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의료정책 외래‧입원‧수술 등에 예산 집중, 변화 필요
응급의학회 김현 기획이사, 응급실 신종감염병 대비 1인실 구축

[의학신문·일간보사=정광성 기자] 코로나19를 겪으며 응급실 병상 부족 등의 문제가 나타난 가운데 응급의료 문제 해결을 위해 의료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학계의 의견이 나와 주목된다.

대한응급의학회(이하 학회) 김현 기획이사(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의학과)<사진>는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먼저 김현 이사는 우리나라 의료정책의 문제를 지적하며 응급의료 문제 해결을 위해 현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현 이사는 “우리나라 의료정책은 외래‧입원‧수술 등에 예산을 비롯한 모든 것이 집중돼 있다”며 “응급‧중증의료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투자는 많이 하지 않아 응급실 병상 수 확보 등 인프라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지속적인 투자가 있어야 응급의료 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며 “현재 외래‧입원‧수술 등에 집중된 예산을 응급의료로 지원하거나 다른 투자재원을 만들어 예산을 투입 해야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의료정책 구조상 병원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외래‧입원‧수술 환자에 투자하는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다. 이에 응급실 환자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며, 응급실 병상 수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음압실과 1인 병실 등의 응급실 병상 확보가 되지 않아 환자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며 환자들이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일이 발생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이사는 “각자의 역할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환자 정체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며 △소방의 전문적인 환자평가‧중증도 분류체계 구축을 통한 응급실 수용 범위 내 이송 △병원의 환자 입원 선순환 구조구축 △정부의 질환 경중에 따른 의료기관 방문 대국민 홍보 등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불어 그는 신종감염병 대비를 위해 응급실을 1인실로 구축하고 정부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 이사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응급실에 1인실이 부족해 환자 수용이 어려웠던 만큼, 1인실을 만들어 신종감염병에 대비하고 제반 비용을 정부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모든 병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최소한 대기 공간은 1인실로 바꾼다면 처치가 끝난 환자의 프라이버시와 감염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코로나19 때처럼 환자가 치료받지 못하고 응급실 밖에 대기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응급실 안전 확보, 전담 보안인력‧재정지원‧폭력 처벌강화 필요

아울러 학회는 응급실 내 폭력으로부터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확보를 위해 지역응급의료기관 보안인력의 응급실 24시간 전담 근무 의무화 및 재정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현 이사는 “기관급의 응급의료기관은 보안인력이 응급실을 전담하지 않고, 병원 전체를 커버해 응급실 폭력 발생 시 조치가 늦어져 환자와 의료인력이 폭력에 노출되는 문제가 있다”며 “다른 응급의료기관처럼 응급실 전담 인력 의무화와 그에 필요한 재정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 응급의료기관은 권역의료센터와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의 3등급으로 나눠져 있다. 이 중 기관급의 응급실을 제외한 센터급의 응급의료기관은 응급실 전담 보안인력이 의무적으로 배치돼 있고 병원 평가에도 반영돼 있다. 하지만 기관급은 의무화가 돼 있지 않다.

더불어 보안인력은 경찰 등과 달리 폭력행사자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법적인 보호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처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에 학회는 △응급실 보안인력 유형력 행사권 신설 △응급실 폭력범죄 신고의무 신설 △반의사불벌죄 폐지 △가중처벌 적용 등을 통해 폭력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과 응급실 폭력은 처벌을 꼭 받는다는 인식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복지부와 의원들에게 전달했다.

지난 9월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응급의료법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으며 현재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 등 2~3명의 의원도 관련법의 발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응급의학회, 응급의료기금 5년 연장 통과…일몰조항 삭제 노력할 것

한편 응급의학회가 응급의료센터, 심혈관센터, 소방 등에 쓰이고 있는 응급의료기금의 일몰조항을 삭제를 위해 국회보건복지위, 예산결산위원장 우원식 의원(더불어민주당)과 만나 논의를 하는 등 노력했으나 기존 5년 연장법안으로 통과됐다.

이를 통해 학회는 응급의료기금을 2027년까지 확보했으며, 앞으로 2~3년 뒤 재논의 시 일몰조항 삭제를 위해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끝으로 김현 이사는 “우리나라 응급의료가 국민을 살리는 의료가 됐으면 좋겠다”며 “좋은 연구와 정책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정‧학‧언이 좋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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