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증설 억제 요청..필수의료 살리기, 의료사고 국가책임 보상제 도입도
대한의사협회, 각 정당 대선 캠프에 제안...요양의원‧회복병원 종별 신설 포함
■2022 대선 후보에게 바란다:대한의사협회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회장 이필수)는 오는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보건의료에 있어 산적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올바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최근 각 정당과 캠프에 ‘보건의료분야 정책제안서’를 전달했다.

제안서에 담긴 보건의료분야 7대 아젠다로는 ▲지역의료 활성화로 고령사회 대비 ▲필수의료 국가안전망 구축 ▲공익의료 국가책임제 시행 ▲의료분쟁 걱정 없는 나라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건강한 나라 ▲보건의료 서비스 일자리 확충 ▲보건부 분리가 제안되었다.

◆ 질환 시기 및 기능 중심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지역의료 활성화 요청

대한의사협회는 먼저 저출산과 고령화의 가속화로 치료와 돌봄이 필요한 의료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증가가 나타날 것임을 지적했다. 또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시행 이후 상급종합병원의 진료비 수익 급증, 환자 쏠림현상, 지역중소병원 경영난이 나타나고, 의료전달체계와 지역의료체계가 빠르게 붕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의협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의 부작용을 보완할 것을 우선 조언했다. 구체적으로 비급여의 급여화 우선순위를 재조정할 것을 제안했다. 국민생명과 직결된 분야를 필수급여로 정의, 필수급여 이외의 간병료 등을 일반급여로 정의하고 급여화 우선순위에 둘 것을 조언했다. 선별급여의 경우 급여항목 중 상급병실료 등 필수적 행위로 보기 힘든 항목 등은 기존의 급여에서 선별급여로 변경하고, 급여요율 하향을 조정할 것을 주장했다. 또한 미용성형 분야는 등은 비급여로 두고 소비자의 자유로운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의협은 바람직한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 의료법에 의료전달체계 관련 조항을 신설할 것을 제시했다. 이어 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 의료전달체계 관련 수가모형을 개발하고 병상 기능 및 연계와 관련해 체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규모 중심에서 기능 중심의 의료전달체계로 변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의료기관 규모에 따른 기존 1-2-3차 의료전달체계는 인구 고령화로 인한 다양한 ‘의료 및 돌봄’서비스 제공이 불가능 한다는 게 의협의 지적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의료기관을 질병의 시기와 생애 전주기를 고려하여 기능별 특성에 따라 초급성기-급성기-회복기-만성기 의료전달체계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의협이 제시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모형에 따르면, 먼저 회복기 담당 의료기관에 지역병원 외 ‘회복병원’ 종별이 신설되어 있다. 외과적 수술 후 또는 내과적 질환이나 뇌척추신경계 질환 등에 대한 급성기 치료 이후 건강 회복을 위해 수술 후 처치, 내과적 치료, 재활치료 등 회복기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목적에서 마련된 것으로, 의협은 시・군・구 단위마다 200병상 규모로 1곳을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회복병원 신설을 통한 일자리 창출 효과 68400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만성기 담당 의료기관에는 요양병원 외에 ‘요양의원’이 신설되어 있다. 요양의원은 일본의 개호의료원(의료와 간병이 일체화된 간병 의료원)을 참고한 것으로, 요양병원보다 시설, 인력기준이 완화된 형태다. 요양의원의 개설시 의사 인력 기준을 요양병원 의사 인력 기준(의사 1인당 40명 이하)보다 완화해 의사 1인 당 60명 이하로 운영하는 방안을 의협은 제안한다.

특히 의협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등을 개정해 간병비를 요양의원에도 지급하도록 개정하면 요양시설로 갈 어르신들이 요양의원으로 올 수 있으며, 의원급의 활성화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요양의원 제도 신설시 시・군・구 단위로 50병상 규모로 10개소씩 설치 시 68400개 일자리 창출 가능할 것으로 전망 중이다.

◆ 지역별·기능별 병상 공급계획으로 무분별한 병상 증설 억제 필요

상급종합병원 환자쏠림현상과 대형병원의 분원설립 경쟁을 방지하고 지역의료를 활성화하기 위한 또 다른 방안으로 의협은 지역별·기능별 병상 공급계획을 실시해 병상 증설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령화시대의 병상 수요에 맞춰 점진적으로 급성기 병상을 축소하고 회복기 병상 수를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협력하여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병상수급계획을 마련토록 하고, 수급계획을 초과하는 무분별한 병상의 증설은 억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지역의료 활성화를 위해 지역 의료기관을 이용할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을 제안했다. 장래 인구감소, 인구 과소지역 지역소멸, 압축도시화 등 미래 환경변화로 인한 위기 대응 위해 지역 내 의료체계 강화 필요하며, 지역병상 가산제 등을 통해 지역 의료기관 입원 병상에 대한 재정을 지원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지역 주민이 지역 내 의료기관 이용 시 진료비를 감면하여 지역 의료체계 이용을 유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 필수의료인력 수련비용 국가부담 등으로 필수의료 살리기 제안

무너져가는 필수의료를 살리는 각종 방안들도 제시됐다. 의협은 먼저 필수의료에 대한 개념에 대해 사회적 합의 및 정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필수의료인력 수련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 일환으로 의료법 개정을 추진해 수련교육 위탁에 대한 보상근거를 마련하고, 전공의 수련에 대한 임금 및 교육비 등 간접비를 정부가 지원할 것을 강조했다. 단기적으로는 정부와 수련병원(수련기관)이 각각 50%씩 부담하다가, 중장기적으로 정부가 100% 부담하는 방안이다.

