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당국, 스프링클러 등 의무 설치 압력 강화 가능성
의료계·복지부, '코로나19로 아직 여건 안돼'…'자발적 설치 분위기 조성도 한 방법'

조사업무 중인 소방대원. 출처는 충청북도소방본부.
조사업무 중인 소방대원. 출처는 충청북도소방본부.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충북 청주의 한 산부인과 의원에서 화재가 발생, 다행히 큰 인명피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의료계에서는 ‘화재 경보기와 스프링클러의 자발적 설치’와 의료진의 신속 대응 등으로 피해를 줄였다고 분석,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가 아닌 ‘자발적 설치와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료진·직원의 신속 대응, 피해 줄여…화재 경보기·스프링클러도 제몫 해내

지난 29일 오전 10시 10분쯤 충북 청주시 사창동의 10층짜리 산부인과 병원에서 화재가 발생, 3시간 만에 화재가 진압됐다.

소방 당국과 정부 측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번 화재로 인해 산부인과 건물 3동이 불에 타고 주차장과 인근 도로에 세워진 차량 십여 대가 전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화재 규모에 비해 다행히 인명 피해는 크지 않았다. 이 화재로 환자와 의료진 등 120여명이 긴급 대피했으며, 10명이 연기를 흡입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교적 경미한 인명 피해의 요인으로 소방 당국은 의료진·직원의 신속 대응을 꼽았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관계자가 신속하게 화재를 인지하고 (환자를 안내하며) 계단 등을 통해 바로 대피했다”고 밝혔다.

특히 옆 건물로 연기가 흘러들어오면서 연기로 인한 피해가 컸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이를 직원들이 먼저 인지해 빠르게 대피했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정부 측에서는 건물 3동에 건물에 설치된 화재 경보기와 스프링클러도 제몫을 다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건물 3동 중 신관에는 스프링클러와 화재 경보기가, 구관에는 화재 경보기가 설치돼있던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신관으로 연기가 들어오면서 스프링클러가 작동한 점, 경보기로 인해 화재를 빠르게 인지해 대피 또한 빨랐던 점 등이 피해를 줄인 요소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의료기관은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은 화재 경보기·스프링클러 의무설치 대상이 아니다. 다만 병상이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 중 새로 개원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의무설치 대상이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의료기관이 화재 경보기·스프링클러 의무설치 대상인지 여부는 추후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의료계, ‘의무화보단 자발적 설치 환경 조성 필요’

지난 2019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 당시 사고로 인해 스프링클러 의무설치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난 2019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 당시 사고로 인해 스프링클러 의무설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번 화재와 관련, 의료계는 이번에 인명 피해가 크지 않은 점에 대해 가슴을 쓸어내리는 분위기다. 신속하고 성숙된 의료진·직원 대응으로 본연의 책임을 다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다만, 이와는 별개로 일각에서는 소방당국 등에서 압박하고 있는 소방시설 소급 설치 독려가 좀 더 거세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소방청은 지난달 공문 등을 통해 오는 8월 31일까지 의무 대상 의료기관에게 스프링클러 및 자동화재속보설비를 설치하라고 요청한 상태다.

종합병원과 병원, 치과병원, 한방병원이 의무 대상으로, 지난 2020년 12월 31일 기준 2411개소에 달한다.

문제는 대상 의료기관 대부분이 ‘설치하고 싶어도 설치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의료기관들이 병상 수급부터 인력 배치까지 모든 의료자원이 고갈된 상황에서 화재 관련 장비를 설치할만한 인적·비용적 여건 자체가 안된다는 것이 의료계의 주장이다.

병원계 관계자는 “화재 경보 시설과 스프링클러가 화재 상황서 효과적으로 대응한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병원이 살기 위해서라도 설치해야겠지만, 그 시점이 오는 8월 31일까지라면 현실적으로 이를 완료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을 복지부 또한 잘 알고 있다. 복지부 측에서도 소방 당국과 협의하며 의무 설치를 유예하는데 힘을 싣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주에도 의료계와 소방당국, 복지부가 모여 이와 관련한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가지로 (의료기관) 현장 자체가 어렵고 8월까지 설치를 다 할 수가 없는 것으로 판단해 (유예를) 강력하게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의료계 일각에서는 화재 안전 설비에 대해 의무 대상 설치 등 법적인 문제를 떠나 그 필요성에 대해 분위기를 조성해 자발적으로 의료기관 전부가 점진적으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관련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중소병원장은 “화재 발생 시 책임소재 때문에라도 설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면서 “정부 당국이 강제성보다는 해당 기관들이 여건이 되는 대로 설치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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