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달 수가협상단장 "재정 여유 있을 때 수가 현실화해야 안정적인 보건의료 환경 구축 가능"
회원 대상 조사결과 토대로 인상률 제시 계획…코로나19 약사 노고 감안 필요성도 제기

[의학신문·일간보사=남재륜 기자] 건보공단이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누적 적립금이 2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약사회는 건보 재정이 여유있는 만큼 이번 수가 협상에서 과감한 재정 투입을 촉구할 방침이다.

대한약사회 박영달 수가협상단장<사진>은 지난 15일 출입 기자단을 대상으로 2024년도 약국 요양급여비용 체결과 관련한 사항을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박영달 단장은 “지난 11일 의약단체장 합동간담회에서 올해 협상 시 근거중심의 밴드가 책정될 수 있도록 개선모형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며 “경제성장률, 물가 등 거시변수를 반영하라는 재정위 의견에 일치하는 모형이 연구를 통해 제시됐는데, 작년 한 해 물가상승률과 경제 지표를 보면 이번 협상에서 수가를 인상해줘야 한다는 당위성은 부정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매년 수가협상 때마다 고령화 영향으로 건보지출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쉽지 않은 재정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2년 연속 재정 흑자가 이어지고 있고, 24조의 흑자가 발생한 만큼 올해는 재정 긴축보다는 보건의료계 현실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과감한 재정투입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재정 여유가 있을 때 조금씩 수가를 현실화 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의료수요 증가 등 풍선효과로 인해 오히려 재정 안정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박 단장의 설명이다.

박 단장은 “오히려 정말 재정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 가서도 안정적인 보건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올해처럼 흑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재정운영위원회가 수가현실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공식적으로 의원급 5% 인상안을 제시한 바 있다. 약사회 수가협상단 역시 구체적인 인상률을 제시하기 어려우나 최선의 결과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박 단장은 “현재 대한약사회 수가협상단은 기초 통계자료 분석을 통한 논리적인 근거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아울러 지난 5일까지 개국회원들을 대상으로 약국 경영비용 설문조사를 실시해 인력 고용 현황, 인건비·관리비 증가 등 약국 경영 환경에 대해 조사하고, 조사결과를 근거로 인상률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진행중인 환산지수 연구용역 결과와 설문조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수가협상 전략 마련에 더욱 박차를 가할 생각”이라며 “구체적인 인상률을 제시하는 것은 어려우나, 앞서 말씀드린 준비과정을 통해 합리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단장은 코로나19 시기에 신설됐던 수가가 이번 협상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약국은 작년 일일 확진자 수가 40만명을 넘어갈 당시 확진자에 대한 처방조제와 정확하고 안전한 조제투약서비스 제공을 위해 밤낮없이 희생해 왔다”며 “이 과정에서 업무량이 크게 증가하고, 대면환자들이 직접 진료를 받고 처방조제 받기 위해 약국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감염병 예방조치를 위한 비용으로 ‘투약안전관리료’와 ‘대면투약관리료’가 신설됐다”고 밝혔다.

이어 “워낙 확진자 수가 많아 관련 수가가 2022년도 조제료에 반영되어 조제료 증가가 있었으나, 코로나19라는 상황에서 단발적으로 이용량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코로나19 수가로 인해 정작 약국의 어려운 현실이 가려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엔데믹에 즈음해 국민들의 건강을 수호하기 위해 헌신한 약사들의 노고에 대해 최소한의 배려가 감안된 결과가 이번 협상에서는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건보공단은 현행 ‘SGR모형’과 함께 ‘GDP모형’ 등 4가지 개선모형으로 산출한 결과값을 수가밴드를 결정하는 재정소위원회에 제시했다. 수가조정모형을 다양화해 보건의료현황과 경제상황이 반영되고 객관적으로 수가밴드가 설정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해 박 단장은 “그간 환산지수 결정 시 SGR 모형이 주로 사용됐는데, 모형을 통해 도출된 값이 순위와 격차에만 적용되는 한계 때문에 개선에 대한 요구가 있어, 이번에 4가지 개선모형이 도출된 것”이라며 “그렇지만 이 도출된 4가지 안도 실질적인 인상률을 정하지는 않고, 밴드를 결정에 참고하는 수준으로 제시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약사회는 그간 SGR 모형에 적용되는 일부 산출요인 변경에도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며 “SGR 모형을 대체할만한 합리적인 모형이 제시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모형의 일부를 수정하거나 다른 모형을 적용하면, 유형 간 유불 리가 달리 적용될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박 단장은 현재 수가 결정하는 모형이 물가인상률같은 거시경제지표 변동만을 반영하다보니, 실질적으로 약국 인건비, 관리비 등 원가 변화와 상승의 정확한 반영을 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 단장은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원가분석에 대한 논의도 시작돼 여러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앞으로는 현재 적용하고 있는 모형보다는 각 유형의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한 수가조정 모형이 개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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