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 대선 대비 정책제안서 주요내용으로 지역의료 살리기 강조
“문케어로 상급종병 쏠림·경쟁 심화..지역의료 살려야 의료붕괴 막는다”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대학병원들의 수도권 내 분원설립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사진)은 문재인케어로 불리는 보장성 강화정책에 대학병원 분원이 늘어나게 만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붕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지역의료 및 1차의료 활성화 등을 대선 정책제안서에 담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 소장은 최근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우 소장은 먼저 정당별 대선후보 경선이 한창인 만큼, 의료정책연구소를 중심으로 준비중인 ‘대선정책 제안서’ 준비방향과 주요 내용에 대해 밝혔다.
우 소장은 “이번에 연구소에서 주관한 보건의료정책제안서는 이전의 것과는 차이가 있다”며 “첫째로 사상최초로 회원과 국민의 의견수렴절차를 거쳤다. 의사협회 상임진과 자문위원대상으로도 토론도 진행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현재도 작성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13만 회원의 공식의견으로 확정되면 정책추진 힘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며, 절차적 정당성 부여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과거 총선 등을 겨냥한 정책제안서가 의사관점에서 정책제안이 이뤄졌다면 이번에는 각 정당과 각 대선후보들에게 호소력이 있는지, 구매력이 있는지를 중심으로 준비하도록 노력했다고 우 소장은 언급했다.

우 소장은 “용어와 단어 하나도 과거와 다르게 접근하려고 시도했다”면서 “과거에는 정책제안서를 만들어서 각 당에 전달하는 과정도 일종의 방문판매 형식으로 이뤄졌다면, 이번에는 각 당 후보들이 의협을 방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특히 후보진영의 정책보좌진이 방문해 브리핑을 듣고 간다”고 밝혔다.

우 소장은 정책제안서는 총 7가지 내용으로 구성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7가지 정책 의제는 ▲제대로 된 의료전달체계 개선 ▲정의로운 공익의료 ▲필수의료 분야 지원 및 제도적 정비 ▲적정수가 건강보험 패러다임으로 전환 ▲4차 산업혁명의 도입을 위한 제도적 정비 ▲보건의료분야 일자리 창출 지원 등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 핵심으로 의료전달체계 개선 및 ‘지역의료 활성화’를 강조했다.

우 소장은 “최근 대학병원의 수도권 분원 설립 경쟁 등이 문제가 되고 있기에 이를 계량적으로 분석했다”면서 “우리와 구조적으로 유사한 점이 많은 일본의 과거 의료상황을 참고할 때, 지금 우리가 할 것은 대학병원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의료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병원들의 늘어나게 된 책임의 상당 부분은 문재인 케어에 있다”며 “보장성 강화가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을 위주로 이뤄지니 쏠림현상이 일어나고, 대학병원 입장에서 보장성강화로 의료행위 등에 단가가 떨어지니, 진료량을 늘려 수익을 보전하려고 한다. 이는 결국 병상증설로 이어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우 소장은 “대학병원 숫자가 증가하고 병상도 늘어나면, 그만큼 병원의사는 부족하게 된다. 특히 싸게 부릴 수 있는 인턴, 전공의들만 대학병원들이 원하고 소모한다”며 “이런 식으로 의료자원을 멀리보지 못하고 연탄재처럼 마구 낭비하게 되면 우리나라 의료가 붕괴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의료(1차의료) 활성화 외에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 등의 각종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제안을 담았다”면서 “우리는 정치집단이기에 정책과 집단에 맞는 내용으로 제안 중”이라고 덧붙였다.

아래는 우 소장과의 일문 일답이다.

-의협 씽크탱크인 의료정책연구소장에 부임한 지 4개월이 지났다. 그동안의 소감과 함께 연구소를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 예정인지 말해달라.

그동안 연구소는 이러한 대의원총회와 회원들의 성원에 부응하기 위하여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고 많은 연구 성과를 축적하게 되었다. 이러한 지난날 연구 성과의 토대 위에 정책의 열매를 거두는 의사협회가 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

특히 4차산업혁명을 맞아 보건의료 환경이 급속도로 변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 보건의료체계의 효율성과 의사의 직업적 안정성이 조화롭게 융합될 수 있도록 글로벌헬스케어 동향에 맞게 체계적인 연구와 조사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려고 한다.

-그동안 의료정책연구소의 조직과 업무에 대해 충분히 파악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 시점에서 연구소의 부족한 점, 개선점을 세 가지만 말해달라.

연구소의 장단점이 있다. 장점으로는 먼저 전문가 단체 최초로 지난 2002년 정책연구소를 개설하여 다양한 정책연구를 수행해 왔다. 특히 현실 의료상황에 기초한 의료정책연구의 이론과 실증적 분석, 13만 회원의 협조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장 중심 보건의료 정책조사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대한민국 유일의 연구기관이라는 점이다.

또한 의료정책연구소는 국내 최정상급 전문직 단체인 대한의사협회 집행부의 정책 논의 및 피드백을 통해 2002년 설립 당시에 비교해서 더욱 탄탄한 연구 역량을 갖춘 명실상부한 최고의 보건의료정책 산실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의료정책연구소는 규모가 작은 조직이다 보니 구성원들 전체가 협회의 지향점에 대한 이해와 열정이 높은 공동체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비록 적은 숫자와 부족한 예산이지만 불리한 여건과 환경을 뛰어넘는 성과를 발휘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부족한 점을 꼽으라면 먼저 인력과 예산의 부족을 꼽겠다. 국가의 주요 보건의료정책을 연구하는 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경우 연구원 숫자가 선임연구위원 12명, 연구위원 43명 등 연구원만 133명에 이른다. 거기에 비해 의료정책연구소는 연구원이 12명에 불과하다. 연간 예산도 20억 남짓에 불과하여 다양한 주제에 대한 연구 수행에 필요한 예산이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연구소의 조직 체계가 합리적이지 못하다. 연구팀 구성이 체계적이지 못하고 그때그때 사안에 따라 팀을 구성해서 운영해 오다 보니 좀 산만한 구조다.

