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장에서 유전자 재조합, 최초 싱글체인까지…연간 1500억원 시장 형성

[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혈우병은 피가 멎지 않는 증상을 보이는 출혈질환으로 혈우병은 전세계에서 1만명 당 1명 비율로 발생하는 희귀난치성질환으로, 우리나라에는 약 2500여명의 환자가 등록되어 있다.

2020년에 발간된 한국혈우재단의 연례보고서에 의하면 한국 혈우병 환자 중 A형이 69.6%, B형이 17.3%를 차지해 일반적인 발병 양상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었다. 생존 남아 5000명 중 1명 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에서는 A형 혈우병 환자에 1746명이 등록돼 있다.

출혈을 멈추도록 기능하는 여러 응고인자 중 하나가 없거나 그 양이 적어, 일반인보다 출혈이 더 오래 지속되고 지혈이 되지 않을 경우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결핍된 인자에 따라 A형 혈우병, B형 혈우병 등으로 구분되는데, 전세계적으로 A형 혈우병이 약 70%, B형 혈우병이 약 20% 수준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혈우병은 현재까지 완치가 가능한 근본적인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아 평생 관리가 필요하다. 치료법으로는 체내에 결핍된 응고인자를 투여하는 인자대체요법이 주 치료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혈우병 치료는 출혈 시 지혈을 위해 응고인자를 투여하는 출혈 시 보충요법(on-demand)과 혈중 응고인자 수준을 1% 이상으로 유지함으로써 출혈 위험을 줄이는 예방요법(prophylaxis)이 있다.

세계혈우연맹, 세계보건기구 등 국제 기관은 대표적인 혈우병의 합병증인 혈우병성 관절병증과 자연출혈을 예방하기 위해 ‘예방요법’을 권고하고 있다.

두 치료법 중에서는 여러 출혈 빈도를 낮추고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는 예방요법이 전세계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계혈우연맹 가이드라인에서도 예방요법을 중증 혈우병 환자에 대한 표준 치료법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필요 시 보충요법은 더 이상 장기 치료옵션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혈우병 중 발생빈도가 가장 높은 A형 혈우병은 8번 응고인자 유전자 이상으로 혈장 내 8번 응고인자 활성도가 감소되어 있다.

약 1500억 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A형 혈우병 시장에는 애디노베이트, 엘록테이트, 헴리브라, 애드베이트, 노보세븐알티, 그린진에프 등 국내외 제약사들이 출시한 10여개의 약제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들은 작용기전 또한 항체 치료제, 혈액응고인자 단백질 치료제, 비인자 치료제 등으로 다양한데, 최근에는 싱글체인 기전을 가진 앱스틸라까지 본격적인 국내 출시를 알리며 더욱 치열한 시장 구도를 예고한 바 있다.

실질적으로는 토종신약에 가까운 앱스틸라가 싱글체인 작용기전, 가장 낮은 ABR 데이터 등의 독보적인 강점을 가지고 한국에 돌아온 상황에서, 견고한 국내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최근 환자의 연령, 출혈 패턴, 관절 상태, 신체 활동 수준, 생활 방식, 혈액응고인자 수치, 프로토콜에 대한 순응도 등을 고려한 ‘개인 맞춤형 치료’가 혈우병 치료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오래된 롱액팅 제제, 다케다제약 애디노베이트

애디노베이트는 2018년 1월 31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장기지속형 A형 혈우병 치료제로, 2018년 9월 1일자로 보험급여가 적용됐다. 롱액팅 치료제 중에서는 가장 오래 쓰이고 있는 약제임에도 불구하고, 출시 이후부터 꾸준한 매출 상승을 보이며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있다.

페길화(Pegylation) 기술을 이용한 제8인자 전장 단백질에 기반해 개발됐으며, 주 2회 용법으로 투여한다. 애디노베이트 임상연구에 따르면, 12세 이상 성인에서 애디노베이트 예방요법을 주 2회 투여한 환자군의 ABR 중앙값 1.9, 출혈이 발생하지 않은 사례는 39.6%였다.

예방요법의 애디노베이트주는 제8인자 유전자재조합 혈우병 A 치료제로, 애드베이트주와 동일한 제8인자 전장 단백질에 기반해 개발된 치료제이다.

애디노베이트주는 기존 8인자 치료제인 애드베이트주 대비 반감기가 약 1.5배 연장됐다. 그 결과 예방요법 시 약물 투여 횟수를 주 3회 정맥투여에서 주 2회로 줄여 연간 주사횟수를 52회 감소시켜 환자의 치료 편의성을 향상시키고 출혈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게 됐다.

애디노베이트주는 투약 준비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원스텝 디바이스’를 도입했다. 기존 애드베이트주가 분말 주사제, 주사용수, 혼합기구 3가지 요소로 구성된 것에 반해 애디노베이트주는 3가지 요소가 일체형으로 합쳐진 원스텝 디바이스로 투약 준비 시간을 줄였다.

연장된 반감기와 높은 AUC 덕분에 주 당 1회 적은 주사횟수로도 애드베이트주와 동일한 출혈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 것.

환자 설문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예방요법 치료 순응도에 있어 가장 큰 장벽이 혈우병 치료제의 투여에 소모되는 시간이 꼽힌 바 있다.

악물동력학적(Pharmacokinetic, 이하 PK) 프로파일을 기반으로 맞춤형 예방요법 치료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

이처럼 평생 치료가 필요한 혈우병 환자를 위해 투약 횟수와 투약 준비시간을 줄인 것과 더불어 PK기반 치료까지 애디노베이트주는 장기간 질환 치료 및 관리가 필요한 혈우병 환자들의 믿음직한 동반자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감기·곡선하면적·청소율 모두 개선한 롱액팅 치료제 씨에스엘베링 앱스틸라

가장 최근에 8인자 제제 시장에 합류한 건 씨에스엘베링 코리아의 앱스틸라(로녹토코그알파)이다. 앱스틸라는 SK케미칼이 개발한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싱글체인(단일사슬형) 작용기전의 A형 혈우병 치료제로, 2009년에 씨에스엘베링으로 원천 기술이 수출됐다가 지난 6월 1일자로 보험급여를 적용 받으며 한국으로 돌아왔다.

