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영업 1세대 정연진 일동제약 부회장이 제약영업 갑과 을에게 전하는 메시지
겸손·친절한 갑은 좋은 일 많고 말년까지 행복, 바람직 못한 갑의 사례도 남겨

[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제약 영업, 영업인의 삶의 단편을 엿볼 수 있는 책이 최근 발간돼 관심을 끌었다. 지난 46년여 동안 일동제약 영업 맨으로 살아온, 뼛속까지 영업인인 정연진 일동제약 부회장의 반백년 영업외길, 이런 일들이’(조윤커뮤니케이션)라는, 자서전적 이야기이다. 책에는 평생 을로 살아왔던 그의 삶의 보람과 애환이 녹아있다. 그는 책자에서 을에게 전하는 격려와 당부 그리고 세상의 갑(외부의 갑, 내부의 갑)들에게 전하는 메세지를 담았다. 책에는 일동제약 인으로서 회사 및 임직원들에 대한 애정과 못 이룬 일들에 대한 아쉬움도 들어있다. 자신이 경험한 영업 일선의 솔직하고 담백한 에피소드는 보너스 이다. 최근 그를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그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일동제약 정연진 부회장

정연진 부회장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부족함 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고, 명문 광주일고와 서울대를 졸업했으며, ROTC로 복무하며 통역장교를 지낸 후 일동제약 영업사원으로 들어와 대표이사 사장 및 부회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고문으로 있다.

경력만으로는 갑이 훨씬 더 어울리는 그의 삶이다. 그러나 그는 46년간 의사들을 상대로 한 병원영업맨으로 살아왔다. 그의 화려한 스펙이 사회 최고 엘리트로 꼽히는 의사들의 높은 자존감, 자긍심 앞에서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었고, 그는 자신을 버리고 철저히 을로 처신함으로써 제1세대 병원영업인, 또는 병원영업의 개척자로서 입지를 굳힐 수 있었다.

을에게 전하는 을의 이야기

정연진 부회장은 을의 입장으로 살자고 제안한다. 감사할 줄 알면 저절로 감사할 일이 생긴다고도 했다. 고객의 마음을 얻는 영업을 추구하라고도 조언한다. 그러면서 을이라고 주눅 들지 말고 자긍심과 사명감을 가져라고 말한다. 월급 받는 재미보다 성취감이 훨씬 신나는 일이라고도 했다.

특히 그는 상대방이 힘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정당한 일에 대해서는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무조건 저자세로 굽히는 것은 인간관계를 지속하는데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부탁할 때 너무 저자세는 곤란하다고 했다, 진심이 전달되면 거의 성취된다는 것이다. 그는 비굴함은 싫다고 단호히 밝힌다.

정 부회장은 대표이사 시절 순환보직제를 계획한 적이 있다. 가능한 모든 직원들이 영업을 경험하도록 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는 전 임직원이 회사 방문고객에 대한 겸손과 친절, 무조건 도와주고자 하는 마음가짐, 긍정의 마인드를 가지길 원했다고 소개했다.

갑에게 전하는 을의 이야기

그의 책에는 옳은 갑과 그른 갑이 있다. 갑의 입장이지만 을을 대함에 항상 겸손하고 배려하고, 인간적인 이들이 있는데 주변의 좋은 평가 속에 학교 총장이 된 다던가 좋은 일이 함께한다. 반면 작은 실수에 대한 과한 태도, 도가 넘치는 요구 등 말 그대로의 갑 질의 경우도 있다. 책을 읽는다면 따끔한 사람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 부회장은 적어도 직장내에서는 영업직들이 보다 존중받기를 원한다. 그는 매출의 주역들이 날개를 활짝 펴고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마음을 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6년 일동맨 보람과 아쉬움

그의 일동제약은 꿈의 직장이다. 사람존중이 배어 있고, 정도경영의 귀감이 되는 곳이다. 그랬기에 IMF 위기 속에서 모두가 힘을 합쳐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 부도에 직면한 일동제약을 구하기 위해 당시 정연진 이사는 친분있는 도매업체 대표, 병원장, 심지어 장모님에게까지 돈을 빌렸다. 무려 25억원 이다. 정 부회장은 당시는 우선 회사를 살려야 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나중에 지인들이 그 무모성을 지적했을 때 아찔하긴 했다고 전했다.

일반의약품 주력기업 일동제약의 병원영업을 맡아 새로운 판로를 개척했던 기억들이 새롭다. 고달프고 지칠 때도 많았지만 일에 대한 성취감으로 버텼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대표이사 사장 취임 당시 국내 5대 제약으로의 성장을 다짐했으나 결국 못 이뤘다. 후배들이 목표를 이뤄내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일동제약을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정연진 부회장은 임원들에게 각별히 당부했다. 그는 일동제약은 우수한 경영성과, 앞서가는 사내문화로 전통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아온 회사라고 강조하고 직원들의 기를 살리면서 경청하고 결속력을 키워서 직원들이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도록 앞장 서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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