아울러 연구원들에 대한 평가 기준이 모호하다. 평가 기준이 명확하고 정량적 평가와 정성적 평가가 조화를 이룰 때 연구에 대한 동기가 부여된다. 그러나 현재의 평가 기준은 자의적 평가 소지가 상당부분 있다. 이 부분도 고쳐가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자료가 의협의 대정부 의견 제시를 위한 과학적 근거 자료로 활용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말해달라. 정부는 의협의 연구소 자료에 대한 신뢰도를 어느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고 보는가?

의사는 직업 중에서도 직업윤리가 특히 강조되고 있는 직종이다. 또한 의사들은 수련교육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근거중심의학 연구가 몸에 배어 있다. 이러한 의사의 특성 때문에 의료정책연구소 또한 철저히 근거중심의 연구를 지향하고 있다.

만일 자기중심적이고 편향적인 관점의 연구를 한다면 그 결과물에 대한 신뢰도는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의료정책연구소의 연구 결과물은 행정부와 국회 및 각급 기관 등에 정기적으로 제공되고 있으며, 국가 보건의료정책 수립시 자주 인용되는 등 상당부분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장에 따라 운영체제와 연구방향이 달라지는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연구소장이 개원의면 개원의의 관점과 지향점이 있을 것이고 교수 출신이면 교수의 관점과 지향점이 있을 것이다. 서로 다른 관점과 지향점을 경험하면서 연구를 하다보면 연구원들의 연구 역량이 오히려 더 배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오히려 개원의 출신인지 교수 출신인지 보다 연구에 대한 창의적 기획과 공정한 평가 기준, 특히 무엇보다도 연구원들의 연구 역량을 최고조로 끌어 올릴 수 있는 소장의 리더십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안 중심의 연구와 중장기 과제 중심의 연구는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심사평가연구원의 경우도 현안과 중장기 과제 비중이 60% 대 40%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연구소는 현안과 중장기 과제에 대한 연구 수행을 균형감있게 잘 다루어 가도록 하겠다.

-1차의료 및 지역의료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말해 달라.

의료를 의료만의 가치로 보면 답이 없다. 돌봄의 영역을 흡수하는 균형감 있는 시각으로 봐야한다. 사회복지시스템 확립이 우리나라는 부족하다. 상당부분 이를 흡수하는 모델로 간다면, 개원가와 1차의료가 살아날 수 있다.

의료보험제도도 비슷하고 인구구조도 우리보다 일찍 고령화 등 문제를 보인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면 적용가능한 샘플이 있고 아닌 것이 있다. 이 중 우리나라에 적용할 제도들과 그것들의 변화를 많이 알고 있다. 현재 입원실 매출도 1차의료기관이 줄어들고 있다.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고 의원급의 병상이 줄어드는 것은 유쾌하지만은 않다. 돌봄병상위주로 1차의료기관을 운영하는 방법으로의 개선이 필요하다. 1차의료기관의 유연한 운영이 필요하고, 대학병원과 직접적인 진료경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이 통과됐다. 이 문제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현안이라 말하기 예민한 부분인데, 그건 연구소보다는 집행부에서 조금 더 설명할 예정이다. 조금 말하자면, 수술실 CCTV는 정치적인 사안이 됐다. 의사들의 일탈이나 이런 이유를 떠나서 정치쟁점이 됐다고 본다. 특정 대선 예비 후보가 그걸 가지고 선거에 부각시키려고 하는 정치공학적인 접근이 있었기 때문에 의협에서 어려움 겪었다.

그럴지라도 당초에 안규백의원, 김남국의원, 신현영의원이 대표발의한 안에 비해서는 상당히 많은 독소조항이 빠졌다. 그 과정에 많은 상임진이 노력을 한 것으로 안다. 다만 정책연구소장이니까 정책관점에서 말하자면, CCTV 설치는 아주 큰 부작용을 낳고 결국 페기될 것으로 예상한다.

수술실에 CCTV를 넣으면 긴장한다. 의사 중에 수술 준비로 밤잠 못자는 경우도 있다. 그런 의사들에게 CCTV를 달면 될지 의문이다. 더욱 심각한문제는 전공의 수련이 안된다. 전공의가 갑자기 명의가 나오는게 아니다. 1,2년차 때는 눈으로 관찰하다가 3,4년차 수술 참관하지 않나. 근데 CCTV 달면 전공의 수련이 되지 않는다. 이사람 수술 경험 없이 참관하면 실력이 늘지 의문이다. 때문에 이번 법안 통과는 외과 무너뜨릴 악법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수술공동서명제 등이다. 공동책임지게하고 거기서 문제되면 다같이 면허취소시키는 방법이다. 또한 그런것들을 자율 정화할 전문가 평가제 등이 있는데 의사들이 제일 잘 알 것이다. 의사들에게 자율적인 평가 권한을 복지부가 부여한 적도 없다. 때문에 CCTV설치로 이어진 것이 의사입장에서는 억울하다. 정책관점에서 보면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집행부가 잘 대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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