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희동 피임생식보건학회장 “복합경구피임제 피임실패율, 1% 미만” 
생리통 완화·월경과다 치료·자궁내막암 및 난소암 예방에도 효과 있어

[의학신문·일간보사=김민지 기자] 오는 26일은 세계피임의 날(WCD)이다. 세계피임의 날은 원하지 않는 임신을 예방하자는 취지로 2007년에 제정돼 올해로 8년째 열리고 있다.

WCD연합기구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발생되는 임신의 약 40%가 계획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되며 이 중 20%는 청소년층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파악된다. 많은 여성들이 원하지 않는 임신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의미다. 의도하지 않은 임신이 됐을 경우 상당수 여성들이 인공 임신중절 수술을 선택하고 있지만 임신중절은 여성에게 우울증, 정신적·신체적 후유증을 가져오는 만큼 이를 예방하기 위한 피임 실천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보편적인 피임 방법으로 먹는 피임약이 있지만 국내 경구피임제의 복용률은 2.9%로 매우 낮은 상황이다. 반면 해외의 경우, 15세~44세의 미국 여성 중 25%가 피임을 위해 경구피임제를 사용 중이며 영국, 독일 등 유럽 국가들에서도 경구피임제 복용률이 25%~30%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구피임제 사용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이유다. 일간보사의학신문은 대한피임생식보건학회 채희동 회장<사진>을 통해 피임약에 대한 인식과 올바른 선택법에 대해 들어봤다.

“경구피임제, 피임 외에도 생식내분비 질환에도 치료 효과 있어”

채 회장은 “경구피임제는 피임 효과뿐만 아니라 월경주기의 조절, 생리통 완화, 월경과다의 치료, 빈혈감소, 자궁내막암 및 난소암의 예방 등 피임목적 이외의 여러 가지 치료 효과를 가지고 있어 건강한 젊은 여성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현재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는 대부분의 경구피임약이 에스트로겐-프로게스토젠이 복합된 복합경구피임제”라며 “복합경구피임제는 정확하게 복용할 경우 피임실패율이 1% 미만으로 매우 뛰어난 피임 효과를 보인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이같은 경구피임제의 효과에도 불구하고 기피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환자들의 부정확한 정보가 피임약의 사용을 주저하게 만든다는 것이 채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경구피임제에 대한 부정확한 지식에서 기인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환자들이 약을 선택하는데 있어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이외에도 매일 복용해야 하는 복용법에 대한 부담감, 피임에 대한 적극적 의지의 부족 등이 경구피임제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의와 상담 통해 본인에게 적합한 피임약·피임법 선택해야”

특히 채 회장은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약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2세대에서 4세대 경구피임약이 시판되고 있다. 2세대 경구피임제는 프로게스토젠의 남성호르몬 효과가 상대적으로 강하다. 3세대와 4세대 약제는 남성호르몬 효과는 낮고 프로게스테론 효과가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다만, 혈관질환, 뇌졸중, 협심증, 심근경색, 혈전증, 간기능이상, 유방암, 자궁내막암, 전조증상이 있는 편두통,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심한 고지혈증이 있는 환자나 35세 이상의 흡연자 등은 혈전 발생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에 경구피임제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채 회장은 “3세대와 4세대 제제는 2세대에 비해 이상지질혈증,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낮고 다낭성 난소증후군이나 다모증과 같은 남성호르몬 증가 질환의 치료에 많이 사용된다”면서도 “다만, 정맥혈전증 발생 위험은 2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세대부터 4세대 제제까지의 피임 효과는 거의 차이가 없으며 프로게스토젠의 특성에 따라 임상 효과에서 미세한 차이를 보인다. 각 환자의 특성을 바탕으로 효과는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약제를 고민해 선택해야 한다”며 “경구피임제 외에도 자궁내장치, 피하이식제 등의 다양한 피임법들이 있어 전문의와 상담해 본인에게 적합한 피임법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피임생식보건학회, 건강한 피임법 정착시키고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할 것”

아울러 그는 피임생식보건학회가 상담 파트너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피임생식보건학회는 피임과 생식 보건의 중요성을 연구하고 교육하기 위해 설립됐다. 1996년 대한피임연구회가 결성된 이후 2003년에 대한피임학회로 확대, 창립됐다. 이후 2005년에 대한피임생식보건학회로 명칭이 변경됐다.

학회는 피임 및 건강상담, 피임과 보건 생식에 관한 인식 및 실태조사 등을 실시해 피임생식관련 정부 보건정책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사후피임제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전문의약품 지정, 소녀들의 건강을 위한 ‘건강 여성 첫걸음사업’ 등을 정착시켰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혈전증 및 복합 경구피임약 사용 등에 대한 우려 등이 발생해 ‘COVID-19 임상권고안’을 마련했다.

채 회장은 “학회는 앞으로도 깊이 있는 학술 활동과 연구 및 교류를 통해 피임 및 보건생식 분야의 전문지식을 고양하고 의료진의 진료 현장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고자 역할을 다 하겠다”며 “이외에도 가임기 연령에서 빈발하는 질환에 대한 체계적인 임상적 접근과 치료 방법을 모색하고 관련 연구에도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