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이상 '위해도 3단계', 전 항목 검정 대상
업계, '사실상 페널티'…식약처, '종합적 판단, 페널티 부과 의도 전혀 없어'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보툴리눔제제 품목군의 신뢰도와 성숙도를 가늠할 수 있는 국가출하승인 의약품 위해도 평가가 완료됐다.

보툴리눔제제 절반 이상이 '전 항목 검정이 필요한' 위해도 3단계를 받아 업계에선 보툴리눔제제를 바라보는 식약처의 낮은 신뢰도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김강립)가 31일 발표한 ‘2022년도 국가출하승인의약품 위해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총 182개 국가출하승인의약품 중 약 41%인 74 품목이 위해도 단계 3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해도 평가’는 품목별로 위해도(총 4단계)에 따라 검정항목에 차이를 두는 방식으로 위해도 평가에 따라 시험항목 수준과 항목 갯수가 달라진다. 1단계는 서류평가만, 3단계는 서류평가는 물론 전 항목을 검정한다.

특히 위해도 평가 대상 품목군인 보툴리눔 제제 총 28개 품목 중 절반이 넘는 16개 품목이 위해도 3단계를 받았다. 전 항목에 대한 검정을 수행한다는 의미다.

위해도 평가는 국가출하승인 대상 품목의 급격한 증가와 식약처의 인력 부족이 맞물려 나타난 제도다. 전세계적으로 백신과 보툴리눔제제 등의 품목이 빠르게 증가해 국가출하승인 항목을 검정하는 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진 상태다.

이에 각 국가에서는 위해도 평가를 도입해 ‘품목 출시가 오래됐고 품목에 대한 신뢰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일정 기준에 부합하는 품목에 대해서는 서류 평가만으로 국가출하승인을 실시하는 추세다.

식약처 또한 이러한 글로벌 추세에 맞춰 지난 2014년부터 위해도 평가를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특히 식약처는 위해도 평가 분류 기준이 ‘불분명한 부분이 있다’는 업계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12월 위해도평가 분류 기준을 명확화하는 내용의 ‘국가출하승인의약품 지정, 승인 절차 및 방법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행정예고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식약처는 올해 처음으로 국가출하승인 대상 품목 총 182 품목에 대한 위해도 평가 결과를 대외로 공개했다. 이전 자료는 식약처에서 통계치조차 ‘해당 업체에게만 공개하는 자료라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과거와 달리, 식약처가 위해도 평가를 공개한데 대해 업계에선 ‘식약처가 보툴리늄제제 품목군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제스쳐’라고 분석했다. 식약처는 메디톡스와 휴젤 등 국내 보툴리늄기업 몇몇과 소송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와 몇몇 업체가 소송전까지 벌일 정도로 관계가 냉랭한 것은 사실”이라며 “위해도 평가 3단계는 결국 전부 다 검사하겠다는 것인데 그만큼 업체와 품목이 주는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식약처가 판단한 셈”이라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서는 식약처가 상대적으로 관계가 좋지 않은 업체에게만 선택적으로 보수적 행정을 적용, 일종의 ‘압박’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위해도 평가 기준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는 사실상 올해부터 고정됐다”면서 “전 항목을 검정하는 경우 식약처가 위해도 3단계를 부여하는 것만으로도 비용과 시간 소요가 훨씬 늘어나는 페널티 부여 효과가 있어 의심쩍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식약처 관계자는 “위해도 평가는 최근 2~3년간의 제품별 국가출하승인 실적,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평가 결과, 국내외 품질 안전성 정보, 허가변경 현황 등을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서 “업체 페널티 부여 등의 목적으로는 전혀 사용되지 않으며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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