정도의 효과를 내는 항우울제에 AI 챗봇 기반 DTx를 접목하면 환자들의 예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우울증 환자들의 치료 예후의 개선을 위해 개발 중인 AI 챗봇의 품질과 환자 안전을 위해 모든 역량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함병주 교수는 “CMO로서 경영진‧이해관계자와 협력해 AI 챗봇이 환자의 예후를 개선할 수 있도록 높은 수준의 임상 품질‧환자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의료‧임상과 전반적인 조직전략을 해소하고, 그동안 쌓아온 의료 전문 지식과 리더십을 제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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