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사회연구원, ‘의료서비스 공적 보장 중심 임신중지 정책의 국제적 동향’ 정리
최선영 위원, “우리나라 새로운 출발선…여성들의 필요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의학신문·일간보사=정민준 기자]식약처 국정감사에서 임신중지 의약품 논의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는 ‘임신중지’가 비단 법적으로 허용되는 수준을 넘어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분야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국제사회보장리뷰 통권 제18호를 통해 ‘임신중지의 법적 자유화와 의료서비스의 공적 보장을 중심으로 본 임신중지 정책의 국제적 동향’을 정리해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임신중지 자유화 국가로 분류될 수 있는 70개 국가들 사이에서도 임신중지와 관련된 의료서비스를 공적으로 보장하는 정도가 매우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에서 형법의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1953년에 정부 수립과 함께 만들어져 존속해 온 낙태죄 조항은 2021년 1월 이후 효력을 상실하게 됐다.

WHO에 따르면 지난 20여 년간 국제 인권·보건의료 담론 및 정책에서 임신중지의 법적 허용은 ‘안전한’ 임신중지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필요조건으로 주목받아 왔다.

최근 식약처 국감에서도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2018년 기준 인공 임신 중절을 위해 약물 사용자가 약 9.8%로 집계됐으며 그중 71%가 추가로 수술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나 많은 여성들이 임신 중지를 위해 허가되지 않은 불법 의약품을 사용함에 따라 안전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현대약품은 지난 7월 국내 최초로 먹는 낙태약인 ‘미프지마소’를 전문의약품으로 정식 허가 신청하며 본격적인 신약 허가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세계적 차원에서 임신중지는 점차 법적 허용성을 넓히는 경향이며 국제 비정부기구인 재생산권리센터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1994년 이후 2019년 현재까지 50개 국가(또는 자치주)가 임신중지 규제 정책을 자유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임신중지라는 행위가 국가의 인구를 결정하는 거대담론이 아닌 직접적으로 개인 여성의 건강과 안위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선택이라는 것에 전 세계가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여성들에게 필요한 것은 비범죄화나 형법상 처벌 규정 자체를 폐지하는 수준이 아닌 의료서비스와 의료보장을 통한 낙태 의료와 낙태 후 케어 서비스이다.

2016년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성과 재상산 건강권에 관한 일반논평’을 통해 사회는 가용성, 접근성, 수용성, 품질의 서비스를 지켜야 한다며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 또한 국정감사에서 “누가 처방을 하고 환자가 이 약을 복용한 뒤 모니터링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의료 제도적인 문제는 복지부, 산부인과, 전문의 등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추후 케어에 대한 부분을 우려했다.

최선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제 인권 규범과 최근 낙태 자유화 개혁을 단행한 국가들에서 확인되는 흐름은 여성의 재생산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단지 낙태를 처벌하지 않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안전한 의료서비스에 형평성 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편적인 의료 전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위원은 “보편적 건강보험제도를 통한 급여화는 인공임신중절이 필수적 의료서비스임을 확인해 준다는 점에서 임신중지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완화하고 문화적 낙인을 제거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낙태죄의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우리나라의 임신중지 및 재생산 정책은 새로운 출발선에 선 것이나 다름없다”며 “그동안 진지하게 고려되지 못했던 여성들의 필요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약품 ‘미프지미소’는 허가절차에 있으며 해외 수입 의약품에 대한 허가절차에 따라 외국 임상자료에 따른 가교 임상시험 유무에 따라 허가 일정이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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