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혈관 질환 동반한 알츠하이머형 치매에도 유의미한 효과 확인

[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치매는 70가지 이상의 원인 질환에 따라 알츠하이머형 치매, 혈관성 치매, 루이소체 치매, 파킨슨병 치매 등 다양한 종류로 세분화된다. 이처럼 다양한 치매 원인 질환 중 두 가지 이상에 의해 발병한 치매를 혼합형 치매라고 이야기한다.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혈관성 치매는 임상 양상이 유사할 수 있어 구분에 어려움이 있다.

치매 환자 부검 소견에 따르면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의 60~90%가 다양한 뇌혈관 병변을 동반하는 것으로 나타나며, 신경병리학 연구 분야에서도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혈관성 치매를 동반하는 혼합형 치매 환자는 전체의 약 20~22% 정도로 매우 흔하게 나타난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에 최근에는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혈관성 치매를 구분하던 기존의 이분법적 접근에서 벗어나는 혼합형 치매에 대한 연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혼합형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에 따르면, 뇌혈관 질환 동반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에게는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사용하는 약물을 사용해 유사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치매 치료를 통해 병의 진행을 최대한 늦춰서 가능한 환자의 기능을 유지시키는 것은 향후 새로운 치매 치료제가 개발되었을 때 좀 더 많은 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이다.

현재 알츠하이머형 치매 증상 치료제로는 에자이의 아리셉트(성분명: 도네페질)가 치매 정도와 상관없이 가장 넓은 범위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아리셉트는 임상 연구 결과, 순수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군과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 중 뇌혈관 병변을 동반하고 있는 혼합형 치매 환자군 비교 시 혼합형 치매에서도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와 혼합형 치매 환자에게 52주간 아리셉트를 투여하면서 치료 효과를 비교 검증한 임상 시험 결과, 두 환자군 모두 기억력, 언어능력, 행위능력 및 전두엽 기능 모두 기저선 점수 기준 유의한 악화가 나타나지 않아 인지기능 감퇴를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음이 확인됐다.

같은 연구에서 아리셉트는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와 혼합형 치매 환자 치료 52주 후 신경정신행동 증상이 기저선과 유사한 정도를 유지해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Case 2] B씨 (79세, 남성)

B씨는 61세에 고혈압을 진단받고, 같은 해에 좌측 반신위약으로 한방 치료를 했다. 63세에는 급성 뇌경색으로 우측 반신마비가 발생하여 신경과에 입원 치료한 이후로 신경과 외래에서 고혈압과 뇌경색에 대해 약물 치료를 시행했다.

뇌경색 이후 그 전에 비해 경미한 기억장애가 발생했지만 진행하지 않고 일상생활에 문제없이 잘 지냈다. 그러나 76세 경부터 기억력 저하가 서서히 진행하고 판단력도 저하되며 화를 많이 내는 등의 성격 변화도 동반됐다.

이에 79세에 자세한 신경심리검사를 시행했으며 아밀로이드 PET검사를 시행한 결과 양성 소견으로 알츠하이머병과 뇌혈관 질환이 동반된 혼합형 치매로 진단했다. 그 이후 아리셉트를 추가적으로 복용하며 혼합형 치매에 대한 치료를 병행 중이다.

인하대병원 신경과 최성혜 교수는 “뇌혈관 질환 동반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들은 조기 약물 치료를 통해 증상을 조절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현재 혼합형 치매를 대상으로 개발된 치료 약물은 없지만, 위 환자 사례와 같이 뇌혈관 질환과 알츠하이머형 치매를 동반하고 있는 경우 현재 나와 있는 약물로 증상 조절을 해 치매 진행이 악화되는 것을 지연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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