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성분 의약품 대국민 인식 전환이 우선…인기 영합 아닌, 근본 제도 개선부터 살펴야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대한약사회가 화났다. 일선 약국서 ‘동일성분 해열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하셔도 된다’는 설명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약사회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접종 후 불편증상이 있으면 타이레놀과 같은 진통제를 복용하라'는 발언 이후 이러한 파장이 발생했다며 경솔한 발언에 대한 사과와 문제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상황을 유심히 살펴보면, 국민들이 ‘동일성분 해열진통제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러한 일이 발생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국민에게 동일성분명 의약품은 동일한 약효가 나올 수 있다는 믿음을 안겨줬다면, 타이레놀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공직자는 항상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공직에 임해야 한다. 이것이 공직자로서 과오를 적게 하는 방법이다’라는 정약용의 목민심서는, 비단 공직자만이 아닌 기자를 포함한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도 해당되는 구절이다.

국민들이 약국에서 타이레놀을 외치는 상황이 다시 오지 않으려면 동일성분 의약품에 대한 대국민 인식전환이 필요하지만, 약사 사회는 의약분업 이후 20년 동안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동일성분 의약품에 대한 약사회의 접근은, 대체조제 사후통보 등 ‘선 인식전환‧후 제도변화’의 틀이 아닌, 제도변화만을 우선적으로 고집하며 의사 사회와 갈등을 빚어왔다.

오히려 약사회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의 협의에서 '타이레놀 공급 확대'라는 결과를 얻었다. 이는 동일성분 의약품에 대한 인식 전환이라는 대명제 해결보단, 당장의 불편 해소가 우선이라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다. 정치권에선 누군가가 이런 행동을 보여주는 경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차라리 서영석 무소속 의원(경기 부천시정, 보건복지위원회)이 주장하는 ‘동일성분 의약품에 대한 대국민 인식전환 운동’이 또 다른 타이레놀 사태를 막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과학은 전문가의 영역이지만, 정치는 ‘국민의 영역’이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