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병 직접원인 결론 못내-어린이.청소년 증가세-정부 지원하면 성과 가능
‘아토피 환경보건센터장’ 안강모 삼성서울병원 교수

[의학신문·일간보사=이정윤 기자] “우리나라에서 지난 2000년과 2010년에 전국 어린이.청소년 알레르기질환 역학조사를 했는데 6-7세와 12-13세에서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실시한 역학조사에서도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아토피가 늘어난 결과와 일치하고 있습니다.”

안강모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아토피 피부염 전문가로, 환경부가 아토피 피부염 질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지정한 환경보건센터의 센터장인데 “어린이.청소년을 중심으로 아토피가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안강모 삼성서울병원 아토피 환경보건센터장
안강모 삼성서울병원 아토피 환경보건센터장

환경보건센터는 환경부가 환경성질환을 극복하기 위해 삼성서울병원(아토피)을 비롯 강원대병원(호흡기질환), 고대 안암병원(천식), 서울대 의대(선천성 기형), 단국대병원(소아발달장애) 등 16개 대학 또는 기관에 지정돼 있다.

안강모 센터장은 “지금까지 연구결과를 보면 어떤 환경요인이 아토피 피부염 발병에 직접 관여하는지 결론을 내기가 어렵다”며 “우리나라에서 아토피 발병에 관여하는 가장 중요한 환경요인이 무엇인지는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숙제로 남겼다.

안 센터장은 “아토피가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질환 경과가 길고 지속적이기는 하지만 영아기에 발생해 60-80%는 소아기에 자연 소실되면서 사실상 완치되는 질환”이라며 “영아기부터 더욱 철저한 피부관리, 식이관리, 환경관리 등과 함께 적극적인 약물치료를 하면 더 많은 환자에거 자연소실을 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 센터장은 “삼성서울병원은 아토피 피부염의 환경유해인자 확인이나 기전을 규명하는데 있어서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그룹에 속해 있는데 이런 성과는 정부가 환경보건센터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정지원을 해준 덕분”이라고 평가하고 “앞으로 더 많은 지원이 있으면 더 많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안강모 센터장은 서울의대 출신(1989년 졸업)으로 서울의대에서 박사를 취득한 호흡기 알레르기 전문가로 천식알레르기학회 등에서 학술활동을 하고 있으며 2011년부터 삼성서울병원 아토피 환경보건센터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서면으로 이뤄진 일문일답.

-아토피피부염의 증상과 국내외 발병 추세는.
=아토피피부염에는 자연 경과가 서로 다른 표현형이 존재하는데, 일반적으로 가장 흔한 형태는 영아기에 발생하여 소아기에 자연 소실되는 형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0년과 2010년에 전국 어린이 청소년 알레르기질환 역학조사를 시행했으며, 지난 12개월간의 아토피피부염 증상 유병률이 6-7세 연령에서는 2000년 13.4%로부터 2010년 20.6%로 증가했고, 12-13세 연령에서는 2000년 6.7%로부터 2010년 13.1%로 증가했다.

-아토피피부염의 발생 원인은 무엇이며 아토피 발생의 환경적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아토피는 유전 요인과 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어떤 유전 요인이 아토피피부염 발병에 작용하는지, 어떤 환경 요인이 아토피피부염 발병에 주로 관여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다양한 연구 결과들이 있어서 간단하게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서양인들에서 발견되고 있는 대표적인 유전 요인으로는 필라그린 유전자의 변이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유전자 변이는 인종이나 지역적으로 차이가 있어서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발견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우리나라에서만 뚜렷하게 발견되는 유전 요인은 아직 없다. 태아기부터 영아기까지의 기간 동안 아토피피부염 발생에 관여하는 환경 요인으로는 온도, 습도, 항생제 사용, 모유 수유 감소, 장내 세균 변화, 피부 균총 변화, 담배, 미세먼지, 실내 공기 오염물질, 화학물질 등 다양한 요인들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보면 어떤 환경요인이 아토피피부염 발병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지에 대한 결론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특히 우리나라에서 아토피피부염 발병에 관여하는 가장 중요한 환경 요인이 무엇인지는 더 연구가 필요한 상태다.

-아토피피부염을 줄이기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모든 것이 개인 환자 및 보호자의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부적절한 환경요인에의 노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혹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가 아토피피부염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대기 중 미세먼지를 저감하기 위한 행정적 노력 및 규제가 필요하며, 미세먼지 농도의 변화를 국민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경보시스템도 운영되어야 한다.

-아토피 치료제 개발을 위한 국내외의 연구 성과는?
=최근에는 중증 아토피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생물학적 제제들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으며, 그동안 난치 질환으로 간주되고 있던 중증 아토피 환자들에게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어서 관련 약물들의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토피와 관련 문제가 되는 것은 자연 소실되지 않고 지속적이거나 합병증이 발생하는 소수의 난치성 아토피피부염 환자인데, 철저한 피부관리, 환경관리, 식이관리와 함께 국소 제제 및 최근에 개발된 생물학적 제제들이 병합되면 치료 효과가 더욱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아토피와 관련 유의미한 연구내용은 무엇인가.
=아토피피부염 환자에서의 미세먼지 노출에 의한 증상 악화를 관찰하기 위한 패널 연구, 미세먼지가 피부각질세포에 미치는 기전 증명을 위한 세포 연구 및 동물 실험 등을 통해 미세먼지와 아토피피부염의 연관성을 규명하였고 국제학술지에 지속적으로 발표했다. 또한 국제적으로도 최초로 가스형 오염물질을 피부에 국소적으로 노출시키는 유발시험 시스템을 개발해 폼알데히드가 아토피피부염의 피부장벽기능에 이상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증명했고, 기전을 규명하기 위해 세포 및 동물 실험을 수행하여 역시 국제학술지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환경보건센터가 환경성질환 예방이나 치료법 개발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환경보건센터의 목표는 상당한 수준의 기술개발사업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는 치료법 개발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환경성질환의 발생을 예방하거나 이미 발생한 환경성질환의 악화를 예방하는데에 있다. 즉, 환경보건센터에서는 믿을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환자 및 보호자들에게 교육과 홍보를 시행함으로써 환경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동시에 환경유해인자에 대한 노출을 저감하여 효과적으로 질환 관리가 되도록 기여하고 있다.

-환경성 질환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 정도를 평가하신다면.
=아토피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유해인자의 확인 및 기전 규명에 관해서는 삼성서울병원 환경보건센터가 국제적으로도 앞서가는 그룹에 들어있다. 미세먼지 및 폼알데히드 관련 논문을 인용도가 높은 국제학술지에 다수 발표해 국제적으로 명망있는 연구자들과의 교류를 확대했다. 또한 아토피피부염 증상 관리를 위한 앱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진료 및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이런 성과들은 환경부가 환경보건센터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정 지원을 해준 덕분이다. 물론 더 많은 지원이 있으면 더 많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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