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두륜 변호사 "이원화된 의료-한방 체계에 의문 던진 판례" 해석
판결 따라 한방의료행위 정체성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
기기 사용에 따라 한의사에 대한 과실 책임 뒤따르는 것도 언급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대법원이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 한의사에 대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해당 사건을 원심법원에 파기 및 환송한 것과 관련해 "그간 방치되어 있던 의료-한방 이원화 의료체계에 대한 새로운 판단기준을 제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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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세승의 현두륜 변호사(사진)는 최근 의학신문·일간보사와 만난 자리에서 대법원이 내린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무죄판결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현두륜 변호사는 먼저 이번 판결이 한방의료행위와 의료행위의 구별에 관해서 새로운 판단기준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무면허 의료행위 해당하는지에 판단할 때, 주로 해당의료기기의 개발이나 제작원리가 한의학의 학문적 권리를 기초로한 것인지, 해당의료기기 등을 사용하는 의료행위가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를 응용 또는 적용하기 위한 것인지가 판단기준이었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려면 그런 현대의료장비를 사용하는 것이 한방의료행위 원리에 입각하거나, 이를 적용,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을 명백하게 입증되어야 한다는 쪽으로 기준을 바꿨다.

현 변호사는 "예전에는 한의사가 현대의료장비를 사용하는게 한의학 학문적 원리에 부합되지 않으면 사용이 안된다고 판결했는데, 반대로 이제는 넓게 보는 것"이라며 "이제는 한의학 의료행위에 입각해 이를 적용 및 응용하는 것과 무관한 것이라는 걸 명백히 입증해야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풀이했다.

이어 그는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 현대의료장비 사용하는게 무관할 수 없다는 게 재판관들의 시각"이라며 "(진단기기 사용이) 한방의료행위와 무관하다는 것이 명백히 입증되기가 어렵다면 사실상 한의사들이 현대의료장비를 사용해서 진단 또는 처방 내리는게 이제는 가능해졌다는 소리"라고 덧붙였다.

또한 현 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2013년 헌법재판소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처벌이 위법이 아니라는 해석과 비교해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 변호사는 "당시 헌재에서는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는 개념이 구별된다고 봤다. 의료 행위는 서양의학을 전제로 한거고 한방의료행위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하는 것으로 구분이 되는거라고 봤다"며 "초음파 진단기기는 서양의학의 원리에 입각한 것으로, 전통적인 한방의료행위하고는 관련이 없으며, 처벌할 필요가 있고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바라봤다"고 말했다.

현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어떻게 보면 법원이 나서서 70년간 이어온 양한방 이원화 의료체계에 의문을 던진 것"이라고 밝혔다.

현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의료-한방으로 이원화된 의료체계는 70년 넘게 지내왔는데 다른나라에는 없는 독특한 제도"라며 "중국, 일본 등 전통의학이 공존하는 나라에서 우리나라처럼 이원론 체계를 취하는 나라는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그러다보니 엄청나게 많은 문제가 생겼다. 의료기술 발달하면서 (의료와 한방) 두 이원화 체계 구분이 애매해진 면이 있어왔다"며 "이것을 의료일원화를 하든 바꿔야 하는데 이뤄지지 않아서 과거의 이원화 체계가 70년간 유지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한방의료행위 정체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현 변호사는 설명했다.

그는 "한의원은 진맥하기 위해 가는 곳이었는데,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할 경우 의료행위와 구분이 모호해지는 문제가 있다"며 "이는 한의사 정체성 혼란을 불러오고, 한의사제도 존립에도 의문을 던지게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현 변호사는 2016년 치과의사 보톡스 소송과도 연관해, 이번 대법원 판결과 같은 판례가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그동안은 직역간 다툼이나 갈등이 심하지 않았으나, 2000년대 이후로 직역간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며 "의사와 한의사뿐만 아니라 치과의사도 마찬가지다. 보톡스도 예전에는 치과의사 업무영역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2016년도 치과의사 업무 행위에 해당한다고 해서 대법원 판결에서 바뀌었다"며 "과거에는 치과의사들이 보톡스시술을, 한의사들이 초음파 진단을 안해도 충분히 운영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그게 필요하도록 의료시장과 환경이 바뀌니 의사들의 영역을 침범하고 갈등이 커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 변호사는 "우리나라 의료법이 1973년부터 바뀌지 않고 있고, 정치권이 바꿀 수도 없으니 법원이 구체적인 판례로 해석을 바꾸는 것 같다"며 "의료환경 변화에도 막아놓고 있는 불합리한 것들이 사라지지 않겠냐고 법원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 "한의사, 초음파 기기 사용시 발생하는 과실 책임도 지게 될 것"

현 변호사는 한의사들이 마냥 환영할 만한 판결인가에 대해서는 애매한 점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환송심이 남아있지만, 한의사가 초음파 기기를 사용할 수 있고,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바라보는 판례가 됐다"며 "반대로 초음파로 진단해서 오진하면 업무상 과실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해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현 변호사는 "한의사들에게 현대의료장비 사용에 대한 길을 터줬다고 할 수 있으나, 그에 대한 책임도 지울 수 있게 됐다"며 "한의사들은 자신들의 영역이 넓어지니 환영하는 것 같다. 책임 소재 우려까지는 일단 생각하는 것은 아닌 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 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법률에 따로 사용 및 설치기준이 나와있는 X-Ray나 CT, MRI 등의 허용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사용 기준이 명확히 없는 의료기기는 이번 판례를 따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현 변호사는 이번 판례로 한의계에서 의료기사법 개정에 뛰어들 수 있을 거라고 전망했다.

의료기사법 등에 한의사의 보조인력 지도감독권이 없는 상태인데, 때문에 초음파 진단시 한의사가 직접 초음파 진단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여러 애로사항이 나올 수 밖에 없으므로, 의료기사법을 개정해 보조인력의 기기 사용을 지도, 감독할 수 있도록 개정에 나설 수도 있다는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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