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성 병변 혈액 투석 환자, 동정맥루 24개월 장기 치료 우수성과 유효성 연구 발표 주목
민트병원 배재익 원장 “PTA 횟수 의미 있게 줄여주는 새 옵션…적응증 확대 및 급여 절실”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신대체요법은 크게 혈액투석·복막투석·신장이식 등 3가지로 나뉘는데, 국내 신대체요법에서 혈액투석이 차지하는 비중은 80% 이상으로 세계에서 비율이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혈액투석 비율이 큰 이유는 혈액투석 환자 5년 생존율(77%)이 복막투석(71.5%) 대비 높고, 정기적 의료진 상담이 이뤄지기 때문에 안전성과 신뢰성 측면에서 선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신부전 질환을 관리하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환자 개인의 삶의 질 저하는 물론 사회적 비용은 상당하다. 투석 환자들은 치료를 중단하면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협을 느끼며 상당수 우울증을 앓고 있고, 신부전으로 인한 합병증 등 다양한 신체적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혈액투석 환자가 투석 방법을 선택할 때 고려사항 1순위는 ‘병원을 방문할 시간이 충분한가(45.9%)’ ‘병원이 가까이 있는가(32.3%)’였다. 실제로 투석 환자에게 있어 병원 방문 부담과 이에 따른 경제적 비용을 줄이는 것은 매우 중대한 요소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4월 개최된 혈관 분야 국제학술대회 ‘2021 차링 크로스 심포지엄’에서 폐쇄성 병변을 가진 혈액 투석 환자의 동정맥루 치료를 위한 약물 코팅 풍선 카테터(IN. PACT AV DCB)의 24개월 장기 치료 우수성과 유효성 연구가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인터벤션 분야 권위자인 민트병원 배재익 대표원장<사진>은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이번 연구에 대해 “약물 코팅 풍선 카테터 사용 시 결과적으로 환자에게 발생하는 비용이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로 좋은 참고가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혈액투석에 약물 코팅 풍선 카테터의 유용성을 입증하는 데이터는 많았으나, 2년 데이터 즉 ‘혈관 개통률’ ‘협착률’ 부문에서 장기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연구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며 “나라마다 시술 비용이 달라서 일원화해서 말하긴 어렵지만 시술의 횟수가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비용이 줄어들었다는 연구도 있다”고 설명했다.

투석 혈관 내 협착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는 특징이 있다. 투석 혈관은 정맥을 동맥과 연결해 만들기 때문에 정맥이 동맥의 높은 압력을 이겨내야 한다. 튼튼한 정맥은 그 압력을 견뎌낼 수 있으나 약한 정맥은 압력을 견딜 수 없어 혈관 벽이 뻣뻣해지고 말라비틀어진다.

피할 수 없는 재협착 늦춰주는 ‘약물 코팅 풍선 카테터’

그런 혈관을 강제로 넓혀서 혈류를 높이는 것이기에 협착이 나타나기 쉽다. 혈관 상태가 안 좋을 경우 다른 혈관을 찾아 연결하는데 그러다가 결국 사용할 혈관이 없으면 있는 것을 재활용해야 한다. 협착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약물이 방출되면서 재협착을 최대한 늦춰주는 약물 코팅 풍선 카테터는 이러한 환자들에게 큰 이점을 준다. 최근 게재된 논문도 약물 코팅 풍선 카테터를 사용하면 PTA 횟수를 의미 있게 줄여준다는 결과였다.

참고로 풍선 카테터를 이용한 ‘경피적혈관성형술(Percutaneous Transluminal Angioplasty, PTA)’는 특별한 전처치 없이 시술 가능하며 시술 시간이 짧고 바로 투석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투석 통로 확장·유지를 위해 가장 일반적으로 시행된다. 주 2~3회의 투석을 위해 혈관을 반복 사용 시, 협착이 생기기 쉬워 통상 3~4개월에 한 번씩 재개통 시술을 받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3개월에 1번 수술을 받아야 했다면 약물 코팅 풍선 카테터 사용 시 6개월에 1번만 수술을 받아도 되는 식으로 빈도를 줄인다는 뜻이다. 그렇게 잘 자리 잡은 혈관은 더 오래 사용할 가능성도 크다.

배 원장은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인터벤션 영상의학회, 혈관외과학회, 투석혈관학회 모두 약물 코팅 풍선 카테터를 투석 치료에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혈관이 잘 자리 잡지 못하는 경우와 짧은 기간 내에 계속 협착이 재발하는 경우, 사용 가능한 다른 혈관이 없는 경우 등 꼭 필요한 경우에 제한적으로라도 사용이 필요하다”며 “병변의 특성과 위치 등을 기준으로 적응증을 정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전망했다.

혈액 투석 환자, 특례 적용과 재개통 시술 횟수 감소 필요

다만 현재는 투석 혈관에 대한 적응증이 없고 일반 풍선 카테터 대비 비용도 많이 든다. 배재익 원장을 비롯해 의견을 같이하는 다수 전문의들은 꼭 필요한 (혈액 투석) 환자만이라도 쓸 수 있도록 약물 코팅 풍선 카테터의 적응증 확대 및 급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 원장은 “특례 적용과 재개통 시술 횟수 감소, 2가지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먼저 투석 치료 환자들이 받는 특례 적용은 투석 치료를 받는 날에만 한정된다고 알고 있다”며 “가령 투석을 받아야 할 혈관이 막혀 오늘 개통술을 진행했지만, 당일 투석을 하지 않았다면 특례 적용이 안 되어 본인 부담률이 40%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똑같은 개통술을 했지만 오늘 투석을 했다면 투석일에 해당하므로 특례 적용이 된다”며 “이는 환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제도이며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재개통 시술 횟수를 줄여주는 약물 코팅 풍선 카테터는 효과가 증명되었으나 급여권 도입이 미뤄지고 있어 안타깝다”며 “지속적으로 투석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100원만 차이가 나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데, 이러한 환자들에게 병원 방문 부담, 잦은 시술이 주는 부담을 경감시켜 줄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도입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