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간 인건비 및 운영비로만 3억 1천만 원 소비
해외 출장 시, 여비 지급대상자 11인 중 5명이 비즈니스석 탑승
대면회의 참석하지 않은 위원에게도 회의 수당 150만 원 지급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故 이건희 회장의 유족 측이 국립중앙의료원에 기부한 7천억원에 대한 운용수익을 국립중앙의료원 기부금관리위원회가 가산세를 피하려는 목적으로 과소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국회로부터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백종헌 의원(국민의힘, 부산 금정구)이 국립중앙의료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4월 28일 국립중앙의료원이 故이건희 회장의 유족 측으로부터 기부받은 7000억 원에 대한 운용수익 143억을 가산세를 피하려는 목적으로 과소비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故 이건희 회장의 유족 측에서 감염병 치료 및 연구에 필요한 국가 인프라 확충을 위해 기부한 7000억 원만으로도 국립중앙의료원은 최근 1년간 결산서류를 공시한 공익법인 중 기부금 수입 순위 2위를 기록하였다.

이처럼 막대한 기부금 액수에 대해 국립중앙의료원이 현재까지 벌어들인 이자수익만 143억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기준금리가 빅스텝(금리 0.5% 상승)을 거치는 등 꾸준히 상승했기에 앞으로 더 많은 금액이 기부금 관리위원회 소관으로 들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백종헌 의원은 "다만 문제가 되는 점은, 원금 7000억원과 이자수익 143억 원의 관리·운용 권한을 가진 기부금관리위원회에 회계나 금융 전문가가 한 명도 포함되어있지 않았고, 이자수익 운용과 관련해서도 가산세를 피하려는 목적으로 과지출이 지속되었다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백 의원에 따르면, 이자수익 143억은 입출금이 자유롭고, 이자율이 0.1~2.11%밖에 되지 않는 기업자유예금에 방치되어왔으며, 그마저도 ‘기부금관리위원회(이하 위원회) 및 사무국의 관리운영비 목적 등’으로 분류되어 오·남용되고 있었다.

먼저 위원회는 기부금 이자수익 전액을 자유예금에 예치하여, 정기예금에 포함했더라면 추가 위험성 없이 약 총 7,800만 원의 부가 수익을 취할 수 있었음에도 자유로운 입출금을 위해 기업자유예금에 전액을 방치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백 의원은 "기준금리의 빅스텝(금리 0.5% 상승) 등으로 인해 기대 이자수익이 더욱 커질 것을 예상하면, 2022년 말까지 1억 원 이상의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자유예금에 방치되어 자유롭게 사용되어오던 이자수익은, 약 10개월 만에 벌써 3억 1천만 원 이상 지출된 것으로 나타나 기부금 오·남용 의혹을 받고 있다.

기부금 이자수익 지출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22년 9월 기준 기부금관리위원회 사무국에는 상근 직원이 2명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의료원(중구 을지로) 인근 65평 사무실을 월 500만원 이상을 지불하며 임차하고 있었다. 이 마저도 동일 건물 내의 사무실만을 비교했던 것으로 확인되어, 다른 건물과 다양한 조건을 비교해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평균 2시간 26분이 소요된 회의에 대해 보건복지위원회 산하 타 부처의 회의 참석 수당 지급 기준보다 2배 이상 높은 금액을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2022년도 보건복지위원회 산하 기관인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 각각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원격지에서 참석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법령 등에 의하여 설치된 위원회에 참석한 위원에 대하여 1일당 15만원에서 최대 20만원까지만 참석 수당을 지급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국립중앙의료원의 기부금관리위원회는 모든 대면 회의와 심지어는 비대면(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한 위원에 대해서도 5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도록 자체 기준을 마련해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종헌 의원은 "심지어 기부금관리위원회의 자체 기준에 따라 2022년 이후 개최된 모든 회의에 단 한 번도 대면으로 참석하지 않은 선임직 위원 한 명은 화상 참여로만 총 150만원을 받아 가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위원회는 이에 대해 기부금관리위원회는 타 기관 이사회 수준의 인력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이기 때문에, 이사회 수준의 수당을 지급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백종헌 의원실이 확인해본 결과, 기부금관리위원회가 속해있는 국립중앙의료원의 이사회 참석 수당 또한 30만 원으로 정해져 있어 그 누구보다 객관적이고 투명해야 할 기부금관리위원회가 오히려 기부금 사치, 또는 기부금 나눠 갖기 등 관리·운영에 너무 소홀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고 있다.

추가로, 최근 기부금관리위원회와 국립중앙의료원이 중앙감염병병원 벤치마크를 위해 다녀온 싱가포르 해외 출장에서도 여비 지급대상자 11명 중 5명이 비즈니스석에 탑승하여 인당 왕복 287만 7320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10월 기준 국내 항공사의 월-금 3박 5일 인천-싱가포르 왕복항공권의 가격은 66만 900원부터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비즈니스석 사용이 의료원 내 기준과 공무원 지급기준을 벗어나는 행위는 아니었지만, 2022년 제4회 위원회 의결사항으로 ’건립비 외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소한의 사용 원칙’을 마련했던 것에 반해, 본인들의 지출에 대해서는 해당 원칙을 적용하지 않고 무분별하고 과한 소비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백종헌 의원은 "더욱 심각한 것은, 이자수익뿐만 아니라 원금 7000억 원에 대한 예치기관 선정기준에 '의료원 인근 제1금융기관'이라는 모호한 기준을 적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백 의원에 따르면, 국립중앙의료원으로부터 반경 1km 내에만 9곳의 제1금융기관이 존재하며, 금리 및 한도 조회는 온라인이나 유선으로도 충분히 가능함에도 기부금관리위원회는 20곳 가까이 되는 우리나라 예금은행 중 단 7곳에만 문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종헌 의원은 "실제로 2021년 5월 이후 국내 제1금융권 금융기관의 시기별 1개월 이상 6개월 미만 만기 정기예금 금리 현황을 살펴보았을 때, 국립중앙의료원 기부금관리위원회가 최종 예치한 금융기관이 낮은 수준에 있는 경우가 다수였기에 위원회 인근 7곳의 기관에만 금리 문의를 한 것이 최선이었나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위원회의 경우 3개월 만기 정기예금에 예치하였다는 점과 기관 투자자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2021년 11월의 경우, 위원회가 선정한 우리은행과 전북은행의 1~6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0.27%p 차이가 났으며, 이는 1천억 원 예치기준 연간 2.7억 원, 7천억원 기준 18.9억 원의 손해를 볼 수 있는 수치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백종헌 의원은 “삼성가가 기부한 7천억원은 감염병 치료와 연구에 필요한 국가 인프라 확충이 그 목적이 되어야지, 위원회와 사무국의 호화 운영 및 사치 생활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국가와 공공기관이 행하는 그 어떤 사업에 대해서도 철저하고 면밀한 관리 및 감시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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