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호기<br>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br><의사평론가>
염호기
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의사평론가>

[의학신문·일간보사] 병원에서 생명이 탄생한다. 의학적 출생을 의미한다. 하지만 아직 법적으로 태어나지 않았다.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 행정기관에 신고 전까지는 태어나 실제 하지만 법적으로 세상에 없는 사람이 된다. 가족관계등록법률에서 혼인 중 아이의 아버지 또는 어머니가 출생자 신고를 한다. 혼인 외 출생자 신고는 어머니가 하도록 규정한다. 미혼모는 되는데 미혼부는 안 된다.

이와 같이 의학적 출생이 법률적 출생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머니가 아프거나, 이혼, 혼외자 등의 사유는 많다. 출생 신고의 사각지대가 발생된다. 예방 접종 등 의료혜택, 어린이 집, 학교 등 교육, 사회보장, 아동학대의 사회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아동학대로 문제가 되는 아이들 중에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는 경우가 흔히 있다. 법률이 개정되었지만 미혼부의 경우 엄마의 부존재를 증명해야한다. 엄마가 행방불명이라는 부존재를 증명하려면 전국 인구조사를 해야 한다.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

법이 개정되어 의료기관에서 직접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부모가 아이를 낳고도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학대, 방치, 유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정부는 202234일 자 정부 입법으로 가족관계등록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였다. 의학적 출생을 한 의료기관은 14일안에 출산모 성명, 출생자 성별등 출생정보를 시읍면 장에게 신고한다. 시읍면장은 1개월이 지나도 출생신고가 되지 않을 경우 직권으로 출생을 등록할 수 있다.

정부는 신고로 인한 의료기관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하여 보건복지부장관이 의료기관 출생사실의 통보 및 관리를 목적으로 국민건강보험법62조에 따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하여 구축운영하는 전산정보시스템을 구축한다. 아직 이러한 체계는 준비 되어 있지 않다. 하루 빨리 의학적 탄생을 법률적 탄생으로 자동으로 진입되는 체계가 구축되어 의학적 출생과 법률적 출생이 다름으로 인하여 생기는 사회적 문제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해마다 국회 보건복지원회 단골 지적사항이 있다. 이미 수년전 사망자에게 복지 지원금이 수십억원 지출된다는 것이다. 의학적 탄생과 법률적 탄생이 다르듯 의학적 사망과 법률적 사망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의 행정력이 실효적으로 작동되고 있지 않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사회의 안정성과도 관련이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일이 일어 날 수 있을까 싶지만 아프리카 정글 국가에서 일어나는 일이 대한민국에서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현행 법률에서 기본적으로 유족이 사망신고를 해야 한다. 유족들이 사망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 정부는 사망사실을 알 수 없다. 유족이 사망신고를 지연하여 사망자가 생존자로 집계되는 비율이 연간 사망자의 4%에 이른다. 매일 약 40명이 사망하지 못하고 한동안 살아 있게 된다. 사망했음에도 8년간 신고를 하지 않아 1억이 넘는 돈을 부정 수급한 사례도 있다.

최근 주호영 의원이 입법 발의한 가족관계등록 법률 개정안의 취지는 병원에서 사망을 하면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사망신고를 강제하는 것이다. 의료기관이 사망한 유족을 대신하는 것이다. 의료기관이 대신하면 좋을 것 같지만 이는 망자의 가족의사를 배제하게 된다. 가족이 신고하는 것이 타당하다면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사람이 사망하면 장례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장례, 화장, 매장을 하기 위하여 사망진단서가 필요하다. 이것은 의학적 죽음이다. 화장과 매장은 의학적인 행위가 아니다. 장례절차인 화장 및 매장의 사회 법률적 행위에서 행정력은 빠져 있다. 선진국에서는 의학적 진단서를 갖고 행정관청에서 화장, 매장 등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화장과 매장을 위한 사망을 입증하는 의학적 입증이외에도 행정적 절차가 필요하다. 그래야 비로소 법률적 사망이 되는 것이다.

사람의 탄생과 사망이 의학적 판정과 법률적 판정이 다름으로 인하여 발생되는 사회적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법률과 제도적 보완을 함으로서 더욱 안정적인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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