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잠정 합의·진단기기 6개월 뒤 결정…국내 기업, '면제 가능성 두고 대응 고려'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코로나19 관련 의료용품에 대해 지적재산권 면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서는 코로나19 진단기기에 대한 지적재산권 면제 논의 향방에 집중, 대비책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한국바이오협회 등에 따르면 미국, EU, 인도, 남아공 등 4개 WTO 주요회원국이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면제 대상에는 특허받은 코로나19 백신 이외에 백신 제조에 필요한 성분 및 제조공정이 포함됐다.

이번 합의문은 잠정적 합의로 전체 WTO 164개 회원국 모두의 동의가 남은 상황이다.

합의문이 통과되면 제조업체가 특허권자의 동의없이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기간을 3년 또는 5년 동안 허용하게 된다.

지식재산권이 면제될 수 있는 국가는 2021년 기준 전세계 코로나19 백신의 10% 미만을 수출한 개발도상국이 대상이 된다.

쉽게 풀이하면, 백신 도입이 어려워 접종률이 낮은 개발도상국만이 대상이라는 의미다. 국가 접종률이 절반을 넘어선 선진국과 한국 등은 대상에서 제외돼 지적재산권 면제 혜택을 누릴 수 없다.

문제는 코로나19 백신만이 아닌, 코로나19 진단기기 및 치료제도 향후 논의된다는 점이다. 이번 잠정 합의문은 코로나19 백신만이지만, WTO는 코로나19 진단기기 및 치료제포함 여부를 6개월 이내에 결정하겠다고 명시했다.

지재권 면제가 되면 대상 국가는 사용자가 특허권자에게 승인권한을 획득하도록 요구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대상 국가는 자국의 국내시장 공급 이외에도 다른 면제대상 국가들에게 백신을 수출할 수 있으며, 국제적 또는 지역적인 백신공급 이니셔티브에도 공급할 수 있다. WHO PQ와 같은 국제 조달 시장 참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만약 진단기기까지 지재권 면제에 포함된다면 국내 진단기기 기업 입장에서는 개발도상국 수출 계획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실제로 백신의 경우 글로벌 제약사를 중심으로 특허권 약화 및 향후 팬데믹 상황 대처능력의 약화를 우려하는 상황이다.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주요 다국적제약사는 이번 4개 주요국의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 합의문안에 대한 개별기업 차원의 논평을 자제하고 있지만, 미국바이오협회(BIO), 국제제약협회연맹(IFPMA) 등 바이오 및 제약기업들을 대표하는 단체에서는 특허권 약화 조치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다만 진단기기 지재권 면제 합의가 실제로 글로벌 수출 둔화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진단기기업계 관계자는 “진단기기 업계 특성상 특허가 그리 치밀하지 않고 그 개수도 많지 않다”면서 “특허보다는 노하우가 중요하기 때문에 개발도상국에 특허가 풀린다 하더라도 동급의 제품 생산까지 걸리는 시간이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급변하는 코로나19 환경에 따라 지재권 면제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정부와 업계에서는 향후 지재권 면제에 따른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미 몇 차례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자리에서 해결책을 도출하진 못한 상황이다.

진단기기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코로나19 진단기기를 가장 많이 수출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라면서 “일단 지재권 면제 합의 과정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상황에 따른 대응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