앱스틸라는 다른 8인자 제제들과 다르게 본 빌레브란트 인자의 결합부위를 변형해 친화성을 높인 싱글체인 기술로 설계되어, 이중 사슬형보다 체내에서 안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장점이 있다.

앱스틸라의 응고인자 최저치가 1% 이상 유지하는 기간은 4일 이상에 달한다. 안정적인 싱글체인 작용기전은 면역항체 발생율 또한 감소시킬 수 있다. 앱스틸라는 재치료 환자 모든 연령이 258명 참여한 3상 임상시험에서 항체 발생률 0%를 확인했다.

A형 혈우병 치료제는 제품별 반감기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투약 횟수 보다는 약제의 효과 및 안전성이 더욱 중요한데, 앱스틸라는 반감기·곡선하면적·청소율 등의 약물동력학적 지표를 모두 개선하며 효능을 입증했다.

앱스틸라의 PK, 안전성 및 효과를 평가한 AFFINITY 임상연구에 따르면, 앱스틸라 예방요법은 성인 및 청소년 환자에서 ABR 중앙값 1.14, 소아 환자에서 3.69를 기록했다.

이는 유사한 횟수로 투약되는 다른 8인자 제제의 중앙값보다 우수한 결과이다. 앱스틸라는 AsBR 중앙값에서도 투약 횟수와 관계없이 성인, 청소년, 소아 환자 모두에서 0.00을 기록했다.

현재 미국,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에서 처방되고 있는 앱스틸라는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임상 데이터와 동일한 수준의 높은 안전성을 입증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치료제 6개의 치료 결과를 분석한 데이터에서 앱스틸라 예방요법의 ABR 평균 및 중앙값이 가장 낮았고, 출혈이 발생하지 않은 환자 비율 또한 가장 높았다. 독일의 혈우병 치료제 5개 중에서는 앱스틸라의 ABR 평균값이 가장 낮았다. 미국, 독일 데이터 모두 앱스틸라 투약 환자의 항체 발생 보고는 없었다.

◆관절 건강 개선 효과를 확인한 반감기 연장 A형 혈우병 치료제, 사노피 엘록테이트

엘록테이트는 2014년에 FDA 시판 승인을 받은 유전자재조합 A형 혈우병 치료제이다. 2017년 8월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시판 허가를 받았지만, 국내에는 2020년 6월부터 본격 출시됐다.

엘록테이트는 3~5일에 1회 투여로 일상적 예방요법이 가능한 반감기 연장 치료제로, 인체 친화적인 Fc 단백 융합 기술 및 작용 기전을 이용해 체내에 축적물을 남기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엘록테이트의 주요 임상 연구인 A-LONG, Kids A-LONG, ASPIRE 연장 연구 결과, 엘록테이트로 개별화된 예방요법을 시행한 소아 및 성인 전 연령대 환자에서 연간 관절 자발출혈률 중앙값은 모두 0.0으로 나타났다.

또한 A형 혈우병 환자 절반 이상이 겪는 관절병증과 관련해 엘록테이트는 예방요법 시행 시 출혈 예방과 관절 건강에 있어 긍정적인 연구 결과를 확인했다.

엘록테이트로 예방요법을 시행한 환자의 99% 이상이 표적관절을 해소했고 표적관절 재발률 또한 낮았다. 엘록테이트 3상 연장 연구인 ASPIRE 연구 2년 차까지 엘록테이트 예방요법 시행 환자는 물론, 필요 시 보충요법을 시행한 환자에서 모두 혈우병 관절건강점수가 개선되어, 장기적인 관절 건강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엘록테이트는 10년간의 장기 임상 연구를 통해 중증 A형 혈우병 성인 및 소아 환자에게서 출혈 예방 효과를 확인했으며 엘록테이트로 인한 항체 및 아나필락시스의 발생은 보고되지 않았다.

또한 엘록테이트는 250IU, 500IU, 1000IU, 2000IU, 3000IU까지 다양한 5가지 용량 옵션을 제공해 여러 번 투약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고 환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쉽고 빠른 재구성으로 치료 만족도·순응도 높인 혈우병 A치료제, 화이자제약 진타 솔로퓨즈

한국화이자제약은 혈우병환자들의 순응도를 높이고 8인자가 부족해 지혈이 어려운 혈우병 A에 대한 치료제인 ‘진타 솔로퓨즈’ 프리필드 듀얼 챔버(PSD) 시린지 제형을 출시했다.

진타 솔로퓨즈는 혈우병 A 환자에서 출혈의 조절 및 예방, 일상생활 및 수술 시 출혈 예방을 위해 승인된 유전자재조합 혈액응고인자 VIII 제제14로, 1분 이내 재조합이 가능한 혁신적인 치료제이다.

복잡한 투여 지시사항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혈우병 치료에 있어 ‘진타 솔로퓨즈’는 빠르고 쉬운 투여방법을 통해 치료 만족도와 순응도를 향상시켰다.

98명 대상의 환자 선호도 조사에서 절반 이상(57.1%)의 환자가 쉽고 빠른 준비과정으로 인해 기존 치료보다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혈우병 A형 성인 남성 86명 대상 설문조사에서 치료 만족도와 순응도, 사용 편리성 항목에서 70%가 넘는 수치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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