또한 의협은 장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필수의료에 대한 수가가산제도를 강화하고, 필수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목표 재설정과 가산율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건강보험 재정안정화로 필수의료 적정급여-적정부담으로의 전환이 이뤄질 것을 각 정당과 대선후보들에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2022년 12월 한시법 종료에 맞춰 건강보험 국고지원액을 선진국 수준인 30%까지 점증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또한 의협은 필수의료기능을 담당하는 지역 민간의료기관을 지원할 것을 제안했다. 필수의료 지원을 위해 공공의료기관을 신설하기보다, 기존의 민간의료기관이 필수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필수의료 지원체계 확보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밖에도 의협은 (가칭)공익의료기금 등과 같이 건강보험재정 외 별도의 기금을 설치 및 운용하여, 필수의료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국민건강증진기금 등에서 필수의료에 대해 특별한 지원을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 시군구 단위로 지역병원 네트워크를 구축해 네트워크 내에서 감염병 관련 1차 방역역할을 수행할 병원, 필수의료 제공 병원 등을 지정하여 지원하고,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에서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를 제공하는 지역 민간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또한 취약지역에 필수의료 전문과목이 개설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해당 전문의에 대한 인건비 1억 5천만원을 지원하고, 응급환자 이송체계를 강화하고 역할을 확대하는 등의 방안이 필수의료 살리기의 일환으로 함께 제시됐다.

◆ “의료사고 국가 책임보상제 도입해 의료분쟁 걱정 없는 나라 만들어 달라”

해마다 늘어가는 의료분쟁을 해결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하자는 의견도 정책제안서에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특례조항을 신설하는 한편, 필수의료분야 의료사고 국가 책임보상제도를 도입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따르면, 매년 약 5만 7천여건의 의료분쟁 상담이 이뤄지고 있으며, 매년 1천 400여건의 조정 및 중재가 개시됐다. 또한 책임보험, 조정・중재, 합의, 형사처벌 특례조항 등 비형사적 구제방법이 활성화 되지 않아 의료인이 민형사상의 책임을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이는 결국 방어진료를 양산하고, 의료행위를 위축시킨다는 것이 의협의 지적이다. 또한 수술 건수가 많은 외과 등 필수의료과에 대한 기피현상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르고 있다.

개선 방안으로 의협은 먼저 의료사고 및 분쟁관련 제도적 정비를 통해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특례조항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정상적인 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형법상 과실치사상 죄의 적용을 배제함으로써 의료인의 형사처벌을 면제하도록 하며, ‘교통사고처리 특례법’과 같이 고의 또는 중과실에 대해서만 명확한 처벌 기준을 명시하고, 그 외의 사고는 특례로 정함으로써 의료사고로 인한 형사처벌 감소 및 환자에 대한 신속한 피해 회복을 이끌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의협은 필수의료 분야 의료사고 국가 책임보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의료분쟁조정법 제46조(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개정을 통해 분만 외에도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 발생위험이 있는 필수 진료과목들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 마련하는 것과, 의료분쟁 및 사고의 위험이 높은 필수의료 분야에서 불가항력적 의료사고가 발생할 시, 발생하는 분쟁비용을 정부에서 지원하는 방안 마련하는 방안 등이 제안됐다.

아울러 의료배상 책임보험 의무가입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의 역할 및 배상 범위를 확대하고, 위험도가 높은 필수 의료행위에 대한 수가가산 등을 통해 국가에서 기금의 일부를 지원하고, 의료사고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한편, 안전한 진료환경을 조성해야한다는 주장이다.

◆ 공익의료 국가책임제 시행으로 비효율적 공공의료 개선·국민건강 안전망 구축

의협은 현재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공공의료 대신, 공익의료 개념을 도입해 국민건강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의협의 제시한 ‘공익의료 국가책임제 시행’의 경우 먼저 공공의료 대신 ‘공익의료’를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우리나라는 국민의 보편적 건강권 보장을 위한 핵심제도가 건강보험제도인 현실이기에, 건강보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의료기관은 공공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며, ‘공공의료’라는 모호한 표현 대신 ‘공익의료’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바탕으로 공익의료발전계획을 수립하고, 공익의료 관련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의협은 강조한다. 또한 국립대학병원 등 공공소유 의료기관이 공익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전문시설과 장비, 인력을 갖추고 민간의료기관에서 수행하기 힘든 특정질환(희귀 난치질환 등)의 진료와 의료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소외계층진료, 감염병 대비 인프라 구축 등에 힘써야 한다고 의협은 밝혔다.

공익의료자원 확충의 일환으로 민간병원 매입을 활용해 필수의료 공공병상 확보를 할 것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민간병원을 매입하여 국공립 법인으로 변경하고 직접 운영하는 방식 또는 민간병원 병상만을 매입하여 병상의 관리는 민간에서 하되, 관리운영비를 지원하는 방식이 제안됐다. 이를 위해 지역별 병상 계획수립을 통해 필수의료의 역할을 담당할 지역별 ‘공공병상’을 추계할 것을 제안했다. 이후 민간병원이 이 역할에 참여할 의지가 있으면 정부가 이를 매입하여 공익의료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비용효과적이라는 의협의 주장이다.

민간의료기관의 공익적 기능 강화방안<br>
민간의료기관의 공익적 기능 강화방안

이 밖에 의협은 민간의료기관의 공익기능에 대한 지원 및 보상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민간의료기관의 공익적 역할 수행에 관한 세부 항목 논의 및 합의를 바탕으로 공익적 기능을 규정하고, 공익적 기능에 대한 재정적 보상기전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가칭 ‘공익의료기금’ 신설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또, 지역우수병원 대신 필수의료거점병원 지정을 통해 국가보건의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한편, 정책제안서에는 보건부 분리와 저출산, 고령화 대비 담당부서를 확보할 것, 보건의료분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인력기준 연계수가 신설로 의료기관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안 등도 세부 